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소설은 순식간에 읽었는데, 리뷰에는 어떤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한참을 망설였다.


이 글을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풀고, 또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그런 책이었다.

마치 내가 주인공 김병수인양, 뇌에 어떤 문제라도 생긴 그런 느낌이었다.



이 책을 곱씹으며 음미했던 것은 스토리 라인이나 서사에 대한 평가 따위가 아니었다.


생과 사, 삶과 시간.

이러한 일련의 테마에 대해 사춘기 이후로 막연하게 가져왔던 고민들

극심하지는 않지만, 남몰래 앓고 있는 불안장애에 대한 반추. 뭐 그런 것이었다. 


특히 ‘살해당하는 것’이 가장 끔찍한 죽음이라고 말하는 
살인자의 독백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스무 살 겨울에 읽고 며칠은 가위눌림과 악몽에 시달려야 했던 
만화 『몬스터』나 『20세기 소년』에서 느꼈던 공포와 흡사한 감각이었다.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순수한 악’, 그 자체의 부류. 그것을 직면하는 순간의 섬뜩함.


평소에는 생살이 찢기고 터지는 시각적인 공포를 더 못 견디는 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런 작품(심리적인 불안을 야기하는)을 접하고 나면, 언제나 속이 매스껍다 못해

종내에는 꿈자리까지 뒤숭숭해지는 공포를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런 역경 속에서도(?)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것이

이런 유의 소설이 주는 매혹이라고 생각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중 단연 최고였다.


** 

최근에 ‘소설은 무조건 재밌는 책만 읽는다’라고 말하는 지인이 물었다.

“김영하 작가님 신작 읽었어? 어때?”


나는 대답했다.

“진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말야. 그 음식을 내가 먹고 있는데도, 
줄어가는 남은 양을 보면 울컥할 때가 있거든. 그 느낌이었어,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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