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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임지영 지음 / 형설라이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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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년이 지나고 2년이 흘렀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생명들이 저버렸다. 가정은 여전히 먹고 살기 바쁘고 사교육비 부담에 겨워 맞벌이 부부, 주말 부부, 기러기 아빠 등등 온전한 가족을 찾아 보기 힘들다. 변하지 않는 입시 교육 위주의 학교 환경과 무조건 남보다 성공하고 남보다 돈 많이 벌고 남보다 잘 살아야 행복한 것이라고 주입시키는 사회 분위기는 1년 그리고 2년 전과 다를 바 없다.
자살 사건이 벌어지고 나면 많은 사람들은 원인을 찾고 분석하려 든다. 그러나 그 뿐이다. 상처 받은 주변인들은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본인을 방어하고 가해학생과 그의 부모들은 처벌 수위의 여부에 관심이 있을 뿐 이미 죽은 피해자나 그의 가족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은 안전에도 없다. 제 3자들에게는 그저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너무나도 많이 발생한 학생 자살 사건들로 인해 이제는 불감증까지 생겨 버렸다.
다들 저마다 각자의 입장으로 성토하지만 정작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죽은 사람만 불쌍해져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들이 살아 생전 겪었을 공포, 분노, 무력감, 죄책감 등은 잠시 허공에 맴돌다 사라질 뿐이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데 학교가 바뀌질 않는데 가정이 온전할 수 없게 만드는 시대 상황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 가는 학생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위선이자 가식으로 포장된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