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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세계사의 미궁
키류 미사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열림원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작가 키류 미사오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다. 바로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 동화1,2>의 저자였던 것이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키류 미사오는 두 일본여성 작가가 공동으로 만든 pen name 이었다. 정말 그 들이 내는 책들 만큼이나 독특하다. 그냥 각자의 이름을 쓰던지 하지 두명이 이름 하나를 만들어서 예명으로 쓴다니...
아무튼 처음에 책 제목만 봤을 때 나는 세계곳곳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미궁처럼 그런 실제 미궁 건물이라던가 미궁에 관한 전설을 모아논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너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생긴 오류였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나자 감이 잡혔다. 미궁=미스테리 미궁은 바로 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은유적으로 말한 것 이었다. 세계 곳곳의 역사속에 숨어 있는 조작되고 날조된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져 나가는게 이 책의 의의 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역사 속 인물들을 조금 끄적이다가 미스테리한 사건, 보물이야기, 심지어 사기꾼, 스파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키류 미사오씨들은 보물에 굉장한 애착을 보인다. 그저 그런 이제는 정말 한물간 보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장을 할애해 쓰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치스 보물은 따로 한장을 더 늘려 써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 보물 이야기가 1/3을 차지할 정도이니... 나름대로 책이 허술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저자들은 처음에는 어떤 역사속의 미스테리한 사건에 우연히 접하게 되어 소재를 catch 하였지만 그 문제들을 자세히 파헤치고 조사하기에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불리하였을 것 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모두 몇백 몇십년전에 서양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이며 작가들은 일본에서 책을 집필하고 있다. 그리고 자세히 읽다보면 몇 몇 소재들은 이미 다른 많은 미스테리물 책에서 언급되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작가들도 열의를 보이던 초심에서 멀어지면서 뒤로 갈 수록 이야기는 양적 질적으로 점점 저하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한가지를 지적하자면 제목이 영 엉터리인 것 같다. 세계사라고 해놓고 서양 이야기만 있다. '무서운 세계사의 미궁'이 아니라 '반쪽뿐인 세계사의 밋밋한 미궁' 이라고 지어야 했었는데 사실 그렇게 지어 놓으면 누가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사서 읽어보려고 하겠는가? 제목만큼은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상업적으로 잘 만든 것 같다. 제목처럼 내용에도 좀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