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보다 모처럼 일찍 출근하여 정시에 도착하는 기염을 토한 월요일 아침.
컴퓨터를 켜고 커피를 타러 갔다 돌아왔는데, 컴퓨터가 아직도 부팅이 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모니터랑 연결선이랑 확인을 해보았는데도 역시 그러했다. 몇 번 껐다 켜 보니 전원와 연결, 모니터의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렇담 OS가 깨진 것?
설마설마했다. 물론 나의 컴퓨터는 내가 워낙 이상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깔아놨기 때문에 바이러스도 많고, 악성코드도 많았지만 그냥 그때그때 어떻게 해결하면서 1년이 넘게 버텨왔던 터였다. 그래도, 나는 설마했던 것이다. 좀 한가해지면 내가 포맷도 해주고, 깨끗하게 써 줄게, 하며.
사무실의 컴퓨터 담당자가 와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운영프로그램을 새로 깔아야 된다고 해서 운영프로그램 CD를 넣으니 부팅이 되지 않았다. 결국, 컴퓨터는 동네 컴퓨터 수리점으로 긴급이송되었다. 어쨌든 포맷을 해야한다고 하면서 나에게 어떤 자료를 백업할 것이냐고 묻는다. 대강 몇 개의 폴더를 가르쳐 주고 나서 생각해보니 사용빈도가 잦지는 않았지만 고양이손으로 모아놓은 뭔가 꼭 필요할 것만 같은 파일들이 백업대상에서 제외된 것 같아 마음이 고통스럽다. 물론 잘 보지도 않고, 어느 폴더에 넣어 두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지만.
그래, 이런 식인 거지. 하면서 체념하고 있는 중이다.
마침 주변 정리를 하려고 할 때, 내 의지보다 언제나 백 발 쯤 느린 행동으로 인해 갑자기 정리가 되어 버리는 상황들. 이왕지사, 잘 되었다 싶다. 컴퓨터는 빨라봤자 오후 세 시에나 올 것이고, 정리하려고 했던 책상, 오늘 치우면 될 것이고, 없어진 파일들은 어차피 잘 보지도 않았던 거 그냥 깨끗이 잊어버리면 된다 .그리고 이렇게 중간중간 남의 컴퓨터에서 블로그에 잡설이나 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모처럼 의기충천하여 출근한 월요일에 뭔가 바스라진 것만 같은 계획들에 속이 쓰린 건 사실이다. 컴퓨터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얘기 많이 했지만, 영화 속의 대재앙은 아니더라도 나름 큰 재앙을 겪은 오늘 아침. 대재앙을 막기 위해 컴퓨터를 어서 없애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