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 정우성이 만난 난민 이야기
정우성 지음 / 원더박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정우성 지음. 원더박스, 2019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정우성이 그동안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방문한 난민캠프에서 직접 눈으로 본 것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희망을 전하면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난민에 대한 무지를 일깨우고 있다. 두려움은 무지에서 온다고 하는데, 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에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고, 그러한 두려움은 결국 난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민을 만나며 한 가지 확인한 게 있다면,
그들 누구도 스스로 난민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원하지도 않았던 난민이 되었다.(44)


 

난민들이 어떤 이유로 탄압을 받는지,
또 어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국경을 넘는지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가 아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가 된다고 생각합니다.”(45)


 

20186월 제주도에 도착한 500여 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난민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궈졌었다. 범죄 우려 등으로 반대 여론이 더 높았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저자에게도 많은 비난과 비판의 글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인권이라는 당위성에만 기대지 않고, 의견을 청취하고 비난과 비판의 원인을 읽으려는 저자의 노력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일단 댓글을 하나하나 모두 읽어 보았다.
스타 정우성에 대한 댓글은 잘 읽지도 않고,
어쩌다 읽더라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거기에 달려 있는 칭찬이라 할지라도 그것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 여론이 많은 난민들과 유엔난민기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에,
내가 괜찮다고 그냥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들이 왜 이런 목소리를 내는지를
알아야겠기에 댓글을 읽어 가며 이면에 있는 그 마음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164)

 

우리도 일제침략기 나라를 빼앗기고, 한국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되었던 역사가 있다. 우리에게도 언제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현재 우리는 인색하면서 우리가 어렵다고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참 염치없는 듯하다. 일제침략기 임시정부를 돕고, 한국전쟁에 많은 희생을 치른 국가에게만 보답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와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가의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가 받은 도움에 보답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난민은 남이 아니다.
생판 모르고 언어도 풍습도 다르다고 해도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또 우리도 얼마든지 난민이 될 수 있다.
비단 전쟁이나 내전이 아니더라도
천재지변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205)


 

난민 캠프를 방문하고 온 내게 많은 분들이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도 불우한 사람들 많은데, 왜 굳이 외국 사람만 돕는 거죠?”
나는 난민만 돕거나 난민을 우선하여 돕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안에서 힘들게 살고 계신 분들을 외면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여유가 된다면 눈을 들어 더 먼 곳을 바라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115)


 

이제까지 만나 온 다른 난민의 고통 뒤에도
많은 경우 종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종교 간의 다툼도, 종교 내부의 다툼도 있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을 달래고자 만들어졌을 종교가,
서로 사랑하고 생명을 죽이지 말라고 부르짖는 종교가
왜 이렇게 인간을 더한 고통으로 내모는지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우리가 추구하는 종교가 과연 신의 요구에 부합하는 종교인가
하는 의심도 들곤 한다.(136~137)


 

자국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는 공식적으로 난민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한 적이 없으며
수십 년 간 계속해서 관대하게 로힝야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해 왔다.
그는 이러한 관대함의 근간은 정부가 아닌 국민이라고 했다.
난민을 관대하게 수용하는 국가의 일원이라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자긍심은
방글라데시 지역 사회와 로힝야 난민을 보다 가깝게 묶어 주었다.(155)


 

인구 97만의 작은 나라 지부티.
그 안에서도 인구 8,000의 작은 도시 오복.
정부가 오복에 있는 마르카지 난민 캠프를 이전하려 하자
이 지역에 있는 것을 나눠서 살 수 있다.”
캠프 이전에 반대한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경제적 풍요만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194)


 

 

