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 헌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사이코 헌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밝은세상, 2019


<사이코 헌터>인간사냥이라는 사이코패스적 반인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인간사냥이란 단어만으로도 잔혹함과 혐오감이 느껴진다. 실제 이런 일이 사이코패스에 국한된 이야기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서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인간사냥보다 더 잔혹한 전쟁, 인종말살, 생체실험 등을 벌였음을 알고 있다.


인간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답을 얻고도 남는다.
무차별적인 살인, 어떤 전쟁이든 어떤 군대든, 어김없이 벌어지는 온갖 수탈 행위,
성난 군중들의 집단 폭행, 공개 처형을 지켜보는 구경꾼,
기괴하고 병적인 데다 유혈이 낭자한 일들에 대한 집단 호기심까지
……(216)


<사이코 헌터>는 두 개의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레미와 디안을 번갈아가며 사건을 조망한다.

올해 36살의 레미는 4년전 회사사장의 아내와 한 번의 일탈로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쫓겨나 빈털터리로 거리 노숙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목격한 폭력사건에서 부유한 남자를 구해주게 되고, 사례의 뜻으로 그 남자가 소유한 성의 정원사 일자리를 제안받는다. 그렇게 성에 도착해보니, 그는 정원사가 아닌 인간사냥의 표적이 되었다. 레미는 속았다. 가족이 없는 노숙인을 고르기 위한 자작극이었던 것이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디안은 올해 서른 살의 사진작가로 세벤느 산맥의 숲을 사진으로 담고자 출장 오게 된다. 그곳 산장에서 마주한 동네 사람들, 그들이 동네에서 발생한 어느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그들은 그 사건의 살해범으로 의심되는 청년과 시비가 붙어, 집단구타하는 과정에서 청년이 급소를 맞고 숨지게 된다. 이 과정을 목격하게 된 디안은 이 사냥꾼 무리로부터 쫓기게 된다.


레미를 포함해 인간사냥의 표적이 된 사람은 4명으로 이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다. 노숙자인 레미,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불법 체류자 사르한,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체첸의 일반시민 에이야즈와 함자트.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찾는 이 없을 집단 기억 상실의 희생자들’(170)을 표적으로 선택된 것이었으며, 이들은 함께 이 사냥터를 탈출하고자 쉴 새 없이 달린다.


디안은 살인사건의 목격자로서 살인자들로부터 쫓기게 되는데, 이들에게 잡히면 본인도 죽일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숲을 벗어나고자 쉴 새 없이 달린다.


레미 일행과 디안은 살인자들로부터 벗어날 듯 벗어나지 못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된다. 치밀하게 설계된 인간사냥터와 숲 속을 훤히 알고 있는 무리부터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보여준다.


<사이코 헌터>는 인간사냥, 목격자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살인이 아닌 사회적 살인과도 같은 차별과 배제를 통한 투명인간 만들기, ‘집단 기업 상실의 희생자만들기로 바꿔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일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차별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사이코 헌터>에도 세 계층의 사람들이 있다. 쾌락을 위해 인간사냥을 서슴지 않는 최상류층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중산층, 그리고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노숙인, 불법 체류자와도 같은 하층민. <사이코 헌터> 세계에서의 삶은 가혹할 정도.


하층민이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상류층으로 오르기는 유리천장으로 어렵고, 중산층은 사소한 실수나 한 번의 일탈로도 언제든 모든 것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상류층은 유리바닥이 있어 결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는 불안함 속에서 6년간 꾸준히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고국에서 가정을 이룰 꾼을 꾸던 사르한, 어린 시절 편집증과도 같은 증상으로 사람들로부터 스스로 고립시켰으나 사진을 통해 점점 관계 맺기를 시작하고, 사진작가라는 어엿한 직업도 갖게 된 디안. 이들은 중산층을 향해 천천히 힘겹게 오르던 중 우발적 살인과 우연한 살인목격으로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게 된다.


