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가 미용실에 갔을 때, 미용사가 머리를 만지다가 "어머 손님, 원형탈모 있으시네요"라고 해서 나를 경악시킨 적이 있었다. 곧 능숙한 미용사가 와서, "머리카락이 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말해줬으니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지금까지도 머리칼이 빠지나 안빠지나 고민하다가 머리카락이 전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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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늦게 외부 사무실에서 회의가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헤어지려는데 K는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있지 않냐면서 나를 붙잡았다. 오랜만에 만난 K는 속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던가 보다. 사무실내 의사소통이  힘들다던가, 아이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던가, 좀 외롭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을 텅빈 사무실에 앉아 안주없이 맥주를 홀짝이며 두어시간 나누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예전과 다르게 맥주 몇 잔에 맥이 풀린 K의 정수리를 보며 마음이 짠했다. 적은 임금에,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 신념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나이 마흔의 K. 그리고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원형탈모를 가진 K의 정수리. 애꿎게 자기 관리 안한다고 싫은 소리를 좀 했지만, 오늘까지도 마음이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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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무실에서는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고민들을 좀 해결하고자, 당사자에게 속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그니는 자기 얘기만 줄창 해댄다. 마음 속에 오백원짜리만한 구멍이 뻥 뚤려 기운도, 열정도 줄줄 새나가는 기분이다. 어쩔 것인가. 나도 모르게 원형탈모가 생겼다가 또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자라난 머리카락처럼 이것도 언젠가 해결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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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무엇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며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보는 2007년 8월 22일의 점심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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