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 성과를 내는 조직 문화의 비밀
랜디 로스 지음, 김정혜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랜디 로스 지음, 김정혜 옮김, 현대지성, 2020.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는 컨설팅 회사 리마커블의 창업자이자 최고 열정 책임자로 기업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컨설팅을 하고 있는 랜디 로스 박사가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드는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성과를 내는 조직의 핵심은 서번트 리더십으로 이를 위해서는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개인도 조직도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비즈니스의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고의 리더들은 다르다.
그들에게 있어 비즈니스의 진짜 목적은
자신들이 대면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18)


 

관계는 성장의 촉매다.
이런 상관관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다름 아닌 비즈니스다.
비즈니스에서 사람들은 성장하기를 원하고
기업들도 성장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성장은 건강한 관계의 부산물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비즈니스 환경이 건강한 관계를 육성하는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20)


 

좋은 비즈니스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좋은 비즈니스는 정말이지 관계를 구축하고
사람들의 삶에 차이를 만드는 데에 달려 있다.
관계를 더 잘 구축할수록 당신은 그 관계 속의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것이고 당신 자신은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다.(42~43)


 

좋은 관계 맺기를 위해서는 가치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실생활에서 실천하는사람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내 필요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가치 창출자가 아닌 가치 추출자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래를 쥔 주먹을 움켜쥐면 빠져나가기만 할뿐 채울 공간이 없어지고, 느슨하게 쥐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받을 공간이 생기듯이 가치 창출자가 되어야만 더 크게 나누고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본질적으로 볼 때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가치 창출자와 가치 추출자다.
가치 추출자는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거의 혹은 전혀 상관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가치를 추출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한다.
쉽게 말해 그들은 세상에서 무언가를 취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희소성의 심리(Scarcity mentality)를 고수하는데,
결핍의 심리라고도 불리는 그 개념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만큼
세상의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가정에 토대를 둔다.(
)
반면 가치 창출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가치를 기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가치 창출적 사고방식은 풍요의 심리(abundance mentality),
우리가 힘을 합쳐 일한다면 각자 일한 결과를 합칠 때보다
더 많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에 뿌리를 둔다.(175)


 

가치 창출이라는 아이디어는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과 실천 방법을
실생활에 잘 적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한다. 두려움의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177)


 

이기심과 자기 증진이 만연하는 환경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부터 사고방식의 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나부터 사고방식은 자기 보호와 근시안적인 성향을 낳을 뿐 아니라
가치 추출자가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잇속만 챙기게 만든다.(179)


 

무한경쟁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 잇속을 챙기는 가치 추출자가 숙명처럼 받아들여지는 세상인데, 이러한 리더, 팀원은 부와 명예,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치 창출자가 되어 나눌 때 역설적으로 행복도, 부도, 명예도 커진다는 점은 나만 손해를 볼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치게 해준다. 성장을 위해서는 어제의 나와 경쟁하고, 다른 사람과 협업하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한 노력. 그것으로 충분해 보인다.


 

가장 효과적인 경쟁이란()
남들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표 고객들을 위해 가능한 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경재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또한 다른 구성원들을 상대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안팎의 모든 고객들의 성장과 이득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
)
우리 자신과 경쟁하면서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협업해야 한다.(59)


 

행복은 통장에 잔고가 얼마인지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또한 행복은 얼마나 많은 교육을 받았는지,
직업적으로 얼마나 많은 직함을 보유했는지와도 전혀 관련이 없다.(
)
행복과 성취감을 보여주는 가장 커다란 예측인자는
우리가 관계에서 사랑을 어떻게 경험하는가이다.(327)


 

나무는 열매를 따먹는 사람이 아니라
열매 자체로 자신의 존재를 보여준다.
그러니 나무는 그저 본연의 역할,
즉 열매를 맺는 일에 충실하면 된다.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는 법이다.(1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노답 -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
구본경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노답, 구본경 지음, 대경북스, 2020.


 

행복의 바로미터는 남이 아니다. 남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이 채워지지 않는다. 다만 채워진다고 착각할 수는 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거나,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내가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행복해진다면, 내가 남들보다 부족한 것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도 가능하다. 행복은 결코 비교 대상이 아니다. 각자가 가진 마음의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불행이 가득한 그릇에는 행복을 담을 여지가 없어진다.