우선은 난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난민에 대해, 난민의 상황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은 난민에 대한 이해를 통해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홍세화 작가의 글을 통해, 나 역시 ‘GDP 인종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보다 GDP가 높은 나라 사람이 나를 깔보는 것도 당연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에 스스로 인종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세상은 인종주의적 언행으로 가득 차 있다.(
)
한국 사회엔 ‘GDP 인종주의가 관철된다.
백인과 결합한 가족은 글로벌 패밀리이고,
비백인과 결합한 가족은 다문화 가정이다.
물신주의와 인종주의가 교묘히 결합되어 나타난 게 ‘GDP 인종주의,
우리보다 GDP가 높은 나라 사람은 받는 것 없이 올려다보고,
우리보다 GDP가 낮은 나라 사람은 주는 것 없이 깔보는 경향이 있다.
-
홍세화 (212)


 

타자의 생명을 존중하고 타자와 인격적 관계를 맺어야
라는 존재의 유한성을 극복할 수 있다.”

- 에마뉘엘 레비나스(2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다산책방, 2019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어머니의 장례식 당일에 모든 가족이 늦게 일어나, 분주히 준비하는 어수선한 분위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향후 일어날 일들의 분위기를 전하듯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빅 엔젤은 생일 한 달전, 암 진단과 함께 시한부 한 달을 선고받는다. 그래서 이번 생일이 그에게 마지막 생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성대한 마지막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그러던 중 3주가 흐른 시점에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이에 빅 엔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어머니의 장례식과 자신의 생일 모두에 참석할 수 있도록 어머니 장례식을 일주일 미뤄 장례식과 생일을 하루 간격으로 연이어 치르기로 결정한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한 달 예상합니다.”
그게 3주 전이었다.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어 그를 진료실에서 내보내자
그는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78)


일흔을 목전에 둔 사람이라면,
본인이야 모든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사실상 아무것도 중요하지가 않다.
그걸 어떻게 해야겠다는 필요성도 간절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
결국 마지막 한 방울의 피와 불꽃을 가지고
매 분의 생명을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
그리고 피와 불꽃은 대부분 별 생각 없이 화장실에 쏟아버리게 된다는 사실.

(150)


일흔을 목전에 두었다고 해서 죽음에 초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빅 엔젤은 한 달 남은 인생을 앞에 두고 복권에 당첨된 듯 미소 짓는 모습에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부터 초연하게 한 것인지 궁금했다. ‘후회 없는 인생이었기에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일까?


빅 엔젤은 멕시코인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이다. 미국 사회에서 이주민으로써 갖은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빅 엔젤은 가스와 전기 회사의 컴퓨터 부서 책임자로 일하고 퇴직했다. 불안정한 이주민의 삶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듯 얽힌 인연은 빅 엔젤 가족의 가계도를 복잡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돈 안토니오와 마마 아메리카 슬하에서 태어난 빅 엔젤, 마리루, 세사르, 그리고 미국인 베티 사이에서 태어난 리틀 엔젤. 빅 엔젤은 첫 사랑인 페를라와 결혼을 하는데, 이미 페를라에게는 인디오와 브라울리오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페를라 사이에서 아들 랄로와 딸 미니를 낳는다. 빅 엔젤 형제들도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빅 엔젤 자녀들도 결혼해 아이를 낳아 대가족를 이룬다. 거기에 페를라의 여동생인 루피타, 라 글로리오사도 가깝게 지낸다. 라 글로리오사의 아들 기예르모와 빅 엔젤, 페를라의 아들 브라울리오는 사촌이 아닌 쌍둥이 형제처럼 어울려 다닌다. 이렇게 복잡한 가계도를 반영하 듯 마지막에 가계도도 그려져 있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의 주요 시간은 어머니의 장례식과 빅 엔젤의 생일이 펼쳐지는 12일이지만, 빅 엔젤의 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얽힌 굴곡진 인생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몰라 폭력적으로 훈육하며 자녀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하나의 사실을 두고 오해하며 서로를 미워하고, 때로는 서로를 부러워하며 살아가다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모인 가족들은 저마다의 오해를 풀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도 살면서 많은 오해를 하며 살아간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다르게 생각함으로써 진실은 여러 개가 되고, 각자가 믿는 진실로 인해 서로 상처주고 관계를 끊기도 한다. 죽기전에 이러한 오해들을 풀 기회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리의 인생이 힘든 이유가 처음 사는 인생라서 그렇다고 한다. 빅 엔젤의 딸 미니는 그러한 힘든 일상에 아주 특별한 1이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 ‘1을 놓치고 있지만 생일 선물처럼 모두에게 주어진다고 한다. 주의 깊게 의식하면 찾을 수 있는 ‘1’, 그 특별한 시간들이 쌓여 우리의 일생이 특별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루 중에는 아주 특별한 1분이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이 딴 데 팔려서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그 특별한 1분이 있다.
마치 생일 선물처럼 이 세상에 오는 1분이다.
매일 오는 그 1분은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황금 거품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369~3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 흔들리지 않는 부는 어떻게 축적되는가
토머스 J. 스탠리.세라 스탠리 팰로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웃집 백만장차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 토머스 스탠리, 세라 스탠리 팰로 지음. 비지니스북스, 2019


