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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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를 써보는 건 어때요?"
수은 같은 침묵이 흘러가고 나서 혜경이 코맹맹이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할 얘기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이지만, 시는 여자와 같은 것이더군."
"왜죠?"
"한 번 배신당하면 두 번 다시 울어주지 않더군. 시는 또 물질적으로 눈물과 성분이 같거든. 그것이 굳어 고요한 새벽에 푸르른 돌로 변하게 되지."
나는 그동안 내가 느껴온 진실을 푸념처럼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내게 더 이상 눈물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 도비도에서 생긴 일 -229쪽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의 의지조차 없이 우리는 그려와 만나왔고 또 무감하게 헤어졌던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슨 일을 하며 나이를 먹어가고 또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일까. 사는 게 모두 어리석고 잔인한 속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도비도에서 생긴 일
-234 쪽

제가 생선을 좋아하는 건 단순히 육고기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바다에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두 번씩 물이 밀려올 때마다 왜 물고기들도 떼지어 몰려오지 않습니까? 가슴 가득히 차오르는 그리움처럼 말입니다.
- 여행, 여름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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