솔직히 어린 아이에게 독창적인 꿈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디 남들처럼 무리와 어울리고,
섞이고, 튀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평범한 아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아니면 친구들보다 뛰어난 아이가 되어주거나.(111)


중소기업에 다니며 아내와 딸과 함께 단란하고 부족할 것 없는 가정을 이루고 있는 레미는 사장부인과의 단 한 번의 일탈로 회사도 잃고, 가족도 잃고 노숙자로 전락하고 재기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세벤트 산맥의 마을 사냥꾼 무리인 동네 약사 롤랑 마르공, 산장 주인 위그, 그들의 친구 세브렝 그라네와 그의 아들 쥘은 취미로 사냥을 즐길 정도로 부족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비 끝에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고 발각될 경우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두려움에 시신을 유기하고, 이를 목격한 목격자 마저 살해하고자 한다.


삶은 야만적이다.
눈곱만큼의 자비도 허락지 않는다.
가혹할 정도로.(65)


반면 상류층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인간사냥이라 주장하는 불법 체류자와 그냥 사냥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찰최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상류층의 증언 중 어느 것을 믿을 것인가? 그들에게는 재산과 사회적 네트워크라는 유리바닥이 있어 결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말리에서 밀입국한 불법 체류자의 증언과
어마어마한 토지를 소유한 부호의 증언 사이에서
진위 여부를 비교하는 건 애초부터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다.(316~317)


이처럼 <사이코 헌터>살인이라는 렌즈 대신 투명인간이라는 렌즈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보았을 때도 여전히 가혹하고 잔인하다고 한다면 비약일까?

<사이코 헌터>의 마지막장을 넘겼을 때 디안이 사력을 다해 도망치며 되뇌는 원점에서 다시 반복되는 이야기”(258)가 잔상으로 남아 현실 사회에서도 반복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진다. 악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아 보인다.


양심의 가책을 벗어던진 살인범은
무고한 시민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320)


양심의 가책을 벗어던진 차별과 배제는
무고한 시민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


인간사냥꾼들과 이들로부터 벗어나려는 레미, 사르한, 에이야즈, 함자트, 디안의 결말은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결말을 섣불리 예단하지는 말자.


샤르한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레미는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행운을 빌어, 이 친구야
…….”(269)


인간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답을 얻고도 남는다.
무차별적인 살인, 어떤 전쟁이든 어떤 군대든, 어김없이 벌어지는 온갖 수탈 행위,
성난 군중들의 집단 폭행, 공개 처형을 지켜보는 구경꾼,
기괴하고 병적인 데다 유혈이 낭자한 일들에 대한 집단 호기심까지…… - P216

솔직히 어린 아이에게 독창적인 꿈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디 남들처럼 무리와 어울리고,
섞이고, 튀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평범한 아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아니면 친구들보다 뛰어난 아이가 되어주거나. - P111

삶은 야만적이다.
눈곱만큼의 자비도 허락지 않는다.
가혹할 정도로. - P65

말리에서 밀입국한 불법 체류자의 증언과
어마어마한 토지를 소유한 부호의 증언 사이에서
진위 여부를 비교하는 건 애초부터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다. - P316

양심의 가책을 벗어던진 살인범은
무고한 시민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 - P320

샤르한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레미는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행운을 빌어, 이 친구야……."
- P269

원점에서 다시 반복되는 이야기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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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안에 살다 - 박경득 산문집 인문학과 삶 시리즈 1
박경득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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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안에 살다, 박경득 지음, 클북, 2019


<문장 안에 살다>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대학생 시절 한 선배가 조언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선배는 내게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다. 삶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대로 실천하려 노력하며 살아가라는 의미였다.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의미는 주어진 상황논리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좋아지고, 감정, 감성 등도 메말라간다는 뜻으로 이해했었다.


대학을 졸업한지도 어언 20여 년이 지났으니, 그간 잊고 살았는데,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과연 나는 생각하며 살았는지, 사는 대로 생각했는지 반추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장에서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느라, 혹은 가정에서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느라, 삶에 대해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던 건 아닌가 싶었다.


