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마지막 권이네요. [열정으로 보는 스페인사]를 비롯해 [유럽 중세사 입문], [마녀와 성녀] 등 30권 이상의 중세~근세 유럽사를 쓴 모양인데 죄다 번역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독일 문화는 자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사실 이 주장을 독일에 대한 총평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으나 읽다 보니 납득이 되는군요.
1장은 고대부터 중세 초기까지의 독일 역사와 독일에서의 숲의 개념을 확실히 합니다.
2장은 중세 중기부터 휴기. 빌데 만, 그뤼네 만(야생인, 녹색인)이라는 독일 전설상의 인물, 그리고 유명한 성녀 힐데가르트 폰 빙엔조차 식물의 힘을 중요하게 여기고 비리디타스라는 개념을 강조했다나요.
3장은 종교개혁. 루터파의 공인을 두고 일어난 슈말칼덴 전쟁이 황제 측의 승리로 끝났다는 사실은 저도 몰랐네요... 그럼에도 영방 영주들의 반발로 루터파가 주교회의에서 승인되었다 하니, 역사는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인과가 숨어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또한 루터의 가르침의 영향을 받아 일어난 농민전쟁이(정작 루터 본인은 질색팔색하지만) 숲에 대한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농민들의 요구에서 비롯되었음과, 중세 때 유행했던 숲과 산 관련 전설- 드워프의 도시 운터스베르크며,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가 사실은 죽지 않고 키프호이저 산중의 동굴 속 돌 탁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다가 때가 오면 깨어난다는 아서 왕 전설 비슷한 이야기까지. 아서 왕의 아발론이 바다 너머 섬이라는 사실과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의 안식처가 산중 동굴이라는 사실은 과연 독일 사람들이 산과 숲을 얼마나 각별하게 여겼는지 짐작할만합니다.
나아가 중세 후기 강해진 영주권은 더한층 숲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여, 이에 따라 마녀사낭이 폴리차이-바람직한 질서를 퍼뜨리기 위한 통치- 수립을 위한 필요로서 성행하였다거나. 게임 [크루세이더 킹즈 3]에서 여유가 있으면 반드시 먹어둬야 할 땅인 고슬라 광산도 언급되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광산업과 암염, 제염업에 숲의 목재가 필요하여 광산 노동자의 반란으로 이어졌다나요!
4장은 30년 전쟁과 프로이센&오스트리아. 독일 계몽전제군주의 대두와 더불어 중세 이후 심각하게 파괴된 숲을 복원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을 해설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나무 중심의 수종 탓에 소나무의 병충해가 유행하면 한국의 산림이 엄청난 위협을 받는데요, 독일 또한 독일가문비나무의 병충해... 나아가 저자의 국가인 일본 역시 삼나무만 심어 일어나는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일본이 삼나무 화분증으로 감당해야 하는 연간 의료비가 수 조 원이라나요....
5장에 이르면 근대. 근대 의학의 발달과 함께 자연의 힘으로 치유한다는 관념이 생겨서 궁전풍의 온전 리조트가 등장한 한편 장기 투숙이 가능한 휴양치료시설 쿠어오르트도 생겨났다나요. 독일은 현재까지도 이런 자연휴양치료시설에 보험까지 적용 가능하고, 직장에서 이곳에 휴양하기 위한 병가도 낼 수 있답니다. 이러한 자연휴양치료시설은 건강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