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 -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
설혜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영국 귀족의 생활](이것도 언젠가 백업본이...)에서 흥미롭게 여긴 그랜드 투어라는 개념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읽기로 한 책입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한참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글루스와 트위터에서 게임 전문 기자로 활동하시는 분이 대학 시절에 이 분의 강의를 매우 즐겁게 들으셨다고요. 리포트로 역사 소설(비유가 아닌 진짜로!)을 써서 내기도 했다니 과연 부러운 강의입니다...!!!

저자는 남동생도 박사로, 영락없는 학자 집안입니다. 그런데 모친께서 '네 책 너무 어려움' 드립을 시전하고, 부친과 남동생까지 동의했다나요. 그리하여 가족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지요. 그 책이 바로 이것!

1장은 그랜드 투어... 정확히는 학문 습득을 위한 여행의 역사를 다룹니다.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여행자는 헤로도토스. 나아가 로마 시대부터 그리스 고전에 등장하는 장소를 여행하는 관광이 유행하였답니다. 중세야 말할 나위 없이 성지 순례가 유행이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산티아고의 조가비 같은 기념품, 패키지 순례 상품(....) 등이 등장했다나요. 나아가 중세 말~르네상스에 이르러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유산이 일약 주목받는 한편 17세기 이후 종교 갈등이 완화되고 각국이 정치적으로 비교적 안정된 데다 경제적 풍요가 이루어지면서 그랜드 투어의 밑바탕이 마련된 겁니다. 최초의 그랜드 투어 경험자는 필립 시드니! 16세기 엘리자베스 1세 시대 명문가 자제로 32세에 요절하였지만 그의 유고로 그랜드 투어의 안내 책자인 [유익한 가르침]이 출간되면서 동경을 한 몸에 모았다지요.

브루스 레드퍼드가 정의한 그랜드 투어는 영국의 젊은 남자 귀족 및 젠트리가 주체로 동행 교사를 두고 로마를 최종 목적지로 하여 2~3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여행입니다. 나중에는 가족, 불륜 여행도...=ㅁ=

이러한 여행은 선현의 가르침... 여행 안내서를 참고하여 계획을 짜고 실행했다고 합니다. 여행 필요 물품이라든가... 하지만 아무래도 귀족이 되놔서. 빌링턴 백작은 가방을 878개나 꾸려서 다녔다는걸요.... 또한 여행 루트 뿐만 아니라 배워야 할 것, 현지에서 해야 할 질문 리스트 등 정석적인 소개에서부터 자신의 관심, 타국인이나 자신의 혐성(....), 진실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바뀌어갔다고 하네요.

예전에 시공 디스커버리에서 오스만 제국의 술레이만과 문화를 소개한 [술레이만] 책자를 흥미롭게 읽은 바 있는데, 여기에서 인용된 오스만 제국의 하렘에 관한 사료를 남긴 영국의 여성 여행자 메리 몽태규도 이 책에서 언급됩니다! 상당히 기구한 삶을 살았더군요... 남편은 돈 버는 데에 열중해 그녀를 소홀히 대하고, 아들은 방탕에 빠지고 딸은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 결국에는 그녀 자신도 사랑의 도피를 하고 맙니다. 두 번이나!... 두번째 상대는 이탈리아의 음악가 알가로티였는데 그는 프리드리히 2세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떠났다고요. ....엄청난!!! 막드!!!

그랜드 투어의 여행 경로는 도버에서 칼레, 그리고 파리를 거쳐 로마에 이르는 루트가 정석이었다고 합니다. 중간에 스위스니 나폴리니 네덜란드니 독일을 거쳐가는 코스는 여행자 본인의 재량이었다는 듯해요.

