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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박찬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평점 :
무허가 건물을 전문으로 고쳐주는 조선족 동포,
외국에서 공부하다가 닭이 먹고 싶어(박찬일 셰프님의 표현대로라면 혈중 치킨지수가 낮아져서) 무작정 간 정육점에서 닭인줄 알고 비둘기를 사서 튀겨먹었던 요리사 지망생,
쥐가 뛰어다니는 천장 밑 작은 부엌에서 라면을 끓여주던 가난했던 친구,
제빵사가 되고 싶어 평생을 고생했지만 프렌차이즈 빵집에 밀려 도배를 배우게 된 동창,
어느 날 나에게 다단계 상품을 팔고 사라진 조폭친구....
정말 세상 참 신기한 인연이 다 있구나 싶어 읽다보면
살아보지도 못한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차오른다.
가난한 친구들끼리 사고도 치고 수업 땡땡이도 치고,
또 서로 나눠먹고 위로하며 살았던 시대는 더 이상 찾기 어려울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사력을 다해 쓰는 사람이라는 저자 소개가 문득 마음을 울린다.
그 중에서도 사력이라는 글자에 특히 눈길이 간다.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간 기억도 안 나는 것일지라도
또 누군가는 사력을 다해 지켜내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이다.
덕분에 또 누군가는 살아보지도 못한 시대의 기억할 수 없는 정서를 기억한다.
박찬일 셰프가 술을 좋아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가 술을 잘 마시는지, 못 마시는지. 술을 마시고 글을 쓰는지, 혹은 술자리를 좋아하는지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읽으면 진한 술냄새가 난다. 그것도 위스키나 호프집의 생맥주가 아니라, 퀘퀘하고 찐득한 분위기의 작은, 일어나면 머리가 닿을 것 처럼 낮고 천장에는 주렁주렁 술뚜껑이 달린 대학가의 매캐한, 복학생 선배들이나 알 것 같은 오래된 술집의 냄새.
읽다보면 문득 울컥 하게 되는 29편의 글을 담은 <밥 먹다가, 울컥>은 특히 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