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을 꾸역꾸역 하고 있는 걸 보니, 정말, 과히 정상이 아니다 싶다. 일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오래 전 부터 내 생각과 마음과 능력의 일부는 고정되었다. 그리하여 정진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 것만 같다. 나머지 생각과 마음과 능력은 정진하려고 하나 그 어떤 일부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꾸역꾸역이다. 그래도 이만큼이나 하고 있으니 기특하지, 라고 칭찬해줄만도 한데, 나의 나태함과 나의 우유부단함과 나의 미련이 밉다.
오늘도 꾸역꾸역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꾸역꾸역 끌고와서, 겨우, 구정 설 전에 맞추어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너무 심각한 손해를 입었지만, 그나마 끝낼 수 있는 게 다행이지 싶다.
아무래도 파주는 가지 않는 게 좋았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고, 아무래도 아무래도 뭔가가 잘못되었거나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어떤 과거도 뭔가 남기기 마련인데, 이런 정도의 시시함이라니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진심이었던 어떤 순간들에도, 과연 그랬을까, 나 스스로에게조차 의심이 생긴다. 입춘도 지나고 이제 곧 설이니, 좀 털고 가고 싶다. 이끌려 가고 싶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지난 판에서 이끄는 패는 내 패가 아니었던 것 같다. '지난 판'이라고 쓰니 좀 위안이 된다. 잘못되었거나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은 다 '지난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