 

<인생노답>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업을 얻을 것이라는 인생의 답을 쫓아 살던 저자가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고,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대학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원도 다녔지만, 결국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되면서 인생에는 정답이 없음을 깨닫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어른들은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전문직업을 가지면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그저 공부만 잘하면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20
대 이후의 내 삶은 술술 풀릴 줄만 알았다.(
)
하지만 사회에 나와 공부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을 보고는 배신감마저 느꼈다.
왜 공부를 못했던 사람들이 성공하지?
왜 난 그런 방법을 생각조차 못했을까?’하고 말이다.(58~59)


 

사회는 자꾸 의미 없는 열심을 강요한다.
내가 아프고 힘들지만 그만 징징거리고 일어나 뛰라고 한다.
내가 로봇도 아니고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을 무시하고
그저 일만 할 수 있을까?(64)


 

어른들이 말한 정답을 쫓아 살다가 어느 날 정답이 없음을 깨닫는 순간의 허탈함과 실망감에 분노하지 않을 사람을 없을 것 같다. 정답을 쫓아 살았음에도 결과는 정답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며, 느낀 분노와 원망,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자책하고 더 노력하도록 채찍질하는 과정이 애잔하다. 하지만 인생에 답이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은 의욕 부활 에세이라는 부제와 잘 어울인다.


 

분명 글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나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겪고 있고, 이를 이겨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면 위로가 될 것이다. <인생노답>은 스스로의 노력 부족을 탓하며 오늘도 스스로에게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는 이들에게 혼자만 그런 상황에 놓은 것이 아니고 다시금 의욕 부활할 수 있다고 손 내밀고 있다.


 

우울증은 감기와도 같다.
내 몸에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에 걸리듯이
내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다.
할 수 있다고 늘 외치지만 조금만 힘들면 금세 우울해진다.(47)


 

행복은 어느 날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누가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48)


 

사람들은 남의 아픔에 정말 관심이 없고,
나의 아픔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
의미 없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63)


 

세상에 쓸모 없는 경험과 지식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89)


 

조건 없는 사랑이 있듯이, 조건 없는 미움도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이제는 누가 나를 싫어한다면 나를 싫어할 수 있는 자유를 주기로 했다.
나를 싫어하는 것은 자유지만, 내가 그 사람 때문에
나를 바꾸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다.(165)


 

2017년에 방영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대사가 있다. 쉬는 시간도 없이 공부와 일만 하며 열심히 살던 민성(신재하 분)은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치게 된다. 피해자 과실도 있어 합의를 하면 구속은 되지 않지만 합의금이 없어 구속된다. 여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가석방이 절실한 민성은 1점이 부족해 명단에서 제외되고, 이에 크게 좌절한 민성과 이를 위로하는 김제혁(박해수 분)의 대화이다.


 

김민성(신재하 분) : 근데 형 저도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
남들이 하는 거 나도 하고 싶은 거 그거 다 참고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저 공부만 하면서 진짜 열심히 살았어요.
진짜 미친듯이 일만 했는데, 근데 왜 이래요?
저 뭘 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김제혁(박해수 분): “더 노력했었어야지. 니가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었어야지.
새벽부터 일하고, 아르바이트도 5개씩 했었어야지.
밥도 먹지 말고, 밥은 왜 먹어?
잠도 5시간 자지 말고 3시간만 잤었어야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1365일 일만 하고 공부만 했었어야지

어떻게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사냐?
여기서 어떻게 더 허리띠를 졸라 매, 어떻게 더 화이팅을 해.
최선을 다 했는데 기회가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세상을 탓해.
세상이 더 노력하고 애를 썼어야지.
자리를 그렇게 밖에 못 만든 세상이 문제인거고,
세상이 더 최선을 다해야지.

욕을 하든, 펑펑 울든 다 해도, 니 탓은 하지마
- <
슬기로운 감방생활>

https://youtu.be/3xlwz933B8Y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는 가난도 개인의 탓으로 환원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환원된다.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가린다.


불합리하더라도 시스템은 바꿀 수 없고, 개인은 스스로 더 노력할 수 있으니,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니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 세상에서는 노력만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노력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는 개인의 노력과는 무관하다. 시스템의 문제다.


