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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의 공대생 만화
맹기완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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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는 이미 유명한 웹툰 '야밤의 공대생 만화'를 봤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철학자나 사상가에 비해 과학자의 삶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관심이 없었기도 하겠지만 그 전에 그들의 성과를 이해하기에 너무 어렵기도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무려 과학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저자 맹기완씨 역시 능력자다.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하는데, 심지어 훈남이다. 이런!! 웹툰 속 천재들만큼이나 일반인들을 좌절시키는 스펙이 아닐 수 없다. 우연히 태블릿 펜을 산 김에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려 대학 커뮤니티에 올리던 작품이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왔다. 일반인은 두 번 좌절한다.


책에서는 그런 작가를 좌절시키는 태어나자마자 천재였고 천재로 살다가 천재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름을 얼핏 들어본 적이 있었거나 혹은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유명한 수학자 및 과학자들과 처음 보는 듯한 공식이 끝도 없이 쏟아지는 책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지금까지 많은 교양과학책이 있었지만, 이처럼 대중들이 좋아하게 풀어낸 책은 손에 꼽을 듯!(그냥 내가 안 본 걸까...)뉴턴과 에디슨, 빌게이츠 등 대중적인(?) 천재들 외에도 오일러나 에이다, 폴링 등 잘 모르는 천재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접하면서 과학적 상식도 높일 수 있다.


과학자들의 이상한 사례들이나 난제를 해결한 천재들, 우리가 잘 모르는 과학의 뒷이야기를 다뤘다. 점점 현대와 가까워지기 때문에 2002년이라는 연도가 나와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나 농담도 잘하는 파인만씨 얘기는 너무 친숙하면서도 쉬워서 양자역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도 들었고, 파인만씨의 책을 읽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이런 어메이징한 책이라니. 


IT에서 이미지파일 연구를 할 때 자주 쓰는 레나라는 여자는 흥미있었다. 플레이보이 모델이었다는데, 연구 중에 친구가 보던 잡지를 찢어서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IT계에선 모나리자만큼 유명한 여자라고. 하... 역시 처음봤다.


그런데 무엇보다 웃기다. 너무 재밌다. 온갖 짤방들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다. 물론 책을 다 읽고 덮으면 내가 읽은 천재들의 이름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짤방만 떠오르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건 몇 번 더 읽으면 해결될 일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감동한 부분은 덧글을 수록한 것이다!!!! 이건 다른 웹툰들도 활용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 부분에 가장 감동받았다) 웹툰이라는 건 작품을 읽는 재미만큼이나 덧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한데, 책으로 보면 덧글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런 방식으로 덧글을 수록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물론 작품을 읽으면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지만, 덧글은 분명 작품의 한 요소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을 보면서 흥미로워진 학자들의 삶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책을 소개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따로 소개하지 않더라도 책 내용 안에 이런 저런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책만 정리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참고문헌이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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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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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의 최근작, '호모데우스'를 읽었습니다. 책에 한국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사피엔스가 한국에서 특히 인기였나? 하는 생각도 살짝! 사피엔스처럼 충격적인 문제제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을 때 쯤엔 강한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피엔스가 두괄식이라면 이 책은 미괄식의 구성으로 이뤄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기아와 전염병, 자연재해가 더 이상 지상 최대의 과제가 아닌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난 백년 간 사회 안전망은 튼튼해졌고, 인류는 생물학적 빈곤선에서 멀어졌습니다. 2010년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이 총 100만 명 정도였던 반면, 비만으로 죽은 사람은 300만 명이었다고 합니다. 전염병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전염병이 전세계를 휩쓸며 대량 사망자를 발생하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이 평화의 시대에 인간은 행복과 불멸을 추구하며 스스로 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호모 데우스인 것이기도 하고요.


