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1집을 처음 듣던 그 순간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으니까.

그로부터 15년도 더 지나 전역후 복학하고 나서였다.

친구들과 술을 한 잔 걸치고 노래방엘 갔다.

친구들이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우리'

나는 몰라서 가만 있었지만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물어물어 들국화 3집을 샀고, 1집과 2집도 샀다.

좋았다.

그의 새로운 노래를 애타게 기다릴 무렵, 새 앨범이 나왔다.

한상원과 만든 앨범.

좋기는 했지만, 기대만치는 아니었다. 뭔지 모를 아쉬움.

그리고 2002년 겨울에 새앨범이 나온다고 했다.

종종 들르는 음반가게와 종종 들르는 알라딘에는 소식이 없었고,

결국 앨범은 해를 넘겨 2003년 늦겨울(2003년 2월)에 나왔다.

'운명'

몇몇 노래는 그 이전부터 들었고, 또 어떤 노래는 다시 부른 노래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나에겐, 최고의 앨범이라 생각한다.

공연장에서 늘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며 절규했던 그는

그렇게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에 담아 세상에 던졌다.

'툭' 하고.

마치 '나는 이래. 나머진 너희가 알아서 들어.'라고 중얼거리듯.

그가 처음 내뱉은 말은 '사람들은...'이다.

그 어눌한, 자연스럽지 못한, 부드럽지도 않은, 남들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

그리하여 저 깊은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그 목소리.

물론, 공연장에서 그를 보면 예전같지 않은 체력을 힘들어하는 내색이 많다.

그럴땐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의 정신은 예전처럼 세상에 한 치 굽힘이 없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까닭에 그는 절실하다. 그래서 노래는 절실한 절규다.

노래하는 게 좋아서, 노래하지 못하면 죽을 것 같이 부른다.

그래서 듣는 나는 때로는 힘이 솟고, 또 때로는 힘들기도 하다.

전인권.

전인권.

전인권.

나는 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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