 

열심히 산 개인이 탓할 게 아니라, 열심히 살아도 힘들기만 한 세상을 탓해야 한다고 믿는다. 절대 스스로를 탓하지 말자. 세상을 탓하자. 세상은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페이스메이커, 2020.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를 기념하는 책과 전시, 공연,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올 한해가 가득 채워질 것 같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은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베토벤의 곡을 연주자의 입장에서 그를 조명하고, 임현정 스스로 곡을 연주하며 깨달은 것들을 전하고자 펴낸 책이다.


 

미술작품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할 때. 책이라는 매체는 적절해 보인다. 물론 전시장의 조명과 어우러진 실제 작품과 책에 인쇄된 작품의 색감이 차이가 나겠지만, 그래도 책에 실린 그림과 함께 해설을 읽으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래서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책들은 많다.


 

음악은 시각이 아닌 청각을 통해 전달되니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책들은 음악 자체가 아닌 주변의 이야기들이 많고, 소개된 음악을 일일이 찾아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는 점도 음악 관련 책들을 쉽게 고르지 못하는 요인이었다.


 

그런데 QR코드가 이런 한계를 극복해주는 것 같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QR코드와 함께 베토벤의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지 베토벤의 일대기와 음악과 관련된 스토리만을 전하지 않는다. 피아니스트로써 베토벤을 연주하며 느낀 것들과 베토벤의 일생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함께 전해준다.


 

내가 베토벤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조건 없는 양심덕분이다.
누구에게 칭찬받거나 구원받아 천국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심에서 비롯되어 그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연함이 그가 지닌 자신감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205)


 

교과서로 접한 클래식의 한계일까? 교과서를 통해 배운 클래식과 함께 등장하는 아다지오’, ‘안단테’, ‘알레그로등의 낯선 용어들은 시험을 위해 빠르기의 순서대로 기계적으로 외웠다. 지금은 대부분 잊었지만, 저 단어들은 속도를 뜻한다고 각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속도가 아니라고 한데, 템포, 즉 시간과 더 관련이 있고, 이탈리아어원은 속도와 무관한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예술은 주입식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이 부질 없고, 오히려 예술에 대한 선입견으로 멀어지게 만듦을 깨닫게 되었다.


 

베토벤이 남긴 템포 지시를 분석하고 깊이 음미한다면
더 풍요롭게 그의 음악 세계를 즐길 수 있다.(
)
아다지오(adagio)라는 표시가 매우 느리게라는 속도를 뜻하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 아다지오는 이탈리아어로 편안하게(ad agio)’라는 말에서 파생(
)
라르고(largo)도 마찬가지로 매우 느리다는 뜻이 아니라
넓게라는 뜻을 갖고 있고, 영어로는 라지(large)가 사용되고 있다.
흔히 생기 있고 힘차게로 알려진 아니마토(animato) 또한 영혼이라는 뜻의
아니마(anima)’에서 비롯된 단어다.
따라서 영혼과 함께’ ‘영혼을 넣어연주하라는 뜻(
)(137)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올 한 해 펼쳐진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통해 베토벤의 음악과 이야기를 주야장천 듣게 되겠지만,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통해 미리 접한 베토벤의 이야기로 인해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의 태도 - ‘사상의 패배’ 시대에 철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 북노마드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의 태도,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북노마드, 2020.


<철학의 태도>2013년까지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그만두고 잡지 <겐론>을 발행하는 출판사 겐론의 대표인 아즈마 히로키의 철학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해설하고 있다.


그동안 포스트모더니즘은 대학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기자 회견이나, 서명, 데모 등과 같은 안전한 방식으로 말로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평소에는 접할 일이 없는 정보와 접촉하는 오배”,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우리 사회와 정치를 보다 좋게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관광중에 마주한 우연한 상황들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깨닫듯이 우리 사회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어설픈 지식이라도 무책임하게 이런 저런 제안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105)고 이야기한다.