현재 읽기로 재미있었던 구절은 영국 여행객들이 파리의 요리가 맛없다고 떠드는 내용. 18세기 영국 요리는 고기의 비중이 커서 더 맛있게 느낀다나요. ....하아? 진짜로?(저자가 영국 요리의 악명을 넌지시 언급해서 웃겼습니다)

또한 그랜드 투어를 하면서 인맥을 넓히는 것 또한 상류계층의 소양... 하지만 너무나 사교에 열중해 교양을 키우는 본분을 잊어선 안된다고 아들을 꾸짖은 체스터필드 경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그랜드 투어는 현대 박물관의 기원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은 그랜드 투어리스트들이 교양을 키울 목적으로 만들었던 스투디올로(=호기심의 방? 귀중품을 모아두는 서재를 일컫는 용어) 트리부나에서 유래했다지요. 오죽했으면 영국의 샬럿 왕비는 이 방을 그려오라고 화가를 보내기도 했을 지경이었으니. 이러한 예술품을 이해하기 위해 예술가를 채용하기도 했는데 당대 예술가들이 정작 미술품에는 관심 없는 고용주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는 일도 있었다지요.

동행 교사와 하인들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로크와 홉스, 애덤 스미스 등 기라성 같은 학자들이 그랜드 투어의 동행교사로 뺑이를 치기도 했다니...! 하인 하녀가 말썽(임신이나 비밀 결혼 등)을 피워서 들볶이는 경우도 많았다는 모양이에요.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 로버투 무디라는 하인은 모시는 도련님을 출세시키고자 [고귀한 배너스티 메이너드의 여행]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을 정도로 헌신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드물었겠지만....

해외여행은 과연 자신을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랜드 투어리스트 중에는 고국인 영국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기 위해 나간다거나, 나가서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실컷 혐오하는 글을 남기는 등 아주 지랄염병을 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외국물이 너무 들어서 오는 젊은이들을 영국에서는 마카로니라 부르면서 멸시하기도 했다니.....

이러한 그랜드 투어는 미국인이 참가하고, 기차와 증기선이 등장하여 여행이 대중화되며, 교양을 갖춘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루소 여행', '바이런 여행' 등 흥미 분야를 핀포인트로 다루는 테마 패키지 여행이 등장하면서 점차 쇠퇴합니다.

자기네 영역이 침범당하자 상류층은 남프랑스의 니스, 온천 도시인 바스, 해수욕장인 브라이턴에 건설된 로얄 파빌리온 등으로 향하지만... 이 모든 시설 또한 현대에는 누구나 즐길 수 있지요.

여행이 가져다주는 배움과 변화, 그리고 기쁨, 저자는 시종일관 그것을 따수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자, 다음은 어디로 갈까요?


그랜드 투어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해외여행의 근대적 출발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전에 인간이 떠나왔던 길고 긴 여정을 투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류는 그 발걸음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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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만나는 울울창창 독일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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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케가미 슌이치의 재미있는 유럽 역사 시리즈! 다른 책들은 언젠가 백업본으로 올라오겠지요만(....)

안타깝게도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마지막 권이네요. [열정으로 보는 스페인사]를 비롯해 [유럽 중세사 입문], [마녀와 성녀] 등 30권 이상의 중세~근세 유럽사를 쓴 모양인데 죄다 번역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독일 문화는 자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사실 이 주장을 독일에 대한 총평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으나 읽다 보니 납득이 되는군요.


1장은 고대부터 중세 초기까지의 독일 역사와 독일에서의 숲의 개념을 확실히 합니다.

2장은 중세 중기부터 휴기. 빌데 만, 그뤼네 만(야생인, 녹색인)이라는 독일 전설상의 인물, 그리고 유명한 성녀 힐데가르트 폰 빙엔조차 식물의 힘을 중요하게 여기고 비리디타스라는 개념을 강조했다나요.

3장은 종교개혁. 루터파의 공인을 두고 일어난 슈말칼덴 전쟁이 황제 측의 승리로 끝났다는 사실은 저도 몰랐네요... 그럼에도 영방 영주들의 반발로 루터파가 주교회의에서 승인되었다 하니, 역사는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인과가 숨어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또한 루터의 가르침의 영향을 받아 일어난 농민전쟁이(정작 루터 본인은 질색팔색하지만) 숲에 대한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농민들의 요구에서 비롯되었음과, 중세 때 유행했던 숲과 산 관련 전설- 드워프의 도시 운터스베르크며,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가 사실은 죽지 않고 키프호이저 산중의 동굴 속 돌 탁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다가 때가 오면 깨어난다는 아서 왕 전설 비슷한 이야기까지. 아서 왕의 아발론이 바다 너머 섬이라는 사실과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의 안식처가 산중 동굴이라는 사실은 과연 독일 사람들이 산과 숲을 얼마나 각별하게 여겼는지 짐작할만합니다.

