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는 티비도 불도 끄지 않은 채로 잠이 들었다. 새벽 네 시, 잠깐 잠에서 깨어 티비를 껐다. 다섯시 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하며.
결국 다섯시 반은 커녕 지각을 겨우 면할 수 있는 시간에 일어났다.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유가 뭘까, 물 한 잔을 마시던 중 조금 전에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박이 내 꿈에 나온 건 몇 년만에 처음이다. 박은 내게 뜬금없이 그동안 써놓은 글이 있으면 좀 보내달라고 했고, 난 없다고 했다. 그러자 박이 화를 냈고, 나는 왜 난데없이 연락해서 글을 내놓으라고 하냐고, 그리고 부탁하는 네가 왜 먼저 화를 내냐고, 했다. 그리고 끝.
예전에 만났던 방식 그대로, 꿈 속에서조차 그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대로인 나와 그의 관계, 내 안의 관계는 그저 그렇다.
이게 다 엊그제부터 입안을 맴돌던 싯구때문이다.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아침이다. 하지만, 오늘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