유발하라리가 전작 사피엔스에서 사피엔스의 종말을 이야기했는데, 사피엔스 종말 후 발생하는 인류가 호모 데우스라면 결국 말장난이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후 흘러가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녹록치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덮을 때 쯤이면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회의뿐만 아니라, 도대체 내가 사는 이유는 뭔가에 대한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말하자면 인간은 오래 전에 신이 되었습니다. 이 세계에 살고 있는 동물은 인간과 인간이 키우는 가축에 불과합니다. 야생 늑대는 모두 20만 마리인데, 가축화된 개는 4억 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돼지나 닭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는 인간이 본성에 충실할 때 유리하지 않도록 지구에 존재하는 게임의 법칙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통치하던 신과 종교에 대한 허구들도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신을 위해 제사를 지내며 천재지변을 막아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국가를 위해 전쟁에 참여하지도 않고, 지금 나의 불행이 신의 벌도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즐겁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아니 그렇게 믿습니다.


그러나 신이 사라진 자리엔 또 다른 허구들이 자리잡았습니다. 마치 신이 불멸하는 것처럼 현대의 브랜드도 불멸한다. 파라오가 댐을 만들었다고 믿었던 것처럼  미국이 핵폭탄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우린 보지도 못한 앨비스 프레슬리에 열광하며 아이돌을 위해 돈을 씁니다. 성경의 메시지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 현대사회의 담론으로 치환되었습니다. 인본주의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전환했고, 세계는 인간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생각은 알고리즘으로 분석됐으며, 이제 그 알고리즘이 인간을 뛰어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고는 "미래에 자유라는 단어는 마치 영혼이라는 말처럼 비과학적이고 실체가 없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이 과연 정말 순수하게 나의 자유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저자는 앞으로 1분만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자유의자로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는지 말이죠.


인간은 자유롭게 모든 일을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짜여진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현대 과학기술만으로도 간단한 전기조작으로 인간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중인 로봇쥐는 쥐의 뇌에 간단한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인데요, 쥐의 이동방향 뿐만 아니라 심지어 쥐가 싫어하는 행동인 뛰어내기리까지 유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쥐에게 인터뷰를 한다면 "자신의 자유의지로 방향을 바꿨고, 원해서 뛰어내렸다"고 답하겠지만 말이죠. 우울증을 의학이나 과학의 도움으로 해결했을 때, 우리는 자유의지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인간의 판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에 좌우될 것입니다. 이는 지금도 그렇잖아요? 페이스북에 나오는 심리테스트로 내 기분을 판단하고, 내 성향이 어떤 성향인지에 대해 MBTI, 애니어그램 등 데이터로 분석된 자료를 신뢰합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더 우리를  잘 알고 있는 인간지능에 결정을 맡기게 될 것이고, 결국 개인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대한 사회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요소로 전락할 것입니다. 먼 훗날 되돌아보면 인류는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 속에 위치한 잔 물결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이 유발 하라리의 의견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즘에서 유발하라리의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과학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교의로 수렴하고 있고, 이 교의에 따르면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며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이다. 지능이 의식에서 분리되고 있다.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들이 곧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1.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2.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있을까?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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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숲 돋보기 - 숲해설가 황호림의 두 번째 숲 이야기
황호림 지음 / 책나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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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와 뒷산에 올랐을 때 일입니다.

이런 저런 풀을 설명해주는데 다 똑같이 생겨서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어떤 풀은 먹고 어떤 풀은 어떻게 가지고 놀고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주시는데

빨가면 단풍나무 노라면 은행나무 가시같으면 소나무 정도로만 생각하는 저로써는 도무지...

 

그 때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척박한 저의 식물 지식을 비옥하게 만들고자 했던 생각을 했던 것이...

그러다가 입문서로 보면 좋을만한 우리 동네 숲 돋보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숲 해설가 황호림 저자의 책입니다.

표지도 정말 인상적이에요. 너무 예쁜 꽃들이 나무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도 책나무에요. 정말 3박자가 모두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포의 숲 생태계를 연구하고 해설하시는 저자 황호림 님은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운영합니다.

http://blog.naver.com/easyjava

http://facebook.com/soupro

블로그와 페이스북에서 숲에 대한 이야기를 더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목차 디자인도 청량하게 정말 숲에 대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깁니다.