나아가 중세 후기 강해진 영주권은 더한층 숲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여, 이에 따라 마녀사낭이 폴리차이-바람직한 질서를 퍼뜨리기 위한 통치- 수립을 위한 필요로서 성행하였다거나. 게임 [크루세이더 킹즈 3]에서 여유가 있으면 반드시 먹어둬야 할 땅인 고슬라 광산도 언급되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광산업과 암염, 제염업에 숲의 목재가 필요하여 광산 노동자의 반란으로 이어졌다나요!

4장은 30년 전쟁과 프로이센&오스트리아. 독일 계몽전제군주의 대두와 더불어 중세 이후 심각하게 파괴된 숲을 복원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을 해설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나무 중심의 수종 탓에 소나무의 병충해가 유행하면 한국의 산림이 엄청난 위협을 받는데요, 독일 또한 독일가문비나무의 병충해... 나아가 저자의 국가인 일본 역시 삼나무만 심어 일어나는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일본이 삼나무 화분증으로 감당해야 하는 연간 의료비가 수 조 원이라나요....

5장에 이르면 근대. 근대 의학의 발달과 함께 자연의 힘으로 치유한다는 관념이 생겨서 궁전풍의 온전 리조트가 등장한 한편 장기 투숙이 가능한 휴양치료시설 쿠어오르트도 생겨났다나요. 독일은 현재까지도 이런 자연휴양치료시설에 보험까지 적용 가능하고, 직장에서 이곳에 휴양하기 위한 병가도 낼 수 있답니다. 이러한 자연휴양치료시설은 건강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피를 토할 만큼 부러워....!!!

또 18세기 후반은 등산의 시대로 일컬어질 만큼 등산 문화가 성행하였다지요. 스위스 여행 간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이 또한 언젠가 백업본으로.

이어 19세기에 이르면 본격적인 산업혁명. 이 시기에 독일은 아버지 라인 강, 어머니 엘베 강+도나우 강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문학과 그림, 음악 등에서 자연 숭배가 두드러지지만 저자는 이것이 자연을 산업 발전에 이용하기 위한 가공된 인식이었다고 지적합니다.

6장에서는 이러한 자연 숭배가 나치즘에게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밝힙니다. 나치가 만든 히틀러유겐트는 자연주의 활동을 장려하는 반터포겔, 투르넨 운동을 모방했고 자연에서의 사색을 중시했던 프로이트, 융, 하이데거 등의 철학자들 중에도 나치를 찬양한 인물도 있었다 하니... 한편 나치는 환경 보호, 건강하고 위생적인 식사 등을 추구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현대의 에콜로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니 참으로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7장의 주제는 '경제대국에서 환경대국으로'. 전후 경제부흥, 이어 환경 선진국으로 유럽에서 무시 못할 지위를 차지한 독일 현대사를 바라보며 저자는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었단 일본 또한 자연, 국가, 민족의 이름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인간을 억압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고찰합니다. 자연주의적인 신토 사상을 황국 신토로 왜곡시켜 전쟁으로 치닫았던 자국의 역사를 떠올리는 걸지도요.


갖가지 주제를 다루면서도 숲과 자연이라는 큰 맥락은 놓치지 않는 저자의 식견과 필력에는 늘 감탄하게 됩니다. 그러니 다른 책들도 번역 출간(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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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무협사 동문선 문예신서 115
진산 지음 / 동문선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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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냥의 본가 바로 앞에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합포구청이라고 멋들어지게 지어놓았으나 행정구역 개편 덕에 합포구가 사라지면서(...) 도서관으로 되태어난 '마산시립합포도서관(별칭 가고파 문화 센터)'. 그런데 이곳이 대단한 겁니다. 불과 시립도서관으로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위시한 엄청난 장서를 보유하고, 신간도 제법 퓽퓽... 또한 초중학생도 드나드는 시민도서관 주제에 [고문실의 쾌락]이나 [한국의 춘화] 같은 사춘기 청소년에게 여러모로 나쁜 영향을 끼칠 거 같은 책도 버젓히 비치되어 있질 않나. 아무튼 진냥은 본가에 오면 반드시 여기서 책을 읽습니다. 마산 사시는 분께는 대추천. 경남대학교 부근이에요.

