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까지만해도 나는 아침 9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9시 30분까지 출근인데 기적과도 같이 사무실이 집근처라 빨리 걸어가면 15분, 좀 천천히 가면 20분 걸린다. 9시에 일어나서 대강 씻고 옷입고 나가면 그냥 저냥 갈만했다. 나도 안다. 게으른 거. 근데 조금 변명을 하자면, 원래 학교 가까운 데 사는 애들이 지각 많이 한다는 경험적 결과들이 존재하지 않은가.

어쨌거나 돈으로 음력 새해 결심을 산 후, 나는 어제 오늘 이틀째 새벽에 일어나고 있다. 커튼을 다 열어도 여섯시는 깜깜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괜히 몸보신 해야 할 것 같아서 술집에서 먹다가 싸온 과일 안주를 믹서에 갈아 마셨다.

6시 20분 경의 3호선은 한산하고 그렇게 붐벼대던 을지로 3가며 종로 2가의 거리도 한산하다. 불꺼진 상가들 사이로 청계천 조명이 황망하다. 그리고 학원가의 몫 좋은 카페들은 그 새벽에 개점준비를 하고 있다.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겨우 앉아나 있는 내가 좀 민망하긴 하지만, 그네들 틈에 앉아 있는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다.  어쨌거나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은 오늘까지 지켜지고 있고, 공부를 해서가 아니라 결심이 지켜지는 것 때문에 기쁘다. 주 3일, 73,500원의 힘이다. 

오늘 아침엔 집안 공기마저 매우 쌀쌀할 정도로 날이 추웠다. 샤워를 하고 가장 두꺼운 겉옷을 걸치고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종로 횡단보도에 나를 포함한 세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6시 40분. 6차선 길 위로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가 다가온다. 얇은 작업용 잠바 한 장을 걸치고 리어카를 끄는 할아버지를 힐끔 보고는 고개를 돌린다. 휘청휘청 리어카는 사거리를 지나 낙원상가쪽으로 향한다. 폐지는 다 팔면 얼마나 받을까 계산해 보다가 그만둔다. 어떤 사람은 73,500원으로 결심을 사고는 뿌듯해 하며 새벽을 맞고, 다른 사람은 또 그렇게 새벽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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