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아스 라인>을 보고 안토니아식 유토피아를 꿈꿔 본 사람이라면 <메종 드 히미코>를 보며 그 유토피아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혹은 얼마만큼 가까이 왔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안토니아가 자신을 포함해 세상 외롭고 험한 것들을 불러 모아 그들의 세계를 만든 것처럼, 그리고 그 세계와 다른 세계를 아우렀던 것처럼 <메종 드 히미코>의 히미코(실제 이름은 이와 다르지만 기억나지 않음)는 이래 저래 사연 많은 게이들을 품고, 고고하게 세상과 소통한다.

나의 세계를 부수지 않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세계. 그것이 가상의 세계일지라도 그것을 꿈꾸는 순간의 달콤함은 부인할 수 없다.

영화는 단적으로 말하면, 히미코의 세계와 일반(!)의 세계를 넘나드는 인물로 죽어가는 히미코와 애증관계인 딸 사오리를 배치하고 그녀가 히미코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당연히 그녀가 이해하게 된 건 히미코 뿐은 아니었다. 

발랄하게 현실을 뛰어 넘은 영화,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유토피아를 다시 꿈꾸게 한 영화, 그리고 서로 다른 것들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보게 한 영화, <메종 드 히미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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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하나를 기록한다. 

<메종 드 히미코>에 사는 은행원출신 게이는 드레스를 입고 싶지만 현실에서 입을 수가 없다. 손수 하얀 드레스를 만들어 놓고, 사오리에게 "관 속에 들어갈 때 꼭 입을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사오리는 그때까지 기다릴 게 뭐 있냐며 지금 차려 입고 춤추러 가자고 한다. 그 은행원출신 게이는 곱게 단장을 하고 클럽에 갔다가 사오리에게 속삭인다. "저 화장실 좀 같이 가주겠어? 여자화장실은 처음이라서."   

화장실에 간 그는 이제 거울을 보고 있는 참이다. 그가 사오리에게 말한다.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게 뭔 줄 알아?....... 화장실에서 화장 고치는 거야." 관객들은 사오리와 함께 실소를 터뜨렸지만, 그는 진지하게 입술화장을 고치고, 사오리는 이해한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사오리의 <메종 드 히미코>에서의 첫 저녁식사*

* 1월 24일 저녁 8시 10분. M과 시네코아에서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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