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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은 멈추지 않는 엔진이다
이준엽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표지부터 써있는 전형적 자기계발서의 제목, 성공스토리가 이마에 붙어있는 듯한 자기계발서 저자.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의 전형을 볼여주는 책, 내 심장은 멈추지 않는 엔진이다를 읽었다.
여느 책과 같이, 자기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공식적으로 알려줄 것이라는 전형적인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의외로. 내용은 전혀 전형적이지 않았다.
이 책은 저자가 맹인안마사와 양모의 품에서 성장하여 사업가가 되기까지 살아온 일종의 에세이다.
그런데 성공하기까지 저자가 얼마나 필사적이고 맹렬하게 노력했는지보다,
자기가 어떻게 신념을 지키고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보여준다.
일례로 이 책의 대부분은 저자가 얼마나 부지런하고 바쁘게 살았는지보다
얼마나 사람을 돕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해 할애하고 있다.
즉, 평범한 사람이 자기극복을 통해 성공했다는 전형적인 영웅담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그 도움을 갚으려 노력하며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종의 전래동화같은 구성인 것이다.
사실 이 저자는 자기계발서를 통해 접하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인 사람은 아닐 것이다.
가장 먼저 일단은, 유명하지가 않고(다음에서 검색했더니 이등병 이준엽氏가 검색될 뿐이다.)
대단히 큰 부를 소유했다거나, 뭔가 대단한 인맥을 소유한 사람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진정성을 갖는 이유는,
삼성물산, 영어학원 등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체험한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단단한 사례들과 부딪히고 실수하고 실패하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긍정의 힘이
단순히 자신의 입신양명에 그치지 않고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배풂의 미덕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애뜻하게 다가온 구절은 책의 첫페이지에 있는
"어릴 때부터 내 꿈은 사업가가 되는 것이었다.
사업가가 되기 위해선 무조건 경영학을 공부해야 하는 줄 알았다"라는 부분이었다.
흔히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인의 능력과 좋은 부모, 그리고 좋은 스승이 그것이다.
만약 이준엽씨 주변에 좋은 부모와 좋은 스승이 있었다면 그는 저렇게 우직하지 않았어도
사업가가 되는 다른 방법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 말이 슬펐던 이유는, 그는 그렇게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지만,
이 책을 읽는 나는 항상 내 곁에 좋은 스승이 없다며, 부모님이 길을 알려주지 않는다며,
원망하느라 많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후회가 뒤늦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실패를 능력탓, 집안 환경탓, 사회 환경탓으로 쉽게 돌리곤 한다.
아울러 흔히 타인의 성공에 대해서도 그저 환경을 잘 만났을 분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과소평가한다.
이 책에서도 저자가 직접 밝히는 것 처럼, 항상 희망적으로 사업에 돌진하는 본인에게 많은 사람들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았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대했다고 한다.
쉽게 삼인행이면 필유아사라고 하지만 세 명 중에 스승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고,
백명이 모여도 스승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책 곳곳에서 보는 이준엽씨는 더 없이 평범하지만, 그래서 앞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맹인안마사의 아들로 20대까지 안마사들과 단칸방에서 살아온 삶은
지금도 환경탓을 하며 후회만 하고 있을 범인들보다 못하면 못했지 좋은 환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준엽씨는 자신의 환경을 능력으로, 부모로, 스승으로 삼고 미래를 개척했을 뿐이다.
이제 뚜벅뚜벅, 우직하게 걸어가는 것만 남았다.
원망하지 말고 원하고, 후회하지 말고 희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