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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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를 써보는 건 어때요?"
수은 같은 침묵이 흘러가고 나서 혜경이 코맹맹이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할 얘기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시는 여자와 같은 것이더군."
"왜죠?"
"한 번 배신당하면 두 번 다시 울어주지 않더군. 시는 또 물질적으로 눈물과 성분이 같거든. 그것이 굳어 고요한 새벽에 푸르른 돌로 변하게 되지."
나는 그동안 내가 느껴온 진실을 푸념처럼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내게 더 이상 눈물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 도비도에서 생긴 일 -229쪽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의 의지조차 없이 우리는 그려와 만나왔고 또 무감하게 헤어졌던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슨 일을 하며 나이를 먹어가고 또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사는 게 모두 어리석고 잔인한 속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도비도에서 생긴 일
-234 쪽

제가 생선을 좋아하는 건 단순히 육고기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바다에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두 번씩 물이 밀려올 때마다 왜 물고기들도 떼지어 몰려오지 않습니까? 가슴 가득히 차오르는 그리움처럼 말입니다.
- 여행, 여름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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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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浮漂없이 표류하는 배 마냥 떠도는 느낌의 일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줄구 장창 나온다. 프리랜서 작가.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등등....

그렇게 떠도는 인생들이 모두 여행을 가고, 또 만난다. 온천으로(보리), 울산(풀밭 위의 점심)으로, 일본 아키타에서 만난 인연으로 원통(대설주의보)으로, 오대산으로(오대산 하늘 구경), 도비도로(도비도에서 생긴 일)..

아예 원주에서 만난 둘은 부산에서 강구, 안동까지 여행을 가고(여행, 여름)

가슴속에서 무언가 뭉텅 빠져나간 기분(266) 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면면이 다소 서글프게 읽힌다. 그래서, 다시 '윤대녕스러워졌다'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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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심리학 2 - 내 마음 속 미로로 한 발짝 더 들어간 101가지 심리 이야기
배영헌 지음, 박지영 원작 / 파피에(딱정벌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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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에서 제목 그대로 유쾌하게 읽었기 때문일까? 아님, 1편에서 다 못한 좀더 전문적인 분야의 이야기라서 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1편만 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배울 것도 많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읽기가 좋다. 그리고 전편에도 그랬던 것처럼 내용 중의 박스 속의 기사나 이야기들은 역시나 재미나다.

특히, 내게는 성격과 집단 형성, 리더십이 인상적이었다. 리더십의 경우 ‘효과적 리더십’과 함께‘리더가 되지 않는 8가지 방법’이 함께 나와 있는 것이 재미있다.

이상 행동의 분류에서 17가지나 되는 정신 장애의 분류(179p) 및 여러 장애들이 많아 놀라웠다.
남녀평등이 아니라 남녀는 태초에서부터 달랐다고 요즘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이야기가 나와 있는 ‘진화’의 부분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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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2 세계인문기행 2
다나카 치세코 지음, 정선이 옮김 / 예담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영화 평론가답게 영화를 코드로 이탈리아 주요 도시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시칠리아, 밀라노, 로마를 돌아본다.

베네치아나 로마 등은 사진이 멋진 것이 더러 많은데, 영화가 아닌 풍경들도 오래된 사진들이 많아 조금 아쉽다.

50~60년대 영화가 주이고,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도 있다. 책이 쓰여진 시점 1990년대 중반이라고 봐도 너무 옛날 영화가 많다.

나야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익숙한 영화라고는 영.미 제작 영화인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전망 좋은 방]이나 윌리엄 와일러의 [로마의 휴일] 정도.

물론 로마에서 [벤허] 등도 있긴 하지만 낯선 영화가 대부분이다. 거의가 이탈리아인을 위한 이탈리아 영화라고나 할까?

이탈리아 영화라고하면 늘 이름이 오르내리는 페데리코 펠리니나 루키노 비스콘티나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등이 있긴 하나 시대적 영향을 담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많아 도시를 여행하다가도 영화 이야기가 매개가 된다기 보다는 맥이 끊어지는 느낌이 가끔씩 드는 건 왜일까? 아무튼 그래서 조금 집중이 덜 되어 오랫동안 읽게 된 책이었다. 조금 치사하긴 하지만 이탈리아 영화를 일본 영화평론가가 말하고 한국어로 번역한 탓이라고 남의 핑계를 들어볼까?  

 

예담의 [~ 기행 시리즈]를 좋아했는데, 이 책은 기대에 조금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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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품절



내가 생각하는 단골음식점은 이런 곳이다.
첫째, 주인장 관상이 좋아야 한다. 타고난 인상이 평범하다면 웃음이라도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전통의 맛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맛이 없더라도 퓨전은 안 된다. 셋째, 나보다 먼저 출입하는 단골들이 적어도 연필통에 들어가는 필기구 개수 이상의 숫자여야 한다. 넷째, 텔레비전이 없어야 한다. 다섯째, 기타나 오디오에서 나오는 풍악은 있어도 되지만 일부 손님의 취향으로 다른 손님의 흥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시계는 없는 편이 좋다. 당나라 시인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 따르자면, ‘그대와 더불어 만 가지 시름을 살아버릴 제’ 시계고 달력이고 학교종이고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없는 편이 좋은 것에는 단골집 경영에 지장을 주는 외상도 있다. 그리고 좌석 귀퉁이의 호출기.
마지막으로 공기 속에 적당한 밀도로 품위와 예의의 입자가 떠다녀야 한다. 취객이 주정을 하거나 취객끼리 시비를 하거나 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잦아서는 곤란하다. 이건 참 어렵다. 단골일수록, 친한 사이일수록 허물이 없고 허물이 없다는 것이 자칫 상대를 무시하는 게 되기 때문이다.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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