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처럼
김경욱 지음 / 민음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개구리 왕자로 보이고 싶은 두꺼비와  

이름과는 어울리지 계모같은 엄마아래 싸늘하게  외면당하는 백장미의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후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무릇 결혼이 그럴까? 약간의 오해가 이해로 바뀌어 '결혼 전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결혼 후에는 한 쪽 눈으로 배우자를 보라'와는 반대로  한 쪽 눈을 감고 결혼의 상대를 받아들여지게 되고...다시 시작되는 오해와 불이해 속에서 힘들어하는 눈물 공주와 침묵 왕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서로 다른 세상을 공존하지 못하는 서걱거림이 너무 현실적이라 도리어 소설같지 않다.

눈물 공주와 침묵 왕자가 만나서 동화처럼 (눈물의 여왕 부부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12p) 해피 엔딩이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니 힘이 조금 빠진다.  

 

 

[동화처럼]은 한 번쯤 연애를 해 본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소설이 될 테고, 두세 번쯤 연애의 실패를 맛본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이란 나를 비우는 지경임을 경험해 본 자들에게는 애틋한 성장 소설로 읽힐 것이다.  

작품 해설 353p 

 

하지만 흡입력 있는 그의 글은 재바르게 읽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다소의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걷기는 자연과 대지의 신비를 탐색하는 모노드라마이다. 그 드라마는 수고와 기쁨의 양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수고이면서 동시에 기쁨이 되는 것이 걷기이다. 다리가 수고하면 가슴에는 기쁨이란 이슬이 맺힌다. 머물러 있는 자의 시야는 정지되어 있다. 그는 풍경을 바라보지만, 그 바라봄은 피동적인 것이어서 풍경의 겉면만 보게 된다. 걷는 자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바라봄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대상이 거기 있어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나아감으로써 풍경 속에 뛰어들어 풍경 전체를 살아 있는 무대로 만든다.
- 다시 길 위에서-아멘이야기127p


이럴 수가!
종교인이 아닌 내게도 ‘카미노 데 산티아고’ 이야기를 하는 걸 자주 들을 수 있다. 자연과 함께 걷기를 하기보다는 몰링malling족에 가까운지라 올레길 한 코스도 제대로 못한 상황이라 뭐라 이야기할 수 없지만 심란해지는 마음과 대리 만족으로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이 책도 그런 연장선에서 제법 평이 좋아 도서관에 신청을 하여 읽어보게 되었는데, 첫 장에서 문학상 심사 이야기가 나오는 걸 읽으며 ‘어? 이 서영은이 내가 아는 소설가 서영은?’ 이었다. 보통은 출판사도 살피고 글쓴이도 살피는데 웬걸 덜컥 신청하고서는(아마도 내 책이 아니어서가 아니었을까?^^) 책 표지의 느낌이나 ‘산티아고’의 길을 걷던 젊은이들이 생각나서 당연 젊은(??) 작가일거라 막연히 짐작한 모양이었다. 책을 읽으며 뒷장을 잘 뒤적이지 않는데 첫 장을 읽다말고 사진에서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지 먼저 확인하게 된 책. 
 

내가 문학을 시작할 때 내 문학이 있을 자리는, 그 낡은 구두, 제 몸을 아무리 부딪쳐도 삶이 양지로 변하지 않는, 또는 끝내 양지 쪽으로 자리를 옮길 수 없는 비통한 증거로서, 다 해진 그 구두가 있는 자리라 여겼다. 그것을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의 소임을 선택한 자의 숙명 같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택시 기사의 말에서 섣부른 자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했다. 나의 외모는 허상을 추구해온 결과였다.
-올 것이 왔다 13p

그저 무연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사는 게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마음에 생기가 없어’하고 남의 말 하듯 중얼거리곤 했다.
-길이 나를 불렀다 21p

산티아고 순례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면 대체로 ‘나의 외모는 허상을 추구해온 결과’(13p)를 돌아보며 길이 불러 떠나게 되는 산티아고 인 모양이다.  

 

 

여행이라면, 준비 없이 떠나서 어떤 돌발사건을 만난다 해도 그것대로 겪어보는 것이 나의 무지막지한 방식이었다. 하물며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여행이 아니었다.
나의 준비는 단 한 가지, 자신에게 ‘고독하라, 죽을 만큼 고독하라’고 일러주는 것이었다.
고독은 침묵을 요람 삼아 홀로 자존自存하는 상태이다. 흙 속에 파뭍혀 살지고 있는 고구마처럼 ‘되어져가며’ 사는 것이다. 크나큰 섭리의 품에 안겨, 스스로 넘치도록 강하고 편안한 것이다.
-고독하라, 죽을 만큼 35-36p 

 여행의 준비라고는 참으로 심플하라. 죽을 만큼의 고독이 준비물이라... 

