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의 1/4분기를 넘어서는 지금, 올 해 나의 계획들은 여지없이 하나 둘 무너지고 있다. 기록 소홀은 물론이고, 새벽 학원도 이번 달은 간 날을 세기 민망할 정도, 아침 지각은 더 이상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 뻔뻔해지고 있다. 이것들을 다시 추스려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인가, 그냥 이대로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계속 갈 건가에 대해 타이핑을 하면서 삼초 동안의 고민을 한다.

며칠 전에는 왜 그랬는지 기분이 좋아서, 아니 좋은 척 한건가, 삼겹살 집에 들어가서는 많이 먹고,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게 남는거다라는 급조한 신조를 내세우며 미친듯이 마셨다. 사실, 그 날은 그렇게 먹고 마신지 연달아 열흘은 족히 넘는 날이었다.

그런 날들 가운데 영화제 상을 탔다는 브록백 마운틴도 보고 크래쉬도 보았고, 고창 선운사며 청보리밭이며 안면도 적송과 신두리 사구를 돌아다니기도 하였고, 남산이며 박물관이며 이슬람 사원이며 서울 나들이를 다니기도 하였고, 연인원으로 세면 한 오십명은 넘을 듯한 사람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다. 그 와중에 카드사에서는 "배우자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며 상품안내 메일을 보내와 지나간 박의 생일을 상기시켜주기도 하였다. 음력인 박의 생일을 기억못할까봐 부러 기념일 체크란에 박의 생일을 입력해 둔 것이 오늘날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그 와중에도 사무실에 있는 시간에는 미친듯 전화받고 회의하고 문서를 작성하였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러나 그러는 가운데 책은 한 줄도 안읽었다. 

아침이 되고 또 하루밤을 보내고 나면 4월이다. 나도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다. 자알 지내고 있다. 문제는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는 거다.

이른 봄을 맞으러 돌아다닌지 2주째다. 봄꽃 한 두 송이, 새 잎사귀 몇 잎을 본 게 전부다. 마음만 바빠 정신없이 지내는 내 모양의 압축판이다. 오늘이 지나면 한 며칠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다 보면, 깜짝 놀랄만큼 빨리 봄은 왔다 가버릴 것이다.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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