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울지 않는다.
울 일도 별로 없거니와 어지간하면 참는다. 챙피해서.
근데 울컥했던 순간이 있다.
그 책을 읽으면서였다.
제6회 전태일문학상수상작품집 <항상 가슴 떨리는 처음입니다>
여기에는 수상작들이 실려있다.
나는 그 중 하종강씨의 글을 좋아한다.
아는 선배가 선물해주었다. 읽고 친구를 빌려줬다. 그후로 10년의 시간.
오랜만에 술을 먹고 친구집에 갔는데 아침에 깨서 멍하니 있는데 눈앞에 이 책이 보인다.
속표지. <94.12.30, 삶의 향기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 향기로운 꽃내음이든 땀에 절은 몸냄새든...>
뭐 대략 이런 소감이 적혀있다.
이미 누래진 종이들.
하지만 출근하면서 이 책을 다시 보는 동안 나는 또 울컥한다.
머... 이런 거다.
(노동운동 상담을 하는 하종강. 그의 사무실에 찾아오는 불한당 같은 이미지의 사내에 관한 이야기. 얄밉게 끼니때만 찾아와 짜장면을 얻어먹는 그에게 하종강은 계속 밥을 사준다. 어느날 저녁에 짜장면 살테니까 부천에 가자한다. 아는 형님이 중국집에 있어서 짜장면 두 그릇 정도는 부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서 또 밥을 사고 말았다. 그러다가 연말. 돈이 생겼다며 '자장면 한 그릇' 사겠다고 헐레벌떡 사무실로 들어온 그 사람.)
"그동안 내가 너에게 사 준 짜장면만도 열 그릇은 넘을 텐데 오늘은 짜장면 말고 다른 걸로 먹자."
그는 희자위가 보이도록 눈을 치켜뜨며 낮은 목소리로 따지듯 물었습니다.
"다른 거 뭐요?"
"최소한 볶음밥 정도는 먹어야지. 올해 마지막 날까지 그래 짜장면을 먹어야겠냐?"
"에이 그냥 짜장면으로 드시지..."
"아니다. 나는 꼭 볶음밥으로 먹어야겠다."
"그럼 저는 짜장면 먹을 테니 형님은 볶음밥으로 드십시요."
"너도 볶음밥 먹지 그래."
"아니요. 저는 짜장면이 좋습니다."
결국 짜장면과 볶음밥을 하나씩 시켰습니다. 잠시 후 음식 배달 온 소년에게 내가 재빨리 말했습니다.
"오늘은 이 친구가 계산한단다. 야, 너 빨리 돈 내."
그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데, 아, 100원짜리 동전 한 움큼이었습니다.
그의 큰 손으로 동전들을 헤아려 건네 주는데, 꼭 짜장면 두 그릇 값이었습니다.
"모자라는 건 형님한테 받으십쇼. 에이, 짜장면 두 그릇 값밖에 못구했는데..."
모자라는 돈 400원을 건네 주며 내가 물었습니다.
"너 집에는 어떻게 갈 거야? 걸어서 갈 거야?"
그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말했습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구요. 빨리 밥이나 먹읍시다."
그 해 마지막 날, 해 저무는 창가에 마주 앉아 아무 말없이 볶음밥을 먹으면서 나는 자꾸 목이 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