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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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우울’에서 미술에 관한 이야기로, 그 후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라는 산문집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어 시인 최영미로서가 아니라 글쓴이 최영미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보고 싶어서 읽게 됐다.

여행에 관한 내용의 1부에서 전과는 다른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유명한 곳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찌 보면 아집我執같이도 보이지만 내가 가고 싶어 하던 어떤 곳들을 여행하면서도 사진기 없이 다니는 것도 놀랍다. 몇 장의 영수증으로 짧은 문장의 감상들에서 느껴지는 so cool~~함이 시카고를 다녀온 감상을 쓴 ‘오바마, 문학의 승리’를 이야기할 때는 예전에 없이 흥분됨이 느껴진다.

2부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그림과 영화, 음악, 시, 소설 등을 두루 섭렵하며 감상이 적혀있다. 같은 그림, 영화들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것은 늘 그렇지만 색다른 느낌이다.
‘단돈 5천원‘(186p)하던 시절의 영화 감상들에서 느껴지는 뾰족함이 많이 사라졌다. 다르게 읽는 사람들은 무뎌졌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과는 다른 여유가 느껴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패션 표지모델 최영미 시인의 뒷이야기가 나오는 ‘집시 여인이 되어 떠돌다’가 재미나다.  

   

오븐에서 직접 구운 오믈렛과 팬케이크는, 와우- 아침부터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찾아온 보람이 있다! 단연 내가 시카고에서 맛본 최고의 음식이다. 이런 단순한 문장을 쓰는 내가 좋다!  
168p 
 

그렇긴 하다. 군더더기 없이 쓰여진 문장이 여전히 좋긴 하다.

하지만, 십 여년이 넘은 글과 함께 적혀 있어 작가의 생각의 변화를 읽을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옛글과 요즘 글의 합체로 조금 서걱그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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