부자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저술가인 토머스 스탠리 교수는 40여 년간 수천 명의 미국 부자들을 만나 연구하며 그들이 경제적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아내 알리고자 했다.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은 그 오래되고 방대한 연구의 결과물로 집필을 계획하던 중 교수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써 놓은 글은 그의 딸인 세라 스탠리 팰로 산업심리학자가 종합하여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

이 책에서는 누구나 절제하고 체계적으로 재산을 모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책을 집필하기 위해 만난 수천 명의 백만장자들 역시 복권에 당첨되거나, 수백 억원에 달하는 연봉 계약을 한 운동선수도, 수 천억 재벌가의 상속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로 천천히, 꾸준히 부를 쌓은 이들이다. 저자는 그들을 연구하며 부자가 되기 위한 보편적인 요소 들을 확인했다.


경제적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요구되는 요소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소득과 순재산을 혼동하게 만들고 자수성가를 가로막는 부에 관한 잘못된 통념을 무시하라.

-       재무 행동에 미치는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인식하고, 부자처럼 보이는 것보다 경제적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워라.

-       이웃이 경제적 목표 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주거지역을 선택하라. 항상 현명한 소비를 하라.

-       재무와 관련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해 근검절약 등 가능한 영역을 개선해가고, 재정적 결과에 책임을 지며, 지식에 기반해 자신 있게 의사결정을 내려라.

-       일과 직업에 대한 철학을 일찍 정립하라. 25~67세까지 오전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도록 강요하는 전통적인 직업관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       성공적인 투자 행동은 학습하고 개선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저축한 돈을 효과적으로 투자해 얻은 결실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경제적 성공에 관한 중요한 가르침들은 보편적이며 명확하다.
이는 선거나 기술, 문화 규범 때문에 바뀌지 않는다.
경기가 좋거나 나쁘다고 바뀌지도 않는다.
경제적 자립과 자수성가를 위해 필요한
기술, 능력, 역량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지위, 나이, 소득과 상관없이
당신은 부와 경제적 자립을 향한 길을 찾을 수 있다. (41)


부자가 되기를 소망하지만 검소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고 매일 복권과 같은 일확천금을 꿈꾸던 나에게 경종을 울린 책이었다. 선천적 부자는 못 되어도 후천적 부자가 되기 위한 노오력을 실천하는 날이 내일이 아닌 오늘이 되길 결심하고 또 결심하며 부자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클린 미트, 폴 샤피로 지음, 흐름출판, 2019


<클린 미트>는 제목 그대로 청정 고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청정 고기라는 말이 성립되려면 청정하지 않은 고기혹은 불결한 고기가 대척점에 있어야 하는데, 이런 용어는 생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공장식 사육 시스템의 고기들은 분변에 노출되어 살모넬라균등의 세균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정 고기라는 대척점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한다.