문장 안에 사는 삶이란 생각하며 살 수 있는 생각거리를 가지고 산다는 의미로 들려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문장과 함께 생각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렇게 문장 안에 살기위해서는 생각거리와 함께 관찰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눈에 보이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고, 마음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문장 안에 살다>는 교사로 30년간 재직한 저자가 퇴직 후에 인문학을 접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책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일상에서 마주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작은 생각들을 붙잡아 문장으로 완성한 것을 보면서, 저자의 일상에 대한 관심과 관찰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을 들을 땐 덩달아 나의 어린시절도 떠올라, 웃음지으며 추억여행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문장 안에 살다>는 글의 호흡이 짧다. 과장된 수사 같은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간단명료해서 시를 읽는 것 같다. 생각이 깊지 않으면 말이 길어지고, 글에 멋을 부리면 과장된 수사가 많아질 것이니, 생각과 관찰에 대한 저자의 내공이 깊게 느껴진다.


내 삶의 여정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발견해서 다행이다.
정답처럼 친절하게 적혀 있는 책 속의 많은 사실을 발견하는 기쁨은 크다.(
)
가끔씩 쓰는 즐거움도 괜찮다.
쓰다 보면 내 속에 있던 묵혀져 있던 것들이 슬금슬금 기어 나와서 좋다.
내가 그들을 끄집어내고 새롭게 정리해서 좋다.(16)


글쓰기 지도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그냥 쓰라고.” 나는 이 말에 이의를 달지 않기로 했다.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환상을 품고
길을 나서지 않고 주저앉아 있는 건 바보다.
하얀 바탕의 자판을 마주하는 두려움도,
여백에 볼펜 끝이 멈추어 있는 순간조차도
꼬마 병정처럼 또각또각 글이 굴러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167)


책을 친구로 두면서 내 하루는 천천히 흘러간다.
이 친구들은 느긋하게 나를 마주하며,
내 미적거림도 잘 참아주는 편이다.
자기 생각을 슬며시 드러내지만 강요하지 않는 그들이 편하다.(199)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세상을 글로 풀어서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면 모든 사실이 눈으로 볼 때보다 더 예쁘다.
파란 하늘에 구름 한 덩이.’
나는 글로 기억할 때 하늘과 구름을 더 진하게 느낀다.
그래서 어떤 날은 내 한 줄 메모지에서 기억과 풍경을 그대로 건져낸다.(231)


소설과 산문을 읽는 즐거움 중에는 평소의 일상생활 중에 사용하지 않던 단어들을 마주할 때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몰랐던 단어들이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어감이 좋은 순우리말을 만나게 되면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문장 안에 살다>에서 만난 음전’(58)동그나미’(160)는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음전 : 말이나 행동이 곱고 우아함, 또는 얌전하고 점잖음.
동그마니 : 사람이나 사물이 외따로 오뚝하게 있는 모양

<문장 안에 살다>를 읽고 나니, 일상을 흘려 보내지 않고, 관찰과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며 살아가고자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나를 보며 위로보다는 채찍을 사용하는 편이다.
나를 들여다보는 방법을 몰라서 잘 살펴보지도 않는다.(
)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솔직해지는 것이다.
속마음까지도 흩트리지 않는 것은 속마음을 늘 관찰하는 것이다.
나를 잘 보는 것이다.(85)


그래, 어차피 운명이라면, 내 운명이라면 이 운명조차
온전히 내 것으로 더 뜨겁게 감싸 안아보자.”(213)


나는 충분히 세상이나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살았다.
지나고보니 별 의미가 없다.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보다
나자신에게 먼저 당당한 사림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삶은 나를 위한 삶, 내 몸과 마음의 만족을 위한
가장 이기적 인간이 되고 싶다.(214)


누군가를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렵다.
내 마음조차도 나 자신과 공감의 조화를 이루기가 힘들었다.
마음 상태는 수면 아래 있는 모래와 같다.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을 때는
위에 있는 물이 어지간히 살랑거려도 움직이지 않는다.(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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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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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레모, 2019

<충실한 마음>은 저자 델핀 드 비강이 개인과 또 가족과 혹은 사회와 연결된 다양한 현태의 충실함을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모습을 그리며쓴 소설이라고 한다.


