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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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장님요, 사람들은 죽어서 천당엘 갈라꼬 애들을 많이 쓰지예. 하지만 살아서 천당을 만들지 못하면 죽어서 천당은 없답니다. 그저 오늘이, 여기가 천당이거니 하고 살아야 안 되겠능교. 원장님은 내 이 이야기를 하면서 웃으니까 이상하지요? 저 할망구가 돌았나 싶지요? 그런데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기 감사하고, 내가 그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기 또 감사하고, 내 자식 남의 자식칼 거 없이 내 곁에서 돌볼 수 있어 감사하고.......그래서 노상 웃고 다니지예. 안 웃을라꼬 해도 너무 좋아서 자꾸 웃어지지예.”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109


독버섯을 먹고 큰아들을 잃고, 남편은 대소변도 못 가리고 자리보전하고 누웠는데, 그 와중에 경추골절로 반신불수가 된 아들. 둘을 뉘어놓고 일을 나가는 아주머니. 같이 누워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정신이 이상해진 아들에 하나 남은 성한 딸은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알 수 없는 병에 되돌아오고 옆집 손자를 걷어서 같이 살게 되면서 많은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다 결국 성하지 못해 입양도 안되는 아이를 시집 안 간 딸아이 앞으로 입적시켜 손주로 키우고 있는 기막힌 사연의 풍산 할머니 이야기 중에 나오는 말이다.

어떤 픽션도 처절한 삶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어떤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을 것인가? 설사 하느님이라도 어떻게 이렇게 한 사람이 이토록 가혹한 형벌 같은 삶을 부여할 수 있을까 말이다. 그런 할머니가 ‘진짜 행복합니다‘라고 말한다. 
  

1권을 읽고서 다시 만나게 된 책인데, 1권에 비해 더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의 이야기가 많다며 다소 거칠게 쓰여졌다고 하고 있으나 그래서 더 실감나고, 그래서 더 소설같은 이야기들이다. 
 

희노애락이 모두 하지만 병원이라는 곳이 아픈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곳이라 슬픔이 많은 곳인데, 그 와중에도 사랑은 있지만 [사랑아, 사랑아, 즈려밟힌 내 사랑아]에 나오는 너무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도 잊을 수가 없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고, 소설로 엮어야 될 정도의 기구한 드라마 같은 삶을 사름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랴마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오가는 병원에서 겪게 시골의사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소설 같은 이야기들뿐이다.  

그래서 시골의사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이 산다는 것을, 희망과 절망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는 서로 얼마나 사랑하고 있습니까?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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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이상순 베란다 프로젝트 - Day Off
베란다 프로젝트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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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동률의 새 프로젝트 앨범이 나왔다. 벌써 십 년 전도 더 지난 이적과의 [카니발 프로젝트]가 당연 생각이 난다. 하지만 아주 다른 느낌. 솔직히 프로젝트 앨범은 너무 다른 두 남자의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말이다 .

그동안 듣던 김동률의 음악과도 다른 느낌이랄까? 전람회에서부터 솔로로 진행된 앨범으로 넘어갈수록 클래시컬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중후한 느낌에 부드러운 저음의 김동률의 목소리가 얹혀지는 것에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는데, 뭐랄까 사람들로 치자면 목에 굉장히 준 힘-뭐 그렇다고 늘 률의 앨범이 잔뜩 힘이 들어갔다는 건 아니다.^&^-을 뺐다고 할까? 잔잔한 기타와 몇 가지 악기들만으로 연주되는 사운드가 너무 다른 느낌이다. 
 

솔직히 김동률의 왕팬이라 자처하면서도 홈페이지 어쩌다 들어가 동률의 모놀로그를 읽어보고 나오는 것이 전부인지라 암스테르담에 상순씨를 만나러 간 이야기들을 읽으면서도 먼 곳까지 가서 예쁜 곳을 다니지도 않고 거의 상순씨와 집에서 한가하게 잘 지내내?하고 넘어가 버렸다. 그러고는 당연히 새 앨범이라면 하고 냉큼 구입해 와서는 원하던 느낌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내심 실망이었다. 그런데 웬걸....은근 중독성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들어오는 가사도 맘에 들고, 힘을 뺀(ㅋㅋ) 잔잔한 이상순의 기타 소리도 너무 좋다.

