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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양윤옥 옮김 / 작은씨앗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예전에 한창 유명했던 책인데 이제 읽게 되었다. 사실 읽기 전에는 다이고로가 양팔과 다리가 없는 기형 원숭이라는 사실을 몰랐었다. 태어난지 이틀 된 원숭이를 데리고 온 남편 부분에서는 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사항에 마음이 불편했다. 책 어디에도 다이고로의 육아(?)를 남편이 전담했다는 내용이 없다. 오로지 부인이 씻기고 먹이고 배변훈련이 안되어서 여기 저기 똥, 오줌 싸는 것을 부지런히 치웠다고 적혀 있다. 몸이 약한 부인에 대한 배려심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는데 남녀가 평등하게(아니 오히려 남자들이 가사를 전담하는) 가사노동을 하는 중국에 반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아직까지도 가부장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리고 다이고로를 비롯한 많은 원숭이들이 사람이 먹는 음식을 받아 먹고부터 기형적으로 태어났다는 글을 읽고는 참 착잡했다. 사람도 원숭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진데 원숭이들에게 이렇게 이상현상이 생겼다면 사람에게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단 이것은 일본만의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산업사회로 인한 많은 환경오염과 훼손,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등 어찌된 일인지 세상은 수많은 경고를 통해서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멸망의 끝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돌진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의식 있는 개인과 단체들이라도 나서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크나큰 재앙이 끊이질 않을 것이다.
다이고로는 3살에 폐렴으로 죽었다. 일본원숭이의 수명을 찾아보니 25~30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된다. 애완견들도 사람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자신이 사람인 줄로 착각을 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 과연 동물들의 감정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개한 것일까? 미개하다고 믿고 싶은 것일까? 평소에 애완동물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는데 단지 힘없는 동물이라고 해서 사람들 마음대로 그 생명들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동물에 대한 비윤리적 일들이 너무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반성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장애를 지닌 원숭이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고 노력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 부분에서는 뭔지 모를 감동이 밀려 온다. 생명이란 이렇듯 경이롭고 존위성을 가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절망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그것이 생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이다.
글쓴이가 남편이 회사를 은퇴하고 나서 남편의 고향에서 여관을 운영하며 제 2의 삶을 시작했다는 내용에서는 이 책이 출간된지도 꽤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딱히 자세하게 나오는 내용은 없었다.
주인공은 초등학생 때 히로시마 피폭으로 인해 많은 친지를 잃고 본인도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 분노와 원한이 책 곳곳에서 나왔는데 누구에 대한 원망이었던 것일까? 미국? 일본? 일본은 전범국가로써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하고 있지 않고 미국은 자신들이 가진 전쟁무기로 너무도 쉽게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국익과 저울질하고 있다. 실체는 없는데 결과적으로는 악의 축들로 인해 피해는 엄한 약자들이 보고 있다.
얇은 책 한 권을 통해서 많은 생각들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