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컴퓨터를 켰다가 하릴없이 미니홈피를 돌아다녔다. 링크 투 링크. 수년간 연락하지도 않고 안부도 궁금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소식을 제한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하면서 20분간의 회람 끝. 인정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확연히 또래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슷한 배경음악, 비슷한 문화적 취향, 비슷한 삶의 고민들. 평균으로 산출되는 나의 정체성. 그래서 안심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다.
며칠 전에 연락않고 지내던 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자기가 뜬금없이 연락해서 부담스러웠냐고, 그것부터 물었다. 하긴, 내가 그의 전화를 받을 때 놀라기는 놀랐었지. 헤아려보니 10년의 시간을 알고 지낸 그에게서 내가 그동안 들은 얘기라고는 연애했다가 헤어진 얘기밖에 없으니. 하마터면 그에게, 나란 인간은 오지랖은 넓지만 인내에는 한계가 있어서 누구랑 헤어져서 그토록 오랫동안 마음 아팠다는 얘기를 6년이나 들어줄 재간은 없다고 말할 뻔했다. 어쨌든 그는 훨씬 좋아보였다. 며칠 전에는 대낮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문득 가슴을 치며, 아 내가 나를 참 많이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했으니. 근사한 발견이다.
그도 나와 또래이다. 노래방에 가면 비슷한 노래를 부르고, 안주로는 골뱅이나 한치구이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읽은 책도 비슷하고, 학교시절 경험도 비슷하다. 그런 그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나 자신을 학대하는 지경은 아니지만 가끔 못미덥고 얄미울 때가 있으니, 언젠가 청명한 가을날에 가슴을 퍽퍽치며 느닷없이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게 될 지 모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