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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산도르 마라이'라는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는 분명 아니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엔 당신의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내가 왜 아직 몰랐던가!'하며 무릎을 칠 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흙 속의 진주처럼 이제서야 찾게 된 '보석'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러했다.
요즘처럼 이야기꾼은 넘쳐나지만 진정한 작가를 찾기 힘든 때에, 우연히 사서 읽게 된 <열정>은 책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소설책이지만, 철학책을 읽는 느낌마저 안겨주는 작가는 흔치 않다. '산도르 마라이'는 바로 그 '흔치 않은 작가'인 듯 하다. 사회상을 알려주고 시대의 흐름을 알려주는 '이야기'는 많다. 재미있고 슬프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많다. 요
즘 크게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소설이나 서점가에 즐비한 소설들이 거의 그렇다. 작가들은 모두 이야기 짓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게, 독자들이 눈을 돌리지 못 하게, 신경을 자극한다. 숨차게 이야기를 몰아간다. 재미있다. 그러나 책장을 덮고나면 가슴 속 깊이 남아야 할 그 무엇이 좀 부족한 듯 하다. 아쉽고 허전하다.
그런데 이 <열정>은 좀 다르다. 작가는 이야기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풀어놓는다. 이야기 보따리의 매듭을 끌러놓지도 않은 채, 손을 보따리 속에 집어넣고 조금씩 조금씩 손아귀에 잡히는 대로 끄집어내어 보여준다. 주인공들의 내면을 현미경 놓고 들여다 보듯이 깊숙히,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다 설명하는 듯 하면서도 독자의 몫은 정확히 남겨둔다. 바로 그런 점이 책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두 청년의 성장과 한 여인의 이야기로 간단히 이야기할 수도 있는 소설이지만, 이토록 인간의 내면을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작가만이 가진 역량일 것이다. 진지한 성찰과 깊이를 가진 '고전'이다. 나이가 먹어도 예전에 읽었던 고전을 다시 펼쳐들게 된다. 새롭게 나오는 소설은 차고 넘치지만, 고전을 두고두고 읽는 까닭은 고전만이 가진 진정한 인간의 모습과 작가의 살아 숨쉬는 철학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안타깝게도 진지한 작품이 드물다. 예의와 품위를 지키려는 소설도 드물다. 뼈아픈 고뇌가 보이는 소설도 드물다. <열정>은 진지하다. 그래서 반갑다. 독자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