청정 고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름이 진화해왔다고 한다. ‘시험관 고기(in vitro meat)’에서 배양 고기(cultured meat)’로 그리고 다시 청정 고기(Clean meat)’로 변화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양 고기’, ‘청정 고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지금으로부터 약 80여년 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에 의해서 예언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가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키우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배양액 내에서 부위별로 닭을 키우게 될 것이다.”
-
윈스턴 처칠, <50년 뒤의 세계>, 1931(23)


세포 배양 기술도 없던 시대에 닭의 특정 부위의 고기를 얻기 위해서 닭을 통째로키우는 것의 모순을 간파한 통찰력이 놀라웠다.


<클린 미트>의 저자 폴 샤피로는 도살에서 자비를(Compassion Over Killing)’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설립자로 동물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청정 고기가 고기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지고 있는 동물들의 고통을 끝낼 대안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동물복지를 위한 일에 몸담았던 나는
육류 산업과 동물 그리고 환경보호론자 사이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전투의 최전선에 서 있다.
어쩌면 양쪽 모두 승리하는 결말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계속 고기를 먹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지구나 동물들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44)


청정 고기는 세포를 배양액에서 기르는 것으로 기존의 공장식 사육 시스템에 비해서 여러 장점이 있다고 한다. 먼저 동물을 좁은 공간에 평생 가두지 않아도 되고, 밀집 사육으로 인한 전염병 우려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원하는 부위만 배양을 통해 얻기 때문에 경제성도 높다고 한다. 또한 곡물이 단백질로 전화되는 비율, 즉 단백질 전환율도 기존 공장식 사육 시스템에 비해 청정 고기가 훨씬 높다고 한다. 이로 인해 죽음 없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혁신성은 분명 기존 축산업에 파괴적 혁신이 될 것 같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으로서의 마차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고, 등유가 포경산업을 파괴하고, 전기가 등유, 램프 산업을 파괴한 것처럼 청정 고기공장식 축산업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것 같다. 과거 노예제 사회에서는 노예제도가 당연해 보였지만, 현재에는 야만으로 보이듯 먼 훗날 공장식 사육시스템이 야만으로 보일 것이라는 말에 깊이 동감하게 된다.

등유는 석유에서 추출한 것으로
고래 기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저렴한 대체제였다.
1854
(에이브리험) 게스너가 등유를 상용화했을 당시
미국 포경 선단은 전 세계의 바다를 돌며
매년 8,000마리 이상의 고래를 (잡았으나)(
)
19
세기 전반 동안 매년 증가하던 미국 고래 선단의 숫자가
급속도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
30년 만에 고래 산업의 95퍼센트가 줄어들면서 박살난 이유는
더 값싸고 우수한 대체제가 출현했기 때문이다.(48~49)


인간은 정말 고기를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끊을 수 없을 겁니다.
고리를 대체할 식물성 제품의 홍보와 개선에 이미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진짜 동물의 고기를 키운다는 발상에 투자함으로써
공장식 사육의 대체제를 만들어낼 생각은 아무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
제이슨 매시니(뉴하비스트 설립자)(57)


우리가 농장 동물을 고기 생산용으로 취급하거나
근육을 얻기 위해 선택 교배하는 현재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아예 동물을 배제하고 근육만 키워도 되지 않을까요?”
-
이샤 다타(뉴하비스트 이사)(79)


앞으로 일어날 일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두 번째는 지속적으로 환경에 피해를 끼치는 문제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82)


식품을 선택할 때 윤리나 환경을 중시하는 소수 소비층도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은 가격과 맛 그리고 편의성에 중점을 둔다.
공장식 고기 생산이 지구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점점 사람들 머릿속에 인식되고 있지만
밀집식 사육 시설에서 고기의 수요를 꺾으려면 인식만으론 역부족이다.(83)


확신하건대 30년 후에 우리가 햄버거와 핸드백을 얻기 위해
수 십억 마리의 동물을 키우다 도살한 오늘을 되돌아본다면
모든 것이 얼마나 헛되고 비인간적이고 미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겠죠.
우리는 자원으로 쓰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더욱 문명화되고 진화된 행위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방법을 이미 손에 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안드라스 포르각스(147)


