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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개비의 시간 - 제3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문진영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평점 :
나와 내 주변의 사람- 물고기를 닮은 여자, M, J 등에게 젊은 피는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도 느리게 느리게만 흐른다. 벌써 아련해지긴 했지만 그게 사실이었던 것도 같다. 학교에 묶여 있던 틴에이저 시절엔 스물 살만 되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았다. 두 팔의 아래에 숨어 있던 날개 죽지라도 날개를 펴서 자유로워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 스물이라는 나이에 필요한 것이 단지 '자유'만은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마는 끝났다.
산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배우는 데 그 에너지의 9할을 소진한다. 그리고 나머지 1할로 그 말을 살아낸다--고, 나는 단지 그것만을 생각한다. 말하자면 나는 이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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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물의 시절을 살아내기도 힘든데 절망적인 어려움이 닥치고
나는 더 이상 나의 성장에 저항할 힘이 없다. 나는 자라는 데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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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지독한 성장통 후에 나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징그러운 성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