이 책은 목포의 식물과 생태에 대해 포커스를 맞춘 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그렇게 큰 나라가 아니다보니 목포의 생태계와 서울, 혹은 남부의 생태계가 크게 다르진 않겠죠.

뭐... 이런 생각은 도시 촌뜨기의 무식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에요.

 

뭐... 어쨌든 서울에 있든 목포에 있든 모두 잘 모르는 식물이라는 건 저에게 크게 다르지 않네요.

 

아무래도 숲 이야기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구성일 줄 알았어요.

일종의 백과사전이랄까요? 식물 사진이 있고, 그 식물의 학술명을 이야기하고 어떤 식물인지를 설명하고 말이죠.

 

그러나 이 책의 첫 페이지는 목포 방송국 교양강좌 강연 내용인 숲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한 숲이 인류의 미래라는 것이죠.

숲의 파괴와 함께 사라진 이스터 섬의 문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또 책의 상당부분을 목포의 산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할애합니다.

즉 저자는 하나의 분절된 상태로의 식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에서 맥락적인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리고 한참 목포와 목포의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나서야 목포의 숲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바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조언으로 먼저 시작합니다.

사실 모르면 보이지 않아요.
 

우리가 만약 산에서 들국화를 본다면, 산국, 감국, 금불초, 뚱딴지를 과연 구별할 수 있을까요?

누가 설명해줘도 잘 모를 것 같아요.

잎의 모양, 꽃잎의 수와 형태 등을 통해 구별한다는 것,

그것은 알아야 가능한 일이고, 알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즉, 우리 동네 숲에 자라는 생태계를 안다는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고,

그렇게 관심을 가져야만 우리 동네를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것이죠.

 

설명은 꽃뿐만 아니라 그에 관한 이야기, 문화적 이야기를 포함합니다.

각시붓꽃이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됐는지, 어떤 면에서 아름다운지 등을 설명하면서

심지어 제목을 수줍은 새 각시의 모습이라고 지어주었어요.

 

황호림 해설가님의 설명이 얼마나 맥락적이고 문화적인지는 백과 사전의 설명과 비교하면 한 눈에 보입니다.

백과사전의 정보가 팩트만 나열되어 있다면, 해설가님의 설명은 그 팩트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할까요?

설명과 함께 있는 사진도 목포에서 발견한 사진과 또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유사한 식물을 함께 묶어 보여주는 식입니다.

목포 소백산의 각시붓꽃을 소개하면서 소백산의 노랑무늬 붓꽃을 함께 이야기하는 식이죠.

 

책의 마지막에는 색인을 통해 사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돋보기를 들고 자연관찰을 나서는 것처럼 이 책을 들고 뒷산에 오르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물론 아직 산국, 감국, 금불초, 뚱딴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저는 이 책을 들고 사진을 비교하며 찾아봐도

아마 제대로 구별해낼 수 있는 꽃이나 나무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일찍이 어느 시인이 이야기했잖아요?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유명해진 바로 그 말 말이고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책을 통해 자연을 알아가는 계기가 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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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수학 - 스토리텔링 수학, 영화를 만나다
이광연.김봉석 지음 / 투비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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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술 등 예술의 영역에서, 경제, 정치를 읽거나 수학, 과학을 읽는 크로스 오버 류의 시도를 좋아하는데, 스토리텔링 수학 시네마 수학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영화와 과학, 영화와 미술의 시도는 많았는데, 영화와 수학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흥미롭다고 생각하던 중에 위드 블로그 체험단에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다만 이렇게 영화 혹은 예술과 전문분야를 조합해서 쓰는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은 함정. 게다가 그 책들이 모두 퀄리티를 담보하진 못한다. 세상의 모든 전문가들 중에 영화, 미술 등의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영화에서 오류, 근거, 이론 등을 쏙쏙 찾아내니 책도 쓰기 쉬운 것인가! 아마 서점 가서 이런 책을 찾아보면 벽 한 켠은 장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훑어봤는데, 오호! 이 책의 미덕은 '동시에 책도 너무 재미있다는 데 있다'. 

