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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권하게 된다면, 아마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할 것이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그의 손에 책을 얹어주는 것으로 권함을 대신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스스로 읽고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자신의 가슴 속에 받아들여할 그 무엇인가가 작품 전체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나의 소견을 밝힌다는 게 어쩌면 이 작품을 모독하는 일이 되지는 않을런지 굉장히 염려스러울 정도지만, 그래도 조심스레 그 분위기 정도라도 다른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이 리뷰를 쓴다.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한 첫 날부터, 나는 '같은 장면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으로 몸서리를 쳤다.
따뜻한 아랫목에 묻힌 나른한 느낌이라든지, 밤새 엄청나게 내린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산골 마을의 풍경이라든지 하는 부분은, 굳이 이 곳에 옮기지 않으련다. 작품의 줄거리를 말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단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토록 세밀하고 감각적인 표현, 그토록 은밀하고 고백적인 표현들은 보기 드물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 내가 온전히 잠겼다가 빠져 나온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을 경험하고 싶은 분이라면, 읽으시길 바란다.
어쨌든 나는 일종의 문학적인 충격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 아직도 가슴이 얼얼하고 하얗게 눈 덮인 산골 마을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다시 한 번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