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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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다산책방, 2019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어머니의 장례식 당일에 모든 가족이 늦게 일어나, 분주히 준비하는 어수선한 분위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향후 일어날 일들의 분위기를 전하듯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빅 엔젤은 생일 한 달전, 암 진단과 함께 시한부 한 달을 선고받는다. 그래서 이번 생일이 그에게 마지막 생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성대한 마지막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그러던 중 3주가 흐른 시점에 어머니가 돌아가신다. 이에 빅 엔젤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어머니의 장례식과 자신의 생일 모두에 참석할 수 있도록 어머니 장례식을 일주일 미뤄 장례식과 생일을 하루 간격으로 연이어 치르기로 결정한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한 달 예상합니다.”
그게 3주 전이었다.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어 그를 진료실에서 내보내자
그는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78)


일흔을 목전에 둔 사람이라면,
본인이야 모든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사실상 아무것도 중요하지가 않다.
그걸 어떻게 해야겠다는 필요성도 간절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
결국 마지막 한 방울의 피와 불꽃을 가지고
매 분의 생명을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
그리고 피와 불꽃은 대부분 별 생각 없이 화장실에 쏟아버리게 된다는 사실.

(150)


일흔을 목전에 두었다고 해서 죽음에 초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빅 엔젤은 한 달 남은 인생을 앞에 두고 복권에 당첨된 듯 미소 짓는 모습에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부터 초연하게 한 것인지 궁금했다. ‘후회 없는 인생이었기에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일까?


빅 엔젤은 멕시코인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이다. 미국 사회에서 이주민으로써 갖은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빅 엔젤은 가스와 전기 회사의 컴퓨터 부서 책임자로 일하고 퇴직했다. 불안정한 이주민의 삶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듯 얽힌 인연은 빅 엔젤 가족의 가계도를 복잡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돈 안토니오와 마마 아메리카 슬하에서 태어난 빅 엔젤, 마리루, 세사르, 그리고 미국인 베티 사이에서 태어난 리틀 엔젤. 빅 엔젤은 첫 사랑인 페를라와 결혼을 하는데, 이미 페를라에게는 인디오와 브라울리오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페를라 사이에서 아들 랄로와 딸 미니를 낳는다. 빅 엔젤 형제들도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빅 엔젤 자녀들도 결혼해 아이를 낳아 대가족를 이룬다. 거기에 페를라의 여동생인 루피타, 라 글로리오사도 가깝게 지낸다. 라 글로리오사의 아들 기예르모와 빅 엔젤, 페를라의 아들 브라울리오는 사촌이 아닌 쌍둥이 형제처럼 어울려 다닌다. 이렇게 복잡한 가계도를 반영하 듯 마지막에 가계도도 그려져 있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의 주요 시간은 어머니의 장례식과 빅 엔젤의 생일이 펼쳐지는 12일이지만, 빅 엔젤의 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얽힌 굴곡진 인생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몰라 폭력적으로 훈육하며 자녀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하나의 사실을 두고 오해하며 서로를 미워하고, 때로는 서로를 부러워하며 살아가다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모인 가족들은 저마다의 오해를 풀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도 살면서 많은 오해를 하며 살아간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다르게 생각함으로써 진실은 여러 개가 되고, 각자가 믿는 진실로 인해 서로 상처주고 관계를 끊기도 한다. 죽기전에 이러한 오해들을 풀 기회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리의 인생이 힘든 이유가 처음 사는 인생라서 그렇다고 한다. 빅 엔젤의 딸 미니는 그러한 힘든 일상에 아주 특별한 1이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 ‘1을 놓치고 있지만 생일 선물처럼 모두에게 주어진다고 한다. 주의 깊게 의식하면 찾을 수 있는 ‘1’, 그 특별한 시간들이 쌓여 우리의 일생이 특별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루 중에는 아주 특별한 1분이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이 딴 데 팔려서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그 특별한 1분이 있다.
마치 생일 선물처럼 이 세상에 오는 1분이다.
매일 오는 그 1분은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황금 거품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36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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