 
이론을 담당한 분은 이광연 교수님으로 이미 수학으로 다시 보는 삼국지, 세계사를 한눈에 뚫는 비하인드 수학파일 등의 책을 저술한 바가 있고,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하셨다고. 아울러 아마도 영화 부분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봉석 씨는 씨네 21, 시네필 등에서 기자를 역임한 분으로, 대중문화에 대한 해설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읽다보면 이 두 저자의 화학작용이 정말 빛을 발한 책이다. 수학에 대한 많은 상식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순히 수학이 아니어도 영화에 대한 책으로도 흥미롭다.

 
이 책은 총 20편의 영화에 대해 소개하고, 또 그 안에 담긴 수학적 이야기를 설명한다. 다행히도 본 영화가 많아서 더욱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각각의 구성은 일단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표지로 하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못 본 영화 중에서는 이렇게 보고 싶은 영화도 많았다. 영화를 소개한 후에는 그 안에 담긴 수학적 내용에 대해 설명한다.


아울러 수학적 이야기가 아닌,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영화와 수학에 대한 이야기가 딱 나눠져 있지도 않고 너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읽는 재미가 좋았다. 아무래도 수학교수인 저자가 영화광이면서 동시에 영화기자인 저자가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한 화학적 연결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선결돼야 하니 말이다. 뭐, 반대로 서로 너무 몰라서 이해시키려고 쉽게 쓰다보니 그 도전이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겠지만.


수학에 대한 이야기는 도형의 닮은 꼴에 대한 중학교 수준에서 배웠던 기억은 나지만 가물가물한, 그래도 천천히 보면 알 수 있는 내용도 있고,미로 찾기, 물통에 물 채우기 등 수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퀴즈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풀어봤을 이게 정말 수학적 내용이었단 말이야? 싶은 내용도 있으며, (어릴 때 이야기 패러독스 이런 책 엄청 좋아해서 많이 봤었는데, 그 책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 문제에 대한 해설서를 보는 기분이랄까. 다음에 이런 문제 보면 더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다.)

 

문제 푸는 재미도 있다. 수수께끼나 논리학 좋아하면 좋아할 수도 있겠다. 예전에 이런 문제 열심히 풀던 1인. ㅎㅎ 문제 맞추는 재미도  쏠쏠. 다만 확실히 숫자 많이 나오는 문제는 답부터 보게 되더라. ㅎㅎ

몰랐는데, 이 내용이 중세 유명 수학자 피보나치가 쓴 '산반서'라는 책을 통해 전해지거나 혹은 발전된 문제들이라고. 이 산반서는 수학책이라기보다 수수께끼 책에 가까웠는데,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았다고 한다. 어떻게든 답을 짜맞추지 못하게 젊은 지성을 자극하기 위한 문제들이라는데, 으허- 그러고보면 옛날 사람들은 정말 초천재들 집단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또, 필스 상이라거나, 마야 달력처럼 수학을 몰라도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얘기들도 있다. 


예전에 과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미적분의 발견이 천문학의 엄청난 발전을 일으켰다는 부분을 읽을 때에는 왜인지 몰랐는데,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저 복잡한 지수로그는 이제 어떻게 푸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무슨 원리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내용도 나온다. 저게 분명히 흰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씬데.... ㅎㅎㅎㅎㅎㅎ 수학에 조예가 깊다면 아는 내용이겠지만, 난 멀름. 학교 다닐 때 수학 좋아했던 사람으로써, 내가 모르면 꽤 많은 일반적 사람들이 모를 내용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ㅎㅎㅎㅎㅎㅎ(몰라도 당당) 그런데 어쨌든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하게 나와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화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이야기, 혹은 영화에 담긴 신화속 이야기나 역사적 이야기 등이 함께 나와서 영화에 대한 흥미도 고취시켰다.
 
특히나 지구가 멈추는 날이라는 영화 부분에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꼭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수학과 영화에서 모두 미덕을 발휘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실제로 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들은 '초-중학생'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책의 표지가 너무 '학생들! 이 책 보면 공부에 도움돼요'라고 쓰인 듯 만들어져서 아쉬웠다.

