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이솝 우화를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고전이 이런 내용이었던가 하고 갸우뚱했다. 웃긴 것이 뭐냐면 생각해보니 제목만 알고 있고 고전 동화의 줄거리는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제목만 머리에 남은 것인지 아니면 책은 읽은 적이 없어도 워낙 유명한 동화라서 제목이 각인되어 있던 것인지 영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줄거리를 확인해보니 이 그림책과 완전히 다른 내용은 아니었다. 이 책의 작가가 각색하여 다른 그림책을 내놓은 것이었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평소에는 당연시하였었던 도시의 일상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목가적인 시골의 풍경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서양 특유의 문화가 느껴지는 정신 산만 그 자체였다.
풍자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문화 차이인 것인지 개인 취향 차인 것인지 그냥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림도 너무 귀엽고 색감도 너무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매일 입고 다니는 오리털 패딩과 매일 먹는 고기 반찬.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을 통해 얻는 것들인데 안 입고 안 먹는 실천을 못하는 나.
그래도 계속 계속 읽어나갈 것이다.
위선적인 나의 모습을 직시할 것이다.
여러모로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고 무거운 그림책이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작가 소개란에 나와있는 사진들도 이 책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앵무새와 같이 찍은 사진이 압권이다.
코로나 시기가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시점에서 이 그림책을 읽으니까 기분이 묘했다.
아름다운 글과 번역 그리고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따스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모든 고통에는 그만의 의미와 가치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