하여 설날 연휴 동안 집에서 읽을 책을 물색하는 도중에 발견한 책이 [중국무협사]입니다. 무협에 제대로 심취한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를 책이군요. 하지만 진냥은 한창 무협에 빠질 법한 시기에 판타지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랄까 그 무렵의 여학생이라면 보통 할리퀸이나 하이틴 로맨스에 빠져야 하지 않냐...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책은 협俠이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중국 역사의 전개 중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 발전해왔는가, 현대까지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서술하고 있는 책입니다. 방대한 참고서적을 배경에 두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예시와 이야깃거리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협객, 이름난 비밀결사, 일본의 무사도와 서양의 기사도 간의 비교, 심지어 통속무협소설의 시작에서 발전까지. 논리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고 같은 내용이 얼마간 반복되는 면이 있지만 이 정도의 내용을 이만한 페이지로 축약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선했던 점이라고 한다면 무협이라는 것을 다루면서도 무당산이니 아미파니 하는 것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일까요..... 기껏해야 소림사에 대한 서술이 몇 줄. 하지만 그 점은 현대 무협소설 작가인 양우생의 말로서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무협소설 중에서 '협俠'이 '무武'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은 영혼이고 '무'는 육체이며, '협'은 목적이고 '무'는 '협'에 이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가 있고 '협'이 없을 바에는 '협'이 있고 '무'가 없는 편이 낫다'

그밖에도 진냥이 좋아하는 인물인 전국시대의 자객 예양이나 형가 같은 인물을 협의 시작으로 분류했다던가, 활약한 여성 협객이라던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잔뜩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구절은 어느 홍콩의 무협소설가의 독자에 대해 묘사한 것이었습니다.

'정부 관리, 교수, 학자, 문화계 명사들, 대학생, 중고등학생에서 보통 시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다. 고위층 독자들은 그의 문필을 감상하고, 중간층 독자들은 그의 정서와 운치를 감상하며, 하층 독자들은 그의 줄거리를 감상한다'

장르 문학을 쓰는 사람들로서 이정도의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면 작품 외적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겠지요. 달리 말해서 저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이상 뭐라고 불평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는 것이겠습니다마는...(먼 산)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협俠 처럼 광대한 중국 민족의 공감과 애정을 얻을 수 있는 코드는 흔치 않거든요. 음음.

내일은 연휴가 끝나고 도서관이 다시 개장합니다>ㅁ< 실컷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이에이!


나는 무협소설 중에서 ‘협俠‘이 ‘무武‘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은 영혼이고 ‘무‘는 육체이며, ‘협‘은 목적이고 ‘무‘는 ‘협‘에 이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가 있고 ‘협‘이 없을 바에는 ‘협‘이 있고 ‘무‘가 없는 편이 낫다.

정부 관리, 교수, 학자, 문화계 명사들, 대학생, 중고등학생에서 보통 시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다. 고위층 독자들은 그의 문필을 감상하고, 중간층 독자들은 그의 정서와 운치를 감상하며, 하층 독자들은 그의 줄거리를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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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의 패스트푸드 - 죠닌의 식탁, 쇼군의 식탁
오쿠보 히로코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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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역사]와 함께 정리작업 중 눈독을 들인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진냥은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패션이라든가 음식, 풍습 같은 다른 나라 다른 시대의 생활상을 알아서 상상하는 것이 굉장히 즐겁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상사 관련 서적은 서가에서 발견하면 저도 모르게 손이 불쑥....

