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날씨 맑고 추움.
오랜만에 스케줄이 있는 일요일을 보냈다. 오전에는 알찬 부업을 하고, 오후에는 선배를 만나 같이 선배가 이사할 집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중간에 시간이 좀 비어서 다소 난망했으나, 아무렇게나 점심을 챙겨 먹고 나니, 그리 난망할 것까지도 없는 시간이었다.
1.
이제 마흔이 거의 다 되는 선배는 처음으로 자기가 독립해서 살 집을 구하는 중이다. 그와 함께 보낸 시간도 10년이 되어가니, 대강 그의 삶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이 집, 저 집 떠돌면서 사느라 눈치밥도 많이 먹었을 테고, 그만큼 마음 고생도 했을 터이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리 비비고, 저리 비비고 해서 이만큼 살아왔다.
내가 그의 전부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의 이런 면을 좋아한다. 하나, 남들 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고, 둘, 자기가 얼마나 꿈이 많은지 아냐며, 자기가 깨어 있을 때 꾸는 꿈은 자면서 꾸는 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멋지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좋다.
2.
처음으로 복덕방에 가보고, 당황스러워하는 그에게 부족하나마 나의 10년 이사이력을 죄다 고했다. 언젠가 집을 구하다 구하다 여의치 않아, 어느 산동네에 올라가 수많은 집들을 보며,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나 하나 살 곳이 왜 없냐고 울먹였던 일도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한 사흘 더 고민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선배가 우리 동네로 이사와서 가끔 늦은 밤이나 혹은 이른 아침에 같이 아무 부담없이 놀았으면 좋겠다.
3.
무슨 신병이 났는지, 근 열흘간 몸이 근질근질하다. 사실,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뭘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나를 발견한다. 예전에는 똑부러지게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마도, 똑부러지지는 않아도 어디가서 일못한다는 소리는 안듣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전혀 만족이 안된다. 일은 하면 되는 거고, 일 속에서 아무리 창의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조직 속에서 하는 일이 온전히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마도 나는 꽤 오랫동안 현실과 너무나 맞닿아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상상으로 하는 일을 하고 싶은가 보다. 딱 생각만큼 더디게 바뀌는 세상이 너무 지루한가 보다.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