 아즈마는 실천은 하지 않고 말로만 주장하는 철학을 믿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아즈마는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지금 우리 시대 철학의 의무라고 강조한다.(6)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기자 회견, 서명, 데모 등
안전한 방식을 택하고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을 때,
그들이 하위문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운동가들을
해커 커뮤니티,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 오타쿠 커뮤니티를 통해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고(6~7)


의사소통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의견을
몇 가지 대립축으로 환원해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성을 억압하고 만다.
소통 없는 의견의 집약이 가능해지면
원래의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민의 일반의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는 집단 지성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의사소통을 경유해서 단순화를 거친 판단에 비해
보다 정확한 판단을 이끌어낼 것이다.(21)


지금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숙의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숙의나 대화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담합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좁은 밀실 안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숙의와 담합은 닮아 있습니다.(37)


<일반의지 2.0>대중의 무의식에 따르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시화된 대중의 무의식에 숙의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논한 책입니다.(
)
정치인이나 전문가만 밀실에 모여서 정치적인 문제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선거철에만 대중이 정치에 참여하는 시대는
이미 과거의 것이 되고 있습니다.(38)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결정에 참여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시간, 경제, 능력 등의 이유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정치적인 결정 과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의 한계를 타파해야 합니다.(41)


인터넷이라는 정보환경이 주어져도
어떤 식으로 의견을 표명하면 되지는 알지 못합니다.(
)
그 사이에 자민당 등 기존의 당 조직은
각각 특정 산업이나 조직과 연계된 이익집단으로 변질되어,
일반 시민의 의견은 정당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반대편인 시민운동 측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서 시민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상 사회 안에서 특수한 사람들이 되고 말았습니다.(43)


관광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존재가 되려면 정처 없이 돌아다녀야 한다.
현지에서 비어 있는 시간을 갖고, 우연히 만난 사람의 안내를 받는 등
우발적인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진실을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취재의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을 나는 관광객적이라고 부른다.(105)


쓸모없은은 오배의 다른 이름이다.
목적에 도달하지 않는 것이다.
오배는 철학적 개념이 아니다.
개념 이전에, 극히 일상적인 경험에 붙인 이름이다.(106)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주장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실천을 하느냐다.()
그런데 대부분의 포스트모더니스트는 이 차이에 너무 둔감하다.
자기 사상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놓고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스트가 갖는 최대 약점이다.
급진적은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 말을 하는 곳은 대학이라는 보호막 안이다.(111)


인문학 콘텐츠를 파악하고자 할 때에도 텍스트 자체에 갇히지 말고, 콘텐츠와 연결된 현상(네트워크)과 함께 파악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유튜브가 놀라운 것은 동영상 자체가 아니라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혁신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천과 괴리되어 자기만의 성에 갇힌 철학보다 일상에서 철학적 실천 방법론을 찾는 여정을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아즈마의 철학이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변화는 말로 시작할 수 있지만 실천 없이는 변화를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구축해온 방법론이 콘텐츠 독해를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간과하는 경향이(
)
특히 정보기술과 관련된 현상은 콘텐츠가 갖는 의미가 별로 없다.
유튜브가 놀라운 것은 거기에 올라온 동영상이 놀라워서가 아니다.
플랫폼의 혁신,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혁신이 핵심이다.(129)


철학은 본래 동시대 현실에 직접 대응하는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과 거리를 둔다.
그 거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현실의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다.(1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이탈리아에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
박재현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이탈리아에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 박재현 지음, 슬로디미디어, 2020.


<나는 이탈리아에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의 저자 박재현은 청소년기에 태권도 선수로활동할 정도로 건강했지만, 20살에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3년여의 지난한 투병 생활을 독한 식이요법으로 이겨낸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뉴욕으로 유학을 떠나 태권도 사범과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그곳에서 대학원 공부를 마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좋아하게 된 이탈리아에 정착하여 첫 사업으로 현지 투어가이드 스타트업 트립아이를 운영하며 이탈리아만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임하던 그는 이탈리아에서 운영하던 여행 사업을 그만두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뉴욕에서 친구들에게 따뜻한 집밥을 선물하고 싶어 시작한 홈키친 원테이블을 계기로 요리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평소 사람들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는 자신을 되돌아 본 저자는 외식업을 하기로 결심해 현재는 서울쌀국수 미미옥에서 셰프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운명임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서로 누가 더 불쌍한지 대결하지도 않고, 눈물을 짜내지도 않고,
위로 하려고 모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늘 하루도 무사히 평범하게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서로 했는지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었다.
모임의 역할은 아픔의 고통을 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 괜찮은 삶을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다.(241)


20대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던 청년이 요리로 새로운 인생을 만나 오너 세프가 되기 까지 저자의 순탄하지 않았던 삶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내 인생의 고개 너머 언젠가 도달하게 될 지 모를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