공장식 사육은 투자자에게 큰 위험 요소다.
공장식 사육에는 인간의 건강, 기후변화, 식품 안보, 지구의 자원과 관련된
네 가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으며,
이는 <묵시록>에 등장하는 말을 탄 네 명의 기사에 버금간다.
공장식 사육은 신선한 물을 고갈시키고,
항생제를 과잉 소비하게 하고, 삼림 파괴를 주도하며,
사람들을 먹이는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
가축에 들어가는 곡물은 인간의 수요를 뛰어넘으면
우리는 이 광기를 멈춰야 한다.
-
제러미 콜러(166)


수의사가 진통제도 없이 개를 중성화시킨다면
그는 동물학대로 고발될 것이다.
하지만 소와 돼지 산업에서는
진통제 없이 거세하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
고양이를 옴짝달싹도 못하게 케이지에 평생 가두어둔다면 감옥에 가겠지만,
돼지나 닭을 평생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돼지와 달걀 산업의 관행에 불과하다.(287)


반복되는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으로 엄청난 수의 동물들이 살처분되고 있고, 그 살처분 현장에서 공무를 수행하던 사람들이 삶의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 ‘비효율적인 공장식 사육 시스템은 끝내야할 것 같다. 하지만 먹는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죽이지 말자”(155)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단백질을 갈구하는 본능에 육식을 끊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면에서 청정 고기는 생명을 죽이지 않고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고기를 먹는 것이 불편하지만, 당장에 끊을 수 없어 자책하고 있거나, 공장식 사육 시스템이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클린 미트>는 당신에게 밝은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다.


해내기 전까지는 불가능해 보이는 법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동아시아, 2019


<관계의 과학>은 부제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에서 밝혔듯이. 복잡한 세상을 통계물리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통계학도 어렵고, 물리학은 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통계물리학이라니 넘사벽처럼 겁부터 난 것이 사실이다.


성균관대 물리학교 교수인 김범준 교수는 세상을 보는 과학의 눈에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길 바라며’ <관계의 과학>을 집필했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계물리학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고 있다. 통계학, 물리학의 전문용어들도 나오지만,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례로 예시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의 역사는 1만 년이 넘었다.()
경제적 불평등이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어지지 않았으니,
줄이는 노력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
)
모든 물체가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지니,
모든 사람은 중력을 거스르려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닮았다.
중력을 알아야 중력을 극복해 달에 갈 수 있듯이,
경제적 불평등의 이해는 불평등을 줄이려는 노력의 출발점이다.(62~63)


김범준 교수는 그런 것도 물리학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하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것을 보며 일종의 직업병적 히스테리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자의 순수한 호기심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촛불혁명 당시 집회 참가자를 세기 위한 프로젝트나, 국회의원 당선 예측, 만취자를 찾는 방법, 베스트셀러 수명 등은 생활 속에 일어나는 일들도 통계물리학으로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개미집단의 효율성이나 긴 파장과 짧은 파장의 사진을 합성해서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과, 소음 제거 헤드폰이 중력파를 찾기 위한 과정과 같다는 점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 중고등학교 물리 수업이 이렇게 다루어졌다면 소위 제물포는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안타깝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세기 프로젝트에서,
촛불을 들지 않아 사진 분석으로는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과 같은 이들의 존재가 나는 가장 인상 깊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도 이런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이들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 잘 들리지 않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들의 연약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177)


시각정보를 사람의 뇌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쳐다보는 시야를 공간적으로 좁혀 좁고 깊게보는 것이 집중이라면,
시간적인 측면에서 정보의 양을 줄여 띄엄띄엄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의 뇌의 전략은 어찌 보면 얕고 넓게보는 직관을 닮았다.(203)


<관계의 과학>은 알.... 관계편, 생활물리학편이라 불러도 좋을 듯 싶다. 김범준 교수의 다음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 <관계의 과학 2>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