그래서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생각만큼 재미있는 책이라고 대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청어람은 판타지 소설을 출판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었는데 이래저래 괜찮은 교양 서적도 많이 출판하네요. 좋은 일입니다 좋은 일>ㅁ<

일본은 우리나라와 여러가지 면에서 관계가 깊고, 대도시라는 공통점도 있어서, 현대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은 에도 시대의 수도인 에도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지금 우리가 길거리에서 사먹곤 하는 튀김과 닭꼬지 같은 것은 바로 에도에서 죠닌이 길거리에서 사먹던 음식에서 유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에도만에서 갓 잡은 생선을 튀겨서 따끈따끈한 것을 꼬치에 꿰어 파는 텐푸라는 에도의 죠닌들의 인기 있는 먹거리였지요. 이 텐푸라는 죠닌이나 먹는 음식으로 쇼군과 사무라이 계층은 입에 대지 않는 것이 통례였지만, 너무나 먹고 싶어서 얼굴을 가리고 사먹는 사무라이의 모습이 당시 풍속화에 그려져 있다고 하는군요.

또 '맏물'도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우리들이야 사시사철 신선한 식료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만, 에도 시대의 에도 역시 각지의 산물이 모이는 곳이니만큼 때나 계절을 가리지 않고 제철이 아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때 이른 생선이나 채소를 '맏물'이라고 부르면서 모두 즐겼는데, 나중에는 워낙 이 맏물이 성황을 이룬 나머지 엄청난 고액으로 맏물 음식을 사들여 먹는 사치 풍조가 유행했다고 하는군요. 책 중에는 에도 사람이 시골에 갔다가 커다란 제철 가다랭이를 매우 싼 값에 산 일과, 거기에 곁들여먹을 무즙이 없는 일로 놀라워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 밖에도 쇼군의 식사 예법과 사무라이의 생활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까 일상사에 흥미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심이 좋을 듯 싶습니다.

네엡, 오늘도 비바한 독서 생활이군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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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을 위한 일본사 - 한 권으로 일본사와 세계사를 읽는다
야마모토 히로후미 감수, 이재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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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전부터 진냥은 일본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국시대라든가 신선조라든가... [전국무쌍] 같은 게임 때문이라고는 말 못함

하지만 사학과 학생이라고 해도 학과 주력이 일본사도 아니고, 책이라도 읽어볼까 하여 서가를 기웃거리면 온통 '일본 천황은 백제인이었으3' '청산되지 않은 과거' '일본 정치가 망언록' 같은 느낌의 책들만 온통 차지하고 있으니까 난처해요.... 유난히 많아보이는 거 기분탓인가....

그렇게 덧없이 도서관 인문학자료실 301호를 방황하다가 문득 눈에 띄어 잡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정리한 것에 불과하고, 신선조 이야기는 한 줄이고 미나모토 요시츠네는 이름만 나오고 핫토리 한조♡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2세기 후반의 야마타이국의 여왕 히미코에 대해 설명하는 장에서였습니다.

'일본에서 출토되는 청동기의 원료 산지가 한반도와 중국이었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하였다. 히미코의 거울이라는 삼각연신수경도 중국산 청동이다. 그렇다고 동경이 중국산이라는 것은 단정할 수 없다'

밑줄 친 부분에 누군가가 줄 그어놓고 '쳇' 이라고 써두었습니다

.....뭐가 불만이건간에 개인적인 불평은 둘째치고라도.

.....뉨하 매너. 도서관 책에 펜으로 줄 긋고 낙서하지 말란 말이다....

요즘 웹서핑을 하다 보면 중국과 일본이 거론될 때에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하 발언이 따라오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미국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 나라들과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좋고 나쁘건 간에, 민족과 국가의 이름으로 싸잡아서 특정인을 모욕하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에 갔을 때 '한국인은 무례하고 욕 잘 하고 그 나라 역사는 어쩌구 저쩌구'하는 말을 들으면 우리라도 기분 나쁘지 않겠어요?

물론 이 책에서도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라든가 2차 세계대전의 전범 처리 같은 민감한 문제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넘어간 것은 명백하지만. 그러한 사실과, 우리가 '뙤놈' '쪽바리' 운운하면서 근거없는 욕설을 일삼는 것은 틀림없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재미있었다는 거예요! 으음, 저자와 번역가와 출판사 편집부의 노고가 보여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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