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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일기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월
평점 :
나는 나의 ‘외면일기’를 다시 꺼내놓고 내 발밑에서 생겨난 여러 가지 발견, 관찰, 그리고 일화들로 재구성된 일년 열두 달을 닦고 문질러 광택을 냈다. 중세시대의 화가들과 판화가들이 그린 서민생활의 장면들에서 볼 수 있듯이 독자들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의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인 ‘죽음 부인’의 두건 쓴 실루엣과 여러 번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 조그만 책이 제공하는 웃음의 기회에 그 부인은 보다 더 심오한 메아리를 보태줄 것이다.
머리말 7
그의 머리말에서 처럼 죽음을 이야기할 기회, 웃음의 기회는 많다.
어떤 민족의 가난한 정도는 그 민족의 각종 화려한 축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반대로 생활수준이 점차적으로 높아지면 각종 축제 행사들이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게 된다.
3월 중 65p
처럼 때로 뜨끔뜨끔해지는 글들도 많다.
넘치는 해박함과 위트. 프랑스인들이 가진 생각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다. 미셀 투르니에 라서 가능한 생각일까? 60대의 한 해 일기를 쓴 거라고 치면 너무나 말랑말랑한 사고가 부럽고,많은 여행과 많은 독서에서 나오는 인용구들도 인상적인 것은 더욱 많다.
보통 책말미에 있는 서평이라는지는 잘 읽지 않는 편인데 김화영교수가 인터뷰어가 되어 직접 사제관에 가서 한 인터뷰는 글로는 느낄 수 없는 미셸 투르니에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세상을 외면적으로 관찰하거나 생각한 것을(323) 본다는 느낌의 ‘외면일기’ 제목에 관한 내용도 나와 있고, 왜 이렇게 바쁘게 여기저기를 여행다녔나 궁금했는데, 여러 권의 메모들을 편의상 월별로 나눈 것이란다. 그럼 그렇지...너무 에너자이저 같은 느낌이더니만...헤어지고 나서며 또 노년의 작가를 보고 싶어하는 김화영 교수처럼 그의 글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