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은행에 갔다가, 새로 통장을 하나 만들면서 인터넷 뱅킹에 가입했다. 가입신청을 하고 24시간인가 이내에 인터넷에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하길래,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등록을 하였다.
등록을 하고 보니, 계좌가 3개가 떴다. 자유입출금 통장 하나, 청약통장 하나, 그리고 대학 때 쓰던 통장 하나!
대학 때 쓰던 통장.
하숙비며, 월세며, 책값이며, 용돈이 들락날락 하던 가벼운 통장. 대학 입학 할 때 좋아하던 연예인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만들어 썼던, 중고등학교 때 강제로 들었던 적금통장 외에 가장 처음으로 만들었던 통장.
몇 년 동안 까맣게 잊고 지낸 그 통장에 몇 십만 원의 돈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모니터를 보던 나는 두 팔을 벌리고, 쾌재를 불렀고, 사무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어 마법의 순간을 지켜보았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니까, 사람들은 몇 백만 원도 아닌 것을 뭐 그리 좋아하냐고 하였지만, 모두들 한 턱 쏘라는 등 매우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몇 천 원 빠진 오십만 원이 들어있는 그 계좌를 몇 번이나 살펴보다가 이것으로 뭘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엠피쓰리도 새로 하나 사고 싶고, 일본에 있는 동생을 만나러 갈 때 비행기값으로 써도 좋을 것 같고, 몇 년 동안 별러왔던 책상을 하나 사도 좋을 것 같았다.
며칠 째 그 고민을 하다가, 다른 휴면계좌 찾기에 돌입. 들뜬 마음으로 조흥은행을 방문했으나 거기엔 단돈 6000원만 남아있었다.
그로부터 한 일주일은 족히 지난 지금까지. 휴면계좌는 그대로 우리은행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돈은 아무데에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몇 년만에 찾아 온 금전적 행운. 그걸 잊고 지냈던 것처럼 선배들 말처럼 제2금융권에 넣어두고, 정말 나중에 필요할 때, 그때 찾아 써야지! 한다.
근데, 어떻게 나는 그 통장에 있는 돈을 모르고 살았을까? 언젠가 누가 슬쩍 입금해준 걸까? 그 돈의 출처는 대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