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일 아침. 집을 나서는데 "아, 겨울이 끝났구나"라고 저절로 느꼈다. 왠지 모를 아쉬움에 출근길이 허전했다. 오들오들 떨지도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추운 날씨가 그리웠다. 추운 걸 못견뎌 했으면서도 막상 봄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건 대체 무슨 바보같은 생각일까. 항상 이런 식으로 계절의 변화를 맞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산에 올랐다. 수요일의 바보같은 아쉬움을 놀리기라도 하는듯 뺨이 얼얼하게 바람이 매웠다. 그래도 또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폭한 날씨가 되겠지. 나뭇가지는 기다렸다는 듯 꽃망울을 펑펑 터뜨리겠지. 낙엽이 덮힌 땅 사이 사이로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겠지. 이렇게 또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그러다 어느날 아침 갑자기 후덥지근해진 공기를 느끼고는 지난 봄을 그리워하겠지.
- 불규칙했던 나의 일상이 조금씩 규칙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드는 가벼운 불안감. 그것들도 계절이 변하는 것과 같은 것일 것이다. 누군가는 규칙적으로 변해가는 나의 일상을 보며 어른의 세계로 가버린 것 같다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지만, 나는 좀 담담해지려고 한다. 이번에는 좀 담담하게 이런 시간들을 가져보려고 한다.
- 열에 들뜬 밤처럼 뜨겁던 날들이 지나고,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날들이 남았다. 그리고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다는 것이 평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 계절이 바뀌는 이상한 기운, 불규칙 속에 자리를 트는 새로운 규칙들, 평온함을 가장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마음. 이 시간이 지나면 뭔가 다른 시간들이 온다는 걸 이제 알겠다. 이 야릇한 시간이 지나면 나는 또 달라져 있을 거다. 어떻게 달라져 있을 것인가가 두렵긴 하지만, 정체되어 있지 않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
- 엄마는 내게 행복하냐고 물었고, 나는 대체로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룸메이트는 내 삶이 너무 날이 서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고, 나는 대체로는 그렇지가 않아서 괴롭다.
- 이 모든 것들이 2008년의 봄을 기다리는 나의 상태이다. 대개의 경우에 나는, 아직도 잘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