각각의 인물은 의식적으로든, 그렇지 않든, 스스로에게 충실함을 묻습니다.
가족, 집단, 자신이 속한 사회계층, 배우자, 어린 시절,
혹은 조금 더 젊었을 때 했던 다짐 같은 것에 대해 충실한지를 묻는 거지요.
충실함은 우리를 만들고, 우리를 구성하며, 우리가 지키려 노력하는 가치가 됩니다.
그러나 때로는 충실함은 우리를 가두고, 우리를 가로막기도 합니다.(6)


<충실한 마음>은 네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2살 테오와 마티스, 이들의 학교 선생님인 엘렌, 그리고 마티스의 어머니 세실이 그들이다. 네 명의 주인공이 돌아가며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화자는 3명인 점이 독특하다. 성인인 엘렌과 세실은 1인칭 시점으로 그리고 아이들인 테오와 마티스는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들에게 있어 충실한 마음은 무엇일까?

충실한 마음이란 가족, 친구, 직장 등의 인간관계 안에서 맺어진 무언의 약속이나 어린 시절 했던 다짐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무언의 약속이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말로 표현하지 않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감내하는 것으로 네 명의 주인공은 각자 이 무언의 약속’, ‘충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중학생인 테오는 이혼한 부모님이 일주일씩 양육하는 상황에서 부모 각자가 자신을 건사하는 것도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방치되어 제대로 양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재결합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이 현상을 유지하고자하는 무언의 약속을 가지고 부모에게 자신이 잘 지내는 것처럼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테오는 이명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이 또한 현재의 현상을 유지하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부모나 선생님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다. 이 선의의 거짓말이 테오가 가진 무언의 약속이고, 가족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충실한 마음이다.


부모는 그의 존재를 잊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가 너무 어려 이해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견고하고 어딘지 모르게 역겨운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로 그는 그 말들을 기억할 것이다.(33)


어쩌면 뭔가를 바로잡거나 제대로 돌아가게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둘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뭐라고 말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에,
이 모든게 자신에게 얼마나 버거운지 알기에,
그리고 자신이 그만큼 강하지 않음을 알기에,
어쩌면 그저 어둠 속에 앉아 의자 다리 사이로
두 다리를 흔들어대기만 할지도 모르겠다.(82)


그는 엄마의 품으로 숨어들고 싶다.
생생한 엄마의 향기를 맡으며 진정하고 싶다.(
)
엄마는 그를 안아줄 수 없다. 엄마는() 그를 거북하게 바라볼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만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
별일 아니야. 잘될 거야. 아빠는 좋아질 거야.
내가 아빠를 도울 거야.(143~144)


그는 뇌를 일종의 대기 모드 상태로 유지시키고 싶다. 무의식의 상태.
그에게만 들리는, 난데없이 밤에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벌건 대낮에도 들리는
그 날카로운 소리가 끝내 멈추기를 바란다.(
)
알코올성 혼수상태() 그는 이 단어들을 좋아한다.
그 소리를, 약속을 좋아한다.
그 누구에게도 빚진 것 없이 사라지는 순간,
어김없이 지워지는 순간이라는 약속.(145~146)


마티스는 중학교 첫날, 같은 반에 아는 학생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테오와 짝궁이 된 것을 계기로 친구가 된다. 놀이로 시작한 알코올에 테오가 집착하는 모습에 불안하지만 이 우정을 깨고 싶지 않아, 부모나 선생님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는 무언의 약속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 어울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사회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말이 필요 없는 무언의 공동체.
추상적이고 일시적인, 하지만 서로가 알아볼 수 있는 신호들.
이런 걸 무엇이라 명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이제 떨어지지 않는다.(51~52)


마티스는 테오의 침묵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인상적인지 안다.()
그는 결코 싸움을 하거나, 누굴 위협하지도 않는다.
그의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그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막아준다.
그의 옆에서라면 마티스는 보호받는 느낌이다. 위험할 게 하나도 없다.(52)