무엇보다 롤러코스터의 이상순씨의 음성은 제대로 들은 건 첨이라 할 수 있는데, 외모와는 전혀 상반되는(-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인터뷰 中 붙여진 수식어) 상순씨의 목소리와 그에 비하면 능글능글해서 너무 프로같은(-같은 인터뷰 中 붙여진 수식어)  동률님의 목소리 너무 어울린다. 때로 쌍둥이처럼(이렇게 말하면 누가 더 기분이 나쁠까?^^)

따릉~따릉~으로 시작되는 ‘Bike Riding’로 시작되어 컷팅 주법으로 연주되는 기타 소리에 실리는 ‘벌써 해가 지네’는 특히 끝부분의 상순씨의 휘파람 소리 정말 매력 있다. ‘어쩐지’에서는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의 피처링으로 유일한 여성의 목소리가 가미된 두 남자의 노래보다 훨씬(??^^)상큼 발랄한 노래가 좋고, 루시드 폴의 가사로 들려지는 ‘꽃 파는 처녀‘에 하림의 아코디언 소리와 ’단꿈‘의 엔딩에 나오는 김동률의 잔잔한 피아노 소리도 너무 괜찮다.
가사도 좋지만 들을수록 사운드가 너무 좋은 앨범이다.

암스테르담에서 거의 촬영된 듯한 앨범 표지가 이국적이다. 단지 이런 모양의 자켓은 제대로 모양이 망가질 위험이 있어 아쉬움이 있다.

아무튼, 남국에 도착해 듣고 싶지만, 매여 있는 몸인지라 Day off해서는 카스테레오에 [베란다 프로젝트]를 연결해 들으며 어딘가로 떠나고 싶게 하는 앨범이다. 사위어가는 햇살덕에 따뜻해진 베란다에 아이스커피 한 잔과 책 한 권을 들고 드러누워 여유를 부려보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따뜻한 햇살 같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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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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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빙하와 같다. 빙하처럼 혹독하고 소스라치게 차가운 그것은 아무 때나 소리 없이 녹아내려 연락한 하루를 난감하게 적셔버린다. 고독은 일상의 재해이다.
-프롤로그 13 

육류는 정치적이고 주류는 파괴적이다. 찌개류는 일부일처제의 답답함을, 탕류는 자유연애의 허무맹랑함을 닮았다. 그렇다면 면류는? 면류는 한마디로 요긴하다.
-프롤로그 14
 

  

롤로그의 글은 오래 전 지적 허영을 자극하던 내 친구의 글귀를 생각하게 하면서도 더욱 자극적(??)으로 끌려들게 하는 치명적 매력을 갖게 한다. 물론 첫인상에 매혹되어 아주 오래 가지는 않고 적응이 되어 간다고 해야 할까? 인상적 글귀가 줄어든다. 

동유럽 독서여행기라고 하는데 제법 읽는다는 내게 읽어본 책이 드물어 힘들고(ㅠ.ㅠ.)
읽어본 책이나 본 적이 있는 영화인데도 그의 사족을 읽어보면 더더욱 알 수 없어지는 묘한 책이다.

또한 
굴라쉬를 먹으려고 헝가리를 가지는 않는다. 프라하 또는 프라그에서 굴라쉬로 식사를...해장국같은 음식인데, 브런치로 하기에 적당한가?

아무튼 이런저런 불평을 일부러라도 늘어놓으려는 것에도 불구하고
밝은 햇살아래 테라스에 앉아 마시는 에스프레소처럼 톡 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글쓴이의 블로그투의 말투가 다른 여느 젊은 여성의 글에서 보는 것보다는 많이 배제되어 있어서 요근래 읽은 여행서 중에서는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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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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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를 인상적으로 봤던 지라 도서관에 새로 들어온 책 중 김려령의 책을 가장 먼저 들게 되었다. 읽던 책을 관두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스피디한 글 전개 때문에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읽고 난 느낌은 매우 무겁다.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특유의 느낌으로 만지와 천지 엄마에게서도 가볍게 튕겨지는 느낌으로 그려져 있지만 '콘크리트를 팍팍 들이 부어도 가슴에 묻지도 못하는 (57p)' 엄마와 동생을 그냥 보내버렸다는 죄책감에 천지의 주변을 되돌아보는 만지 언니도 힘들긴 매 한가지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 옆에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을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 이야기가 그냥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지 싶어 더욱 마음 아프다.

