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인터파크에서 책을 살 때 가끔 오는 북피니언이라는 잡지를 종종 읽는데,
눈에 띄는 광고가 있어 인상에 남았다.
촛불집회를 소재로 한, 소설- 캔들 플라워.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놀러온 지오,의 눈에 비친 2008년 여름의 대한민국.이라니.
왠지 촛불을 아름답게 묘사한 감성적 그리고 몽상가적 가벼운 정치적 소설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선물로 받았을 때 마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읽고 나면 분명히 실망할 것이라고 선입견 가득, 색안경 가득, 이 책을 읽었다.
첫 장을 읽었을 때부터 오즈의 마법사처럼 상큼발랄한 환상적 묘사에 선입견을 더 강화했다.
그리고 몇장을 넘겼을 때, 그간의 내 행동이 부끄러웠다.
이 책은, 촛불집회가 소재에 불과할 뿐, 결국 사람사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 사람 사랑하는 이야기, 꿈 꾸는 이야기, 함께 나누는 이야기-
그 모든 소소한 삶의 기쁨과 희망들이 따뜻하게 녹아있었다.
그래, 촛불이 결국 실업자 무지렁이들의 포퓰리즘이라고, 극악무도한 빨갱이의 선동이라고-
그런 말에 비웃으면서도 은근 세뇌됐던가- 단순히 책의 소재가 촛불이라는 이유로
정치적이고 계몽적이라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다고 선입견을 갖다니.
촛불이 켜지는 동안에도,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연인은 사랑하고, 그러지 않았던가.
마치 새삼스러울 것도 없듯이. 이런 단순한 사실을 일러주는 것만으로도 작은 충격을 준다.
이제 그런 당연한 이야기가 별로 당연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말이다.
시인 출신의 소설이라 그런가 단어가 섬세하고 아름답다.
다만, 촛불집회를 소재로 한 소설의 태생적 한계 때문일까.
다소 대화가 계몽적이고 교훈적인 부분이 눈에 띈다. 어쩌면 내가 예민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성향 탓일까. 책을 읽으면서 너무 착하고 밝은 사람만 있어 비현실적이다 싶었다.
그러나 이런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한명, 두명 늘어난다면, 그 때는 정말로 현실이 되겠지.
이런 기대를 품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