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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사랑하라 - 20세기 유럽, 야만의 기록
피터 마쓰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하지만 이웃은 사랑하지 않는다. 이 책을 고른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야만을 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야만적인 장면을 굳이 예를 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몸에 소름이 돋았던 것은 야만의 방식이다. 살인과 강간 역시 야만이기는 하나 인간의 악마적인 광기가 분출되는 것에 불과하다. 그보다 더 야만스러운 것은 인간 스스로 그러한 광기를 즐기는 것. 군인이 집에 들어온다. 군인은 딸을 강간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딸을 강간하라 한다. 아버지는 차라리 죽이라고 한다. 군인은 아버지 대신 딸을 죽인다고 한다. 아버지는 딸을 강간한다. 아,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 책을 읽는 것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다. 단순히 내가 학살자들과 같은 인간이고 희생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종군기자 피터 마쓰는 그 야만의 현장을 전쟁포르노라 했다. 그리고 나는 그 포르노잡지를 몇 푼의 돈을 주고 사서 보는 것이다. 분노한다. 그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들, 쓰레기만도 못한 자들을 욕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한다, 진정으로. 그리고 책을 덮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다음엔 무슨 책을 보나?’
인류를 사랑하기는 쉬우나 이웃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했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은 깨닫는 것은 꽤나 씁쓸한 경험이다. 내가 별 하나를 아껴둔 것은 사진 탓이다. 개인적으로 사진보다 글이 주는 힘을 믿는 편이기는 하지만 정도의 문제지 사진의 힘을 불신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사진은 몇 마디 글보다 더 위력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