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을 던지고 싶다 - 아동 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
너울 지음 / 르네상스 / 2013년 3월
평점 :
최근 국정감사 기사를 보면 성폭력 사건은 해가 갈수록 늘어 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처벌은 솜방망이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죄의 성격 상 신고되지 않은 사건들까지 감안한다면 아직도 성폭력은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반해 적절한 사회적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전자발찌, 화학적 거세 등 부수적인 대안책이 나오고 있지만 과연 실제로 얼마만큼의 효용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성범죄는 타 범죄에 비해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고 성범죄 예방 및 성교육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각설하고 이 책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저자의 성폭력 경험담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몇몇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에게 강간을 당한 저자의 경험담이 마치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아니 그랬으면 오히려 좋겠다) 싶을 정도로 좀 충격적이었다. 한 사람에게 이렇게 비참한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일어 날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같은 여자이지만 사회적으로 알게 모르게 배어진 나의 편견 및 이중잣대는 저자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졌다.(이런 글을 저자가 읽게 된다면 피눈물을 흘릴테고 그래서 미안하지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어찌 되었든 저자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이다. 돌을 맞아야 할 자는 '그녀'가 아니라 '그xx'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어찌 아직도 이렇게 돌아가는 걸까? 바로 어제 모중학교에 근무하는 시인 겸 교사가 여중생을 성추행하여 진상조사를 하였는데 가해자는 성적인 의도는 없었고 격려차원에서 뽀뽀를 하였다고 진술 했다. 모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다수의 미성년자들과 성관계를 맺고 동영상을 찍어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성범죄도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하는 잘못된 사회 인식(나 조차도 할 말이 없다.)과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 피해자에 대한 보호 대책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책이 특별히 흥미롭고 재미있고 유익(?)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감추고 싶어하는 치부, 그래서 더 활짝 들러내야 할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재조명하고 재인식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추천하고 싶다. 다 알지만 모른 척 덮어만 두기에는 어둠의 늪에서 고통 받고 허우적 거리는 가련한 딸들이 너무도 많다. 이 점을 '그xx'들은 알고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