그런데 처음 길을 나서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그 후 읽는 내내 불편하다  


‘내가 살아 있는 것도 기쁘고, 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것도 기쁘고, 자연의 이런 속살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기쁘고, 소똥 말똥도 기쁘고, 개돼지도 기쁘고.....내가 소똥이 되어도 기쁘고....’ 기쁘다 앞에 무엇을 갖다 붙여도 기쁘고, 나를 무엇에 갖다 붙여도 다아 기쁘다.
이슬라에서_ 네 번째 꿈 268p

 

대체   

이 늙은이의 아집이 길의 끝에서 어찌 되나 보자 싶은 심정으로 읽게 됐다.
길을 가는 중에 ‘성령에게 들리어진’ 그의 모습을 보며 간증을 하는 책으로 보는 크리스천이 많이 있지만 비종교인이 나로서는 ‘성령에 들리어진’ 사람이 세상의 작은 미물(微物)도 예뻐 보이면서 뻣뻣하게 길을 따라 나서더니 길을 가는 내내 동행자에게 여유 없는 마음을 가지면서 내내 까칠하게 구는 것이 참말로... 하면서  

 

혼자 여행을 떠날 때가 많아 동행자가 있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는데, 치타의 입장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산티아고에서의 40일 이후 기도로 40여 일을 보내고도 힘들었던 모자 속 이야기를 다 털어내지 못할 만큼의 어깨에 앉은 무게가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로서가 아니라 인간 서영은의 속내를 많이 들여다보게 된 이 책 불편했다.

단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인데 오랫동안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
공병각 글.그림 / 북스(VOOXS)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픈 사랑은 관절염같아서 비가 오면 쑤시고
이프다지..그래서 비오는 날은 싫다.
가끔은 나도 날 모르겠다.
가끔은 기쁘고, 가끔은 슬프다. 가끔은 날 생각하고
가끔은 당신을 생각한다. 사랑이란 달콤함을
갈구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프롤로그 中


이렇게도 책이 만들어질 수 있구나.
예쁜 글귀도 글귀지만 그 글귀를 이렇게 예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책이 나오기도 하는구나...하고.
인터넷 등에서 이런 글자체 참 예쁘다 생각했는데, 자모음이 겹쳐 읽기 어려운 부분이 연속적으로 읽으니 조금 힘들다.

 

 

 

 

그리고, 
사랑이고, 
이별이고,
나에게는 전부인 이야기이지만
‘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라고 했던가? 넘치는 사랑과 이별의 아픔이 그득하니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감정이 넘쳐 흐르고는 있으나 남녀의 감정이 혼선을 이루고 다소 엉뚱한 이야기가 또 이어 나오고 아무튼 집중이 힘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과 사진으로 보는 일본기행
권혁건 지음 / 제이앤씨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늘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임진왜란부터, 가깝게는 일제의 식민지 시절을 거쳤다는 이유로, 또는 가까운 나라의 경제발전을 알게 모르게 모델로 삼게 된다던지 하는 이유로,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느낀다. 이렇든 저렇든 일본에 관해 알지 못하면서 이야기 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또한 가까운 나라이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보던 책이 여러 권 있었다.

곧 일본을 가려는 친구에게 선물하려니 가지고 있던 책 중에 한 권 정도가 ‘절판’이라고 뜬다. 그래서 지난 번 알라딘의 일본 관련 추천도서에서 이름을 만나본 책이라 구입하여 먼저 읽어보게 되었는데, 웬걸 2000년 판 치고 일단 글자체 너무 촌스럽다. 이야기를 나누는 단원의 구성도 좀 그렇고...‘예술과 사진으로’ 라고 하기엔 사진도 요즘 디지털 사진의 좋은 화질에 비할 바가 안 되고 말이다.

그럼에도 글쓴이의 전공이 근대 문학쪽이다 보니 비교적 근대사에 가까운 역사적 사실을 상세하게 이야기 해주면서 찾아가는 여행의 뒷이야기는 읽을 만하다. 그러나 역시나 근대문학 전공이라 관련있는 작가들의 프로필이 끝 부분에 나와있는 것이....쩝... 아무래도 이래저래 집중력이 떨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의 우울’에서 미술에 관한 이야기로, 그 후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라는 산문집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어 시인 최영미로서가 아니라 글쓴이 최영미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보고 싶어서 읽게 됐다.

여행에 관한 내용의 1부에서 전과는 다른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유명한 곳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찌 보면 아집我執같이도 보이지만 내가 가고 싶어 하던 어떤 곳들을 여행하면서도 사진기 없이 다니는 것도 놀랍다. 몇 장의 영수증으로 짧은 문장의 감상들에서 느껴지는 so cool~~함이 시카고를 다녀온 감상을 쓴 ‘오바마, 문학의 승리’를 이야기할 때는 예전에 없이 흥분됨이 느껴진다.

2부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그림과 영화, 음악, 시, 소설 등을 두루 섭렵하며 감상이 적혀있다. 같은 그림, 영화들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것은 늘 그렇지만 색다른 느낌이다.
‘단돈 5천원‘(186p)하던 시절의 영화 감상들에서 느껴지는 뾰족함이 많이 사라졌다. 다르게 읽는 사람들은 무뎌졌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과는 다른 여유가 느껴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패션 표지모델 최영미 시인의 뒷이야기가 나오는 ‘집시 여인이 되어 떠돌다’가 재미나다.  

   

오븐에서 직접 구운 오믈렛과 팬케이크는, 와우- 아침부터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찾아온 보람이 있다! 단연 내가 시카고에서 맛본 최고의 음식이다. 이런 단순한 문장을 쓰는 내가 좋다!  
168p 
 

그렇긴 하다. 군더더기 없이 쓰여진 문장이 여전히 좋긴 하다.

하지만, 십 여년이 넘은 글과 함께 적혀 있어 작가의 생각의 변화를 읽을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옛글과 요즘 글의 합체로 조금 서걱그리는 느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