그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어렸을 때로,
플라스틱 조각들을 조립하며 시간을 보내 던때로(
)
그는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자신만 관련된 일이라면 그는 제안을 거절했을 터이다.()
테오가 모임을 거절하길 바랐다. 하지만 친구는 가겠다고 했고,
이미 계획까지 다 짜놓았다.(
)
마티스는 이 일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집에 있고 싶다.
아무 얘기도 더 알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테오 혼자 그들과 있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184~187)


테오와 마티스의 담임 선생님인 엘렌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된 이후로 아이들이 가정폭력을 당하지 않는지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 테오를 마주하게 된다. 테오의 무기력한 모습에 가정폭력을 의심하고 이를 확인하고자 과도하리만큼 집착한다. 이는 그의 어린 시절 자신의 다짐에 대한 무언의 약속’, ‘충실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로 누구보다 가정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에 자신의 학생들을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리고 엘렌은 아버지로부터의 폭력을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하고 숨기는 무언의 약속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폭력도 참아내는 무언의 약속이 있음을 알기에 자신의 학생들은 가정폭력이라는 무언의 약속으로부터 고통받지 않기를 원한 것일 수 있다.


그 아이가 학대받는다고 생각했다.()
시선을 피하며 행동하는 아이만의 방식에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내가 아는, 속속들이 아는 방식이었다.(
)
어린 시절 두들겨 맞았을 때, 나는 끝까지 그 흔적을 감추었다.
그러니 나를 속일 수는 없다.(13)


나는 일종의 선을 넘어섰다.
선은 이미 내 뒤쪽 저 멀리 있었다.
아세요, 부인? 아이들을 구멍 속이나 줄 끝자락에서 발견하면,
그땐 너무 늦은 거예요.”(
)
제 생각에는 테오를 병원에 데려가봐야 할 것 같아요.
건강한지, 뭔가 결핍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보시는 게
…….
테오가 너무 피곤해하는 게 걱정이에요.”(92~94)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를 보호한다.
그 무언의 약속은 때때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이제 나는 안다.
그래서 모르는 체할 수가 없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다는 게 고작 이런 거구나.
잃어버린 것들과 잘못 끼운 첫 단추를 손보는 것.
그리고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약속들을 지키는 것.(168)


아버지와 나에게도 우리만의 놀이가 있다. TF1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과 똑 같은 시간에.
그 놀이는 예고 없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시작된다.(
)
갑작스러운 질문이 날아오며 고통을 예고한다.()
첫 번째 오답. 머리통을 한 대 때린다.
두 번째 오답. 따귀가 날아온다.
세 번째 오답. 스툴 위에 앉아 있던 나를 밀어붙여 바닥에 넘어뜨린다.
네 번째 오답. 바닥에 쓰러진 내게 발길질한다.(
)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의 질문과 똑같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규칙은 매번 달라진다.(
)
나는 바닥에 누워 있다. 매번 그랬듯 땅바닥에.
일어나선 안된다. 이제 답을 하나도 모르겠다. 다음 매질을 예상한다.(38~39)


그리고 마티스의 엄마 세실은 남편과의 무언의 약속을 지니고 있다. 세실은 부부 간의 무언의 약속이란 부부모임에 갔을 때 배우자가 다소 과장된 이야기를 하더라도 정정하거나 바로잡아 체면을 구기지 않도록 암묵적 동의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실의 무언의 약속은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의 서재에서 버려진 종이에 적힌 글들을 발견한 이후 깨진다. 자신이 다 알고 있다고 믿었던 온화하고 가정적인 남편이 인터넷 공간에서는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로 가득한 글들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다짐에 충실하고자 노력한다.