 

외국에서는 과학적 지식이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 때,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세미나를 통해 이야기를 발전시키거나 이론을 구성한다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덧셈 뺄셈만 하면 되는 걸 뭐 꼭 수학을 시키나 싶은 사람들도 많을테고, 영화 그냥 보면 되지 거기에 꼭 이론적 근거가 뒷받침 돼야 하나? 왜 예술을 다큐로 보나! 싶어 불평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일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론을 알고도 상상하는 것과 몰라서 오해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책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과학의 문제에서 천 사람의 권위는 단 한 사람의 추론만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역시 누군가의 권위에 의존해서 의견을 단순히 좇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사고하는 것. 그 시작이 바로 수학이기 때문이다.

 
 

 

오타도 찾았다. ㅎㅎ 어디가 오타인지 찾아보세요~~~~(아.. 나 왜 이런 것까지 수수께끼로 내고 있나. ㅎㅎㅎㅎ)
정답은 http://roomy_room.blog.me/110174816321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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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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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출간된지 40년이 넘은 책이 우리나라에서 다시 주목받는 것은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은 환경에 대한 책이다.

 

화학살충제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1960년대 미국, 한 과학자가 이렇게 계속 살충제를 쓰다간

봄이 되도 새도 안 오고 꽃도 안 피고 풀도 나지 않을 거라고 해서 제목이 침묵의 봄이다.

 

당시 화학 잔유랑에 대한 부분이나, 살충제를 쓴 후 파괴된 지역의 사례는 실제면서 현재진행형이

지하수, 토양, 하늘, 바다, 강, 들판 등으로 이어지는 피해에 대한 챕터를 마치고

자연의 복수라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부분등은 너무나도 구체적이어서 섬짓하다.

 

사실 화학약품이 해롭다는 건 알지만, 뭐 이거 한 번이 어떻다고 하는 마음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정말 그 극미한 양이 일으킨 결과(철새의 70%가 죽고 남은 새의 90% 알이 부화되지 않는 등)를 보니

이거 그냥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다. 보통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 아니구나.

 

이 책은 자본론, 국부론,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함께 역사를 바꾼 4대 책으로 손꼽히기도 한다는데,

이렇게 쉬운 말로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내다니 저자의 역량이 보통이 아니다.

다만, 이 책을 낸 후, 온갖 화학회사의 공격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저자는 출간 후 얼마 안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정말 대기업의 감언이설에서 정신 똑바로 차릴 일이다.

안전하다는 게 안전한 게 아닐 수 있으니 말이다.(당시에도 화학회사는 안전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소돼지가 땅속으로 가고, 강물은 콘크리트로 막혀가는 세상에

저자가 쓴 구절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다. 파란 지붕 누군가는 꼭 읽었으면 좋겠다.

 

 

오리나무, 비이버넘, 소귀나무, 노간주나무가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보석같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던 아름다운 풍경이 기억에 선하다.

 

… 하지만 제초제를 뿌리는 사람들이 밀어닥치면서

몇 마일이나 되는 이 길에 대한 재빠른 검토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화학기사 멋대로 만들어낸 불모의 무서운 세계가 등장했다.

 

… 하지만 화학약품을 팔거나 살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식물이 그저 '잡초'일 뿐이다.

 

… (개발자는) 의심의 여지 없이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성격이상자로 생각할 것이다.

 

… (환경운동가들은) 야생완두와 클로버, 산나리가 보여주는

미묘하고 덧없는 아름다움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잡초'의 모습을 참아낼 수 있고, 잡초 제거 장면을 보며 마음 아파하고,

인간이 사악한 자연에 대항해 승리를 거두었다며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발자들은) 우리(환경운동가)를 유악한 사람이라고 판정한다.

 

… 잡초가 없는 농지를 만들기 위해 화학물질을 사용해 관목과 잡초를 제거하다 보니

꽃가루를 날라주는 곤충의  마지막 성역이 파괴되고

생명과 생명을 연결해주는 결함도 깨지고 말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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