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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쫄리 신부의 아프리카 이야기
이태석 지음 / 생활성서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처구니없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된 이유는 잘못 배달된 책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제목의 책을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서점에서 출판사도 전혀 다른 신간인 이 책을 도서관으로 보내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세계지도를 펼쳐 수단을 찾아보게 되었고, 수단의 상황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고, 비종교인인 내게도 자랑스런 수단의 슈바이처 쫄리(John Lee) 신부를 만나게 되어 감사하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등에서 아프리카의 이야기들을 익히 보아 왔지만 힘든 곳에서 직접 오랜 시간 생활하면서 쓰여진 이 책은 좀더 다르게 읽힌다.
힘든 가정 형편에 의사를 하게 되어 집안의 자랑이었던 쫄리가 신부님이 되어 대학생 시절에 자원 봉사를 갔던 아프리카에서도 내란으로 힘든 수단에서의 생활을 수수에 소금과 식용유 조금을 부어 만든 음식이 매일의 주식(168)인 음식을 먹으며, 남수단 톤즈에서 하나밖에 의사로, 또 새로 지은 고등학교에 교사가 모자라 수학교사로도 근무하다 갑자기 암 선고를 받고 2010년 선종하신 신부님이 아픈 와중에도 수단을 생각하며 쓰신 책이란다.
딩카족의 별난 성인식 행사로 이마 앞쪽에서 시작해 후두부까지 이어지는 긴 줄의 상처(198) ‘고르놈’과 멀쩡한 아이들의 생니를 여섯 개에서 여덟 개를 마취 없이 칼끝으로 후벼 파(199)는 ‘생니 뽑기’는 너무 힘들어보였다. 별난 여아 선호 사상을 읽어보고는 익히 듣고는 있었지만 결혼을 할 경우 30마리에서 많게는 200마리의 소를 건네야 하기 때문에(25p)재산으로 취급되어 남의 딸아이조차 데리고 와 키우는 장면은 어이가 없다.
또, 딸이 나병에 걸린 줄 알고 강냉이와 식용유를 받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ㅠ.ㅠ.) 온 아낙네를 보면서
‘원수 같은 가난이 사람을 이렇게도 비참하게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이 일을 생각하면 대상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해 주지 못하게 하는, 나눔의 정신이 부족한 이기주의적인 사회 구조가 그 ‘화’의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빈貧만 있고 부富가 없는 이곳은 말 그대로 빈부의 차가 없는 곳이다.
72p
하며 안타까워 하는 쫄리 신부의 마음이 짠하게 느껴진다.
아주 특별한 여행에서 브라스밴드 아이들이 힘든 여행을 마치고 생전 처음 보는 휴지로 싸서 잡고 콜라를-무려 5,000원이나 한단다.-마시는 장면은 정말 콜라를 좋아하는 내게 가슴 찡하게 다가오는 장면이었다. 또, 내전 때문에 아홉 살 군인 소년병이 된 마뉴알의 이야기도 수단의 슬픈 역사의 한 희상자를 보게 되어 마음이 아팠다. 또, 생애 처음 보는 사탕을 받아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쓴 부분도 인상적이다.

책에는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나와 있지 않아 쫄리 신부님에 대해 더 알아보려고 찾다보니 올 1월에 암으로 돌아가신 그를 기리며 KBS 스페셜 2010년 04월 11일 방영된 [수단의 슈바이처 故 이태석 신부]를 다시보기로 보게 되었다. 25여 년 간의 북수단과 남수단의 내전으로 약 200백만의 희생자를 낸 그곳이 촬영을 하는 중에도 총성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줘 안타까웠다. 또, 영상 중에 톤즈의 아이들이 쫄리 신부님께 아이들이 보내는 마지막 인사 [사랑해] 연주는 너무 가슴이 찡하게 했다.
수단의 슈바이처. 남수단 톤즈 마을의 쫄리 신부님. 편히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