커플로 살고 있든, 혹은 한때 커플로 살았든,
누구나 상대가 수수께끼라는 걸 안다.(
)
상대는 자신만의 비밀을 지키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라는 것.
침울하고 연약한 영혼이라는 것.
상대는 자신 안에 어린 시절의 일부와 비밀스러운 상처들을 숨기고,
고통스러운 감정과 어두운 심정을 억누르려 한다.(124)


우리와 함께 살고 잠들고 먹고 사랑을 나누는 바로 그 사람,
같은 생각을 하고 의견을 일치시키고
나아가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이,
가장 비열한 생각을 숨기고 수치심으로 우리를 물들이는
낯선 존재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읽어본 적이 없다.
악마와 계약을 맺은 것만 같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상대의
이런 부분을 발견한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를 둘러싼 배경의 이면이 하수도의 곰팡내 풍기는

 늪지에 잠겨 있음을 알게 될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125)


대개 사람들은 내게 두세 번의 질문을 던진다.
내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면 대화는 다른 이에게로 슬그머니 넘어가고,
결코 내게는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정주부에게 삶이 있다는 사실을,
관심사가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할 말이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지도 못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가정주부도 감각적인 문장으로 말 할 수 있고,
의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153)


그를 잠시 쳐다보았다.
처음엔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러다가 물었다. 나한테 할 말 없어?(
)
그가 웃었다 가끔 거북함을 숨길 때 하듯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늘 나누던 집안일이나 일상적인 문제에서 벗어난 대화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는 망설였다. 아주 짧은 동안. 망설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윽고 그는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답이 돌아왔을 대, 그는 이미 등을 돌린 후였다.
당신, 생각이 너무 많은 모양이야.”(197~198)


<충실한 마음>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어두운 색으로 덮여 있다. 회색지대처럼 우리 사회의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양육방임, 청소년 음주, 사내 불륜, 여성 혐오, 여성 차별, 이중적 자아 등등. 그러나 <충실한 마음>은 이들을 가치 판단하지 않는다. 열린 결말로 끝맺음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이러한 문제들에 생각하게끔 한다. 테오와 마티스는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를 넘어 내 안에 테오와 마티스와 같은 아이들이 있는 건 아닌지, 엘렌과 세실처럼 삶에 대한 다짐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한 신념들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게 한다.


저자 델핀 드 비강도 충실함에는 파괴적 속성이 있어 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충실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어요.
충실함을 파괴적인 속성을 지니기도 해요.
그러니 자신의 충실함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221, 옮긴이의 말)


<충실한 마음>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건, 나 또한 무엇인가 충실하고자 할 때 꼭 긍정적인 것에만 충실하지 않고, 부정적인 것에도 충실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바르지 않은 무언의 약속’, ‘스스로의 다짐’. ‘신념들을 지키고자 할 때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으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충분히 부정적인 것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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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쌤앤파커스, 2019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의 제목에서 듣기만 해도 설레임을 동반하는 행복’, ‘여행이란  단어의 조합이 눈에 띄었다. 여행이 일상화되었다고 이야기해도 무리가 되지 않을 요즘이지만 흔하디 흔한 여행이라도 생각만으로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드는 여행을 꿈꾸곤 한다. 그런 나에게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는 어떤 길을 보여줄 지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작가 제이미 커츠는 10대 후반에 경험한 해외여행에서 여행의 마력에 빠져 현재까지 전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자칭 여행홀릭여행가이자 심리학자이다. 여행은 설렘, 호기심, 만족감, 두려움, 부담, 후회 등과 같은 이질적인 감정들을 동시에 준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행복한 여행이란 무엇인지 깊이 연구하여 심리학적 개념들을 바탕으로 명쾌한 답을 내 놓은 것이 바로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이다.


행복한 여행을 위한 12가지 조언
1. 떠나 있는 시간이 길다고 좋은 건 아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2.
어떤 곳에 갔는가 보다 어떤 태도를 갖느냐가 중요하다.
3.
기대감이 쌓이게 하자.
여행을 준비하며 계획하고 조사하는 것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의 일부다.
4.
여행지에서의 하루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자.
5.
여행을 갈 때는 평소 성격과 불안감, 습관 등도 함께 따라간다는 것을 명심하자.
6.
여행지가 아무리 아름답고 흥미진진해도
며칠만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7.
깊게 파고들자. 만난 사람들과 방문한 장소에 관한 배경 지식을 열심히 얻자.
8.
전자 장비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자.
9.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강렬한 경험이 될 것이다.
예약하기 전에 여행 동반자와 성격이 잘 맞는지 생각해보자.
10,
최고의 기분으로 여행을 끝내자. 마지막 날을 위한 특별한 계획을 마련하자.
11.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귀환을 즐기면서 감사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기회로 여기자.
12.
관심과 의욕이 있다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한 여행자가 될 수 있다.(372~373)


