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27일 아직 오전 11시 50분. 날씨 맑은 편.

공식적으로 내일 모레인 월요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다. 여름 내내 볶아치느라 여름 휴가를 이제야 가게 된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할 때는 몰랐는데, 휴가를 가려니까 또 사무실 일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미친 거 아닌가 속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며칠 전에야 호치민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겨우 구했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워낙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보니 처음으로 호텔 예약도 하루치 해두었다, 어제밤에. 하지만, 제대로 예약이 되었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뒤늦게 주문한 베트남 관련 책들은 어제에서야 다 도착을 했고, 책을 보니, 내가 놀러 가겠다는 건지, 뭘 하겠다는 건지 헤깔린다.

사실, 오늘은 사무실에서 행사가 하나 있는 날이다. 이것 때문에 비행기표도 늦은 시간 것으로 끊었는데, 어제 두 시까지 야근하고, 준비물 좀 챙기다가 늦잠을 자버렸다. 동료에게 전화를 걸고, 한참을 마음 졸이다가 그냥 나는 참석을 안하는 것으로 했다. 나를 이해해주기는 했지만  이 찝찝한 마음은 어디 비할 데도 없다.  정신없는 이른 아침을 보내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마음을 바꿔먹기로 했다. 짐을 챙겨 미용실로 가서 머리를 다듬고, 죽집에 가서 죽 한 사발을 사먹었다. 그리고 정말 평온한 양, 비상약도 사고 이것 저것 빼먹은 물건들도 더 챙겨 넣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사무실이다. 출발 시간이 될 때까지 일을 더 정리해 놀 생각이다.

아, 그래도 너무나 찝찝하고 기분이 안좋다. 항상 이런 식이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어디 여행가는 것도 일이다. 여행가기 전날 새벽까지 야근하는 것은 이제 관습처럼 굳어져 있고, 허겁지겁 버스든 비행기든 타고 한참을 가서야, 드디어 떠났구나 하니까. 다시 한 번,  미친 거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괜찮은 여행이 될까, 어떨까, 지금 나는 괜찮나.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으로 편입되는 순간, 아마 나는 괜찮아질 거다.

에라이, 가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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