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본 <카모메 식당>에는 얼굴만 보면 웃을 수밖에 없는 아주 사랑스런 여인, 미도리가 나온다. 짧은 기억력이 한탄스럽지만, 왜 핀란드에 왔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대강 이런 대답을 했다.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니 떠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미도리의 말에 공감하며, 애써 떠나고 싶은 욕구를 꾹 눌러놓은 나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나 또한 떠나고 싶다, 떠나야 한다, 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러지 않고는 못베겼으니까. 여행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기형도도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이라고 못박아 두지 않았는가.

어쨌든, 당분간은 꾹 눌러 놓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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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살인의 해석>을 읽었는데, 오늘 외근하고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몇 장 남지 않은 그 책 때문에 근무시간을 이탈하고 말았다. 절정에 다다른 순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던 것. 그리하여 오후 세 시, 사무실 근처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한 시간 동안 미친 듯 책을 읽었다. 그리고 시원한 냉수로 해갈한 사람마냥 청량한 마음으로 사무실을 향했다. 이거 뭐, 이거 뭐, 이렇게 불성실할 수가.

그리고는 1시가 넘을 때까지 야근을 하고 돌아온 지금, 오늘 오후 한 시간의 일탈을 후회하느냐, 하면 전혀 아니올시다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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