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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평점 :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동아시아, 2019
<관계의 과학>은
부제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에서
밝혔듯이. 이 ‘복잡한 세상’을 통계물리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통계학도 어렵고, 물리학은 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통계물리학이라니 넘사벽처럼 겁부터
난 것이 사실이다.
성균관대 물리학교 교수인 김범준 교수는 ‘세상을 보는 과학의
눈에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길 바라며’ <관계의 과학>을
집필했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계물리학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고 있다. 통계학, 물리학의 전문용어들도 나오지만,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례로 예시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의 역사는 1만 년이
넘었다.(…)
경제적 불평등이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어지지 않았으니,
줄이는 노력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은)(…)
모든 물체가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지니,
모든 사람은 중력을 거스르려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닮았다.
중력을 알아야 중력을 극복해 달에 갈 수 있듯이,
경제적 불평등의 이해는 불평등을 줄이려는 노력의 출발점이다.(62~63쪽)
김범준 교수는 “그런 것도 물리학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하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것을 보며 일종의 직업병적 히스테리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자의 순수한
호기심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촛불혁명 당시 집회 참가자를 세기 위한 프로젝트나, 국회의원
당선 예측, 만취자를 찾는 방법, 베스트셀러 수명 등은 생활
속에 일어나는 일들도 통계물리학으로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개미집단의 효율성이나 긴 파장과 짧은 파장의 사진을 합성해서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과, 소음 제거 헤드폰이 중력파를 찾기 위한 과정과 같다는 점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 중고등학교 물리 수업이 이렇게 다루어졌다면 소위 제물포는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안타깝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세기 프로젝트에서,
촛불을 들지 않아 사진 분석으로는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과 같은 이들의 존재가 나는 가장 인상 깊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도 이런 이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이들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 잘 들리지 않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이들의 연약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177쪽)
시각정보를 사람의 뇌가 처리하는 과정에서,
쳐다보는 시야를 공간적으로 좁혀 ‘좁고 깊게’ 보는
것이 ‘집중’이라면,
시간적인 측면에서 정보의 양을 줄여 띄엄띄엄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의 뇌의 전략은 어찌 보면 ‘얕고 넓게’ 보는
‘직관’을 닮았다.(203쪽)
<관계의 과학>은 알.쓸.신.잡. 관계편, 생활물리학편이라 불러도 좋을 듯 싶다. 김범준 교수의 다음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 <관계의 과학 2>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