우선 이 책은 나에게 맞는 여행지를 찾기 위한 자아 탐색’, ‘후회 없는 여행을 위한 지혜로운 지출의 비밀’, 그리고 출발하기 전 기분을 고조시키는 방법까지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심리학적 관점에서 하나하나 짚어준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을 완성하는 몰입’, ‘스마트 폰을 내려 놓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기’, ‘여행을 통해 관계를 시험하는 방법등 점차 자신을 위한 행복한 여행을 완성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행복한 여행자로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살아가는 기술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넘치는 여행(일상생활) 정보속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어쩌면 쉽게 놓쳐 버릴 수 있는 나에 대한 고민과 여행(일상)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과 동시에 행복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법을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그리고 실천하고 싶은 동기부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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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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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진송 지음, 다산책방, 2019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서른 아홉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진송 작가의 평생에 걸친 운동 여정을 들려준다. 제목부터 무한 공감을 일으키며 단숨에 읽은 책에는 피식피식 참지 못하고 새어 나오는 웃음과 동시에 삶에 대한 예상치 못 한 사회적 담론이 담담히 담겨 있다.


# 다정도 체력
인성이라는 모호한 단어에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태도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운동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일은 단순히 나 혼자 잘 살려는 목적만이 아니라,
공정한 마음을 기르고 타인을 정확하게 사랑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다정하고 너그러울 수는 없겠지만,
그런 순간을 늘려가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운동복을 챙긴다. (20)


# 문무겸비 그녀
내가 뱁새의 장딴지라면 황은 황새 같다.
복싱은 필요할 땐 사정없이 강해질 필요가 있다는 걸 알려줬고,
주짓수는 그럼에도 부드러움과 여유를 잃지 말아야 함을 알려준 운동이라고
말하는 상황은 얼마전 주짓수 블루벨트가 되었다고 자랑했다.
부럽다, 나는 블루보틀 커피 줄이나 서고 있는데
(68)


# 운동은 금메달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조바심을 내면 금방 질린다.
모든 운동이 그렇다. 우리가 해야 할 운동은 금메달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잘하거나 누군가를 이기거나 어디 대회에 출전할 필요는 없다. (164~165)


운동에서 성취는 중요하다, 그러나 성취가 운동의 전부는 아니다.
운동이 선물하는 특별한 경험은 종종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으로 깃든다. (168)


# ‘아픈 몸의 지속 가능한 운동
이미 아프기 시작한 몸, 앞으로 아플 수밖에 없는 몸, 아픔이 극복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일상이자 자기 자신 그 자체인 삶은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하게 닥친다.
아픔과 질병은 관리의 실패나 일상의 붕괴가 아니라,
지금까지 와는 조금 다른 조건의 삶이 다시 시작되는 일이다.
병든 몸이라도 삶의 연속성은 유지된다.
건강의 개념과 기준을 새롭게 감각한다면 많은 것이 다시 보인다.(236~237)


자칭 운동센터 기부천사이진송 작가의 운동 역사는 지극히 평범하다. 평범한 독자인 나는 그 평범함이 좋았고 나와 다른 상황에서 운동을 바라보는 철학이 새로웠다.

운동은 하기 싫지만 나이가 들수록 운동의 필요성을 결국 몸으로 체득하여 운동을 해야만 하는 당위를 찾게 되는 평범한 우리. 실패와 도전이 무한 반복되는 운동의 굴레속에서 공감과 위로가 필요할 때, 사회적인 혐오, 배제, 차별에 만연해진 내가 초라해 보일 때가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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