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프트를 원했건만, 쉬프트를 위한 그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미천한 인간을 위해 신은 시간이라는 선물을 주셨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술을 마시고, 샤워를 하고, 청소나 설거지를 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을 하는 데에만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물론 최소한의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결심을 해야하긴 했지만, 결국 그 시간들은 용기따윈 없는 생활인에게 쉬프트보다는 훨씬 감당할만한 노멀한 프로세스를 따르게 하였고, 마침내 더 이상 스스로를 볶아치지 않아도 되는 어떤 상태에 이르게 했다. 이 수동태와 싸구려 단어로 점철되는 형편없는 문장. 실은 이것이 현재 나의 상태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러나 다행인 일인 것이다.

금연이 아닌 휴연, 식생활의 정상화를 찾기 보다는 그저 개수대에 설거지를 쌓아놓지 않겠다는 것, 벗어 놓은 옷은 바로 제자리에 걸어놓겠다는 것, 매일이 아닌 이삼일에 한 번 공부하겠다는 것과 같은 대단치도 않은 계획들. 이 사소한 계획들을 지키는 데에도 끙끙거릴 정도로 일상생활의 질서를 잃은 성인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는 변태적 쾌감.

시간이 만들어 준 평범한 과정을 따라갔던 지난 한 달 동안 내가 얻은 것은 현재 나의 모습에 대한 3D맵. 그리고 마음의 평화. 쫓기듯 떠났던 2박 3일의 여행보다 값진 결과. 이건 결코 나쁘지 않다,에 체크할 문제는 아니라고 자족하는 수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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