이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진짜 복수는 살아남는 거야. 생명 다 할 때까지 살아."(148p)  

만지와의 대화에서 이야기하는 엄마의 말처럼,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227p) 작가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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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품절


자식을 잃고 흘리는 어미의 눈물은 배 속 창자를 후비고 눈을 찌르며 나오는 눈물이다. 쉽게 위로할 수 없고, 쉽게 위로받을 수도 없는 , 한 깊은 눈물이다. 만지는 엄마의 눈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엄마를 혼자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자리를 피해주었다.

-기운 생명 끝에 매달린 -26쪽

공기청정기는 있는데, 왜 마음청정기는 없을까?
-우박 섞인 비 -37쪽

"반찬에서 좀 벗어난 얘긴 줄은 아는데,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며? 근데, 엄마는 안 그런 거 같아. 그날 다 흘려보낸 것 같아."
"가슴에 묻어? 못 묻어. 콘크리트를 콸콸 쏟아붓고, 그 위에 철물을 부어 굳혀도 안 묻혀. 묻어도, 묻어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 게 자식이야. 미안해서 못 붇고, 불쌍해서 못 묻고, 원통해서 못 묻어."
-우박 섞인 비 -57쪽

아주 사소한 일로 선생님이 정신줄을 놓고 마는 일을 두고, 아이들은 초짜 선생님의 통과 의례, 즉 신고식이라고 했다. 신고식을 거치면 비로소 대한민국의 정식 선생님이 되어, 앞으로 계속 때리는 선생님이 되든 무관심으로 초지일관하는 선생님이 되든 한다는 것이다. 하여튼, 아이들은 아직 전설의 신고식을 치르지 않은 담임선생님을 사명감만 불타는 순진한 초짜 선생님이라고 정의했다.
-우박 섞인 비 -66쪽

아이들은 화연이가 뒤끝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합니다. 활을 쏜 사람한테 뒤끝이 있을리가요. 활을 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사람, 아직 못 봤습니다. 아이들은 과녁이 되어 몸 깊숙이 박힌 활이 아프다고 한 제게 뒤끝을 운운합니다. 참고 인내해야하는 건 늘 당한 사람의 몫인지요. 아이들은 저 스스로 활을 뽑고 새살을 돋아나게 해 파인 자국을 메우길 바랐습니다. 그렇게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돋아난 살은 왜 그렇게 눈에 띄는지, 더 아팠습니다.
-다섯 개의 봉인 실 -123쪽

미란과 미라는 다른 가족들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사람 사는 거 다 같을 거라고 자신들의 비루한 삶을 위안했다. 그리고 오늘 보니 그 생각이 영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위아은 되지 않았다
-다섯 개의 봉인 실 -138쪽


"나는 죽을 생각 전혀 없는데, 천지나 잘 보지 그랬어."
"그러게 말이다. 너, 죽지 마라. 언젠가는 죽기 싫어도 죽어. 일부러 앞당기지마.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 더 아프게 하는 거야. 죽어서 해결될 일 아무것도 없어. 묻어둘 수는 있겠지. 근데 그거, 해결되는 거 아냐. 냄새가 진동하거든. 진짜 복수는 살아남는 거야. 생명 다 할 때까지 살아."

-다섯 개의 봉인 실
-148쪽

"~피한다고 피해질 사람 없고 막는다고 막아질 사람 없어. 뭐 대단한 박애주의자나 되는 것처럼 세상 사람 다 용서하고 사랑할 필요도 없고. 미우면 미운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거면 충분해. 그렇게 사는 거야."
-그렇게 사는 거야 -172쪽

만지는 몸을 바르르 떨렸다. 저 지긋지긋한 일들이 반복되는 학교라는 괴물 앞에서 천지가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했을까. 상대가 버리지 않으면 내가 버린다. 단순한 버림이 아닌 완벽한 버림이 필요했을 것이다. 영혼과 육체의 완벽한 버림. 천지는 떠났다......
-방향 잃은 용서 -193-194쪽

엉뚱한 아이가 대신 받은 용서. 마지막 용서마저 내버린 화연과 바라지도 않은 용서를 받은 미라. 만지는 엄마가 의도적일 만큼 씩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천지의 죽음을 두고 마음에도 없는 동정이나 위로 따위를 하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막고 있었던 것이다.
-방향 잃은 용서 -195쪽

어른이 되어 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애초에 나는 큰 것을 바란게 아니니까요. 혹시 내 어렸을 적과 같은 아픔을 지금 품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뜨겁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미리 생을 내려놓지 말라고, 생명 다할 때까지 살라고. 그리고 지신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작가의 말 -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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