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노답 -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
구본경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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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노답, 구본경 지음, 대경북스, 2020.


 

행복의 바로미터는 남이 아니다. 남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이 채워지지 않는다. 다만 채워진다고 착각할 수는 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거나,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내가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행복해진다면, 내가 남들보다 부족한 것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도 가능하다. 행복은 결코 비교 대상이 아니다. 각자가 가진 마음의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불행이 가득한 그릇에는 행복을 담을 여지가 없어진다.


 

<인생노답>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업을 얻을 것이라는 인생의 답을 쫓아 살던 저자가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고,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대학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원도 다녔지만, 결국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하게 되면서 인생에는 정답이 없음을 깨닫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어른들은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전문직업을 가지면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그저 공부만 잘하면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20
대 이후의 내 삶은 술술 풀릴 줄만 알았다.(
)
하지만 사회에 나와 공부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을 보고는 배신감마저 느꼈다.
왜 공부를 못했던 사람들이 성공하지?
왜 난 그런 방법을 생각조차 못했을까?’하고 말이다.(58~59)


 

사회는 자꾸 의미 없는 열심을 강요한다.
내가 아프고 힘들지만 그만 징징거리고 일어나 뛰라고 한다.
내가 로봇도 아니고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을 무시하고
그저 일만 할 수 있을까?(64)


 

어른들이 말한 정답을 쫓아 살다가 어느 날 정답이 없음을 깨닫는 순간의 허탈함과 실망감에 분노하지 않을 사람을 없을 것 같다. 정답을 쫓아 살았음에도 결과는 정답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며, 느낀 분노와 원망,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자책하고 더 노력하도록 채찍질하는 과정이 애잔하다. 하지만 인생에 답이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은 의욕 부활 에세이라는 부제와 잘 어울인다.


 

분명 글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나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겪고 있고, 이를 이겨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면 위로가 될 것이다. <인생노답>은 스스로의 노력 부족을 탓하며 오늘도 스스로에게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는 이들에게 혼자만 그런 상황에 놓은 것이 아니고 다시금 의욕 부활할 수 있다고 손 내밀고 있다.


 

우울증은 감기와도 같다.
내 몸에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에 걸리듯이
내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다.
할 수 있다고 늘 외치지만 조금만 힘들면 금세 우울해진다.(47)


 

행복은 어느 날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누가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48)


 

사람들은 남의 아픔에 정말 관심이 없고,
나의 아픔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
의미 없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63)


 

세상에 쓸모 없는 경험과 지식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89)


 

조건 없는 사랑이 있듯이, 조건 없는 미움도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이제는 누가 나를 싫어한다면 나를 싫어할 수 있는 자유를 주기로 했다.
나를 싫어하는 것은 자유지만, 내가 그 사람 때문에
나를 바꾸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다.(165)


 

2017년에 방영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대사가 있다. 쉬는 시간도 없이 공부와 일만 하며 열심히 살던 민성(신재하 분)은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치게 된다. 피해자 과실도 있어 합의를 하면 구속은 되지 않지만 합의금이 없어 구속된다. 여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가석방이 절실한 민성은 1점이 부족해 명단에서 제외되고, 이에 크게 좌절한 민성과 이를 위로하는 김제혁(박해수 분)의 대화이다.


 

김민성(신재하 분) : 근데 형 저도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
남들이 하는 거 나도 하고 싶은 거 그거 다 참고
진짜 아무것도 안하고, 저 공부만 하면서 진짜 열심히 살았어요.
진짜 미친듯이 일만 했는데, 근데 왜 이래요?
저 뭘 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김제혁(박해수 분): “더 노력했었어야지. 니가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었어야지.
새벽부터 일하고, 아르바이트도 5개씩 했었어야지.
밥도 먹지 말고, 밥은 왜 먹어?
잠도 5시간 자지 말고 3시간만 잤었어야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1365일 일만 하고 공부만 했었어야지

어떻게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사냐?
여기서 어떻게 더 허리띠를 졸라 매, 어떻게 더 화이팅을 해.
최선을 다 했는데 기회가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세상을 탓해.
세상이 더 노력하고 애를 썼어야지.
자리를 그렇게 밖에 못 만든 세상이 문제인거고,
세상이 더 최선을 다해야지.

욕을 하든, 펑펑 울든 다 해도, 니 탓은 하지마
- <
슬기로운 감방생활>

https://youtu.be/3xlwz933B8Y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는 가난도 개인의 탓으로 환원한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환원된다.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가린다.


불합리하더라도 시스템은 바꿀 수 없고, 개인은 스스로 더 노력할 수 있으니,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니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 세상에서는 노력만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노력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는 개인의 노력과는 무관하다. 시스템의 문제다.


 

열심히 산 개인이 탓할 게 아니라, 열심히 살아도 힘들기만 한 세상을 탓해야 한다고 믿는다. 절대 스스로를 탓하지 말자. 세상을 탓하자. 세상은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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