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다. 나는 꽤 잘 지내고 있다. 지난 일요일 아침은 얼마나 황홀하게 완벽하던지 하마터면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 꽥 소리를 지를 뻔 하기도 했다. 아침바람이 드는 창 밑에서 한참이나 건전하고 착한 책을 읽고, 한 달만에 가스렌지에 불을 켜고, 팔이 덜덜 떨리도록 오이지를 짜내고, 밥을 먹고, 탁탁 소리나게 빨래를 널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 몸을 흔들었다. 그 일요일이 있기 전까지는 정신을 차린 채 회의에 참석하고, 수첩에 빽빽하게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착착 해나가기까지 했다. 이 당연한 모든 것들과 나는 얼마나 오래 헤어져 있었던 걸까.
얼마 전 정이 내게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뜨거웠는가, 라고. 나는 누구에게도 뜨거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은 허수경을 물었는데 왜 안도현을 대답하냐고 했다. 어느쪽이라도 맞는 말이다. 나는 뜨거웠을 수도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무엇이 되었건 간에 이번 여름이 무척이나 뜨겁고 더웠던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여름이 지나간다. 가을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뜨거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하고 순정적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비아냥거리면서 사는 것보다는 훨씬 힘들 것이다. 한동안 배우는 것을 경시했다. 모든 열심히 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