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이야기 이산의 책 19
수잔 휫필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이산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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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까지나 블로그를 어두운 이야기로 침식할 수도 없고 하니 힘내서 독서일기입니다-! 月影님의 추천으로 덥썩 집은 책입니다.

이 책은 서역과 당을 잇는 실크로드 무역의 번영이 정점에 달하던 현종 시대부터, 당이 망하고 5대 10국의 혼란을 거쳐 송이 건국될 때까지 실크로드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인생을 옴니버스식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국의 역사를 통해 시간을 가늠하는 것은 중국사를 공부한 저의 나쁜 버릇입니다-=ㅁ=/ 그밖에도 보편사에 있어 실크로드라 하면 중국과 그 무역 상대국이 된 서역의 각 이슬람 국가를 중심으로 보게 됩니다만, 실제로 실크로드를 무대로 해서 울고 웃고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놓치고 있었느냐 하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 실감할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면면들을 보면 소그디아나 상인, 티베트 병사, 거란의 목민, 기녀, 탁발승, 비구니, 과부, 학자.... 얼핏 아무런 관계도 없이 무작위로 사료가 남아 있는 인물만 뽑은 듯도 싶습니다만, 제대로 역사적 순서를 따르고 있는 데다가,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인물들이 미묘하게 관계되어 있어서 더욱 읽을 재미가 납니다. 가장 드라마틱해서 재미있었던 것은 기녀 라리슈카 이야기. 실크로드 지역에서 기예를 팔다가 당의 수도 장안까지 흘러들어간 그녀가 안사의 난을 만나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이야기는 진짜 소설이에요ㅠㅠ 이것만 소재로 해서 소설 안 나오나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티베트 병사 이야기에서는 유명한 고구려 출신 장군 고선지의 이름도 나오니, 조금 나오는 거라도 기필코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고선지 팬 여러분께도 추천=ㅁ=/

간지역사라든가, 반구사라든가... 역사교육론에 있어서 보편을 배제한 역사 교육 방법은 여러 가지로 논의되고 있습니다만, 연구자나 일선 교사가 머리 싸맬 필요조차 없이, 이런 책을 학생들에게 추천만 해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쓸데없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보다 임용부터 합격(각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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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골의 꿈 - 상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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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새 팬이 되어버린 교고쿠도 시리즈 세 번째 권-!!!

어둡기 짝이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출연진들은 오히려 유쾌해지고 있습니다. 점점 수를 불려가는 교고쿠도 패밀리(멋대로 명명). 오늘도 꿀꿀한 사건을 나름대로 즐겁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특히 에노키즈가 나오면 텐션이 높아져서 좋아요. 이번 권에서는 최강 대사가 나오셨습니다. "나도 신이다" ...말한 사람이 에노키즈인 만큼 반론의 여지도 없고 말이죠...

진지한 이야기로 가서... 전작 [망량의 상자]의 관계자의(내용누설이 되니까 자세한 것은 함구) 신도식 장례식이 인상깊었습니다. 성불시켜 극락정토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죄를 추궁하여 무간지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번민하고 괴로워하는 흉폭한 신으로 모셔서, 언젠가 선량한 신으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신으로 섬긴다-

죽으면 만사 끝이라고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살아있는 사람들, 그가 남긴 업보는 그것이 좋건 나쁘건 지워지지 않지요. 그 책임을 신이 된 망자와, 그 신을 모시는 신도들이 나누어 진다.. 교고쿠도의 이 주장은 어쩐지 매력적이었습니다.이번 작품의 범인은.. 뭐랄까 애초에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기담집이니 트릭이나 수수께끼 같은 것은 젖혀두더라도.

단순하게 보았을 때, 사건의 전모가 모두 밝혀진 뒤의 평범한 반응이 어쩐지 이해가 안 가지요.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의 일입니다만...


유일한 친구를 배신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지금껏 섬기고 있던 사람들을 저버리고, 결국 그 연인마저 스스로 목을 졸라 죽이고- 잇따라 세 명의 남자들을 죽이고 목을 잘라 버린 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냥하게 대해 준 남편까지도 죽여버린 여자가- 마침내 자신과, 자신의 죄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내용 상에서는 크게 강조되지는 않았지만, 역시 "당신이 듣고 있던 욕은 부당한 것이었다"라고 말해준 교고쿠도의 그 한 마디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모든 컴플렉스의 근원이었던 '바보'라는 사실을 부정해주었던....

죄나 잘못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그것을 진정으로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긍정하는 데에서 나오는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인터넷에 성행하는 마녀사냥 같은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있다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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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상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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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 시리즈 떴습니다-!!! 이번에는 단편선이네요!

스포일러 라인입니다!






력해주세요.

 

펼친 부분

첫번째 에피소드이자 타이틀 에피소드인 '인내 상자'는.....

.....꾸... 꿈도 희망도 없네요....

어린애에 불과한 오코마가 무슨 죄라는 건가요.....

코마히메(일본 센고쿠 시대 다이묘인 모가미 요시아키의 딸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후계자이자 조카인 히데츠구에게 측실로 보내졌지만 어린 나이로 미처 침실에 들여보내지기도 전에 히데츠구는 할복. 그 식솔조차 반역죄로 처형당하는 가운데 억울하게 처형당했지요. 모 게임에도 나옵니다=ㅁ=)도 그렇고, [귀멸의 칼날]의 박복 빌런 하쿠지도 한자를 달리 읽으면 코마입니다. 팔자 박복의 대명사라도 되는지요?!=ㅁ=

이렇게 최종적으로 파이어~ 엔딩인 작품도 있지만 잔잔하고 심란해지는 작품, 그래도 조금은 후련해지거나 소소하게 미소가 떠오르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는 작품 등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어 만화경 같은 작품입니다. 이야기 하나하나는 임펙트가 부족한 듯해도 편집자가 후기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를 가만히 곱씹으면 우러나는 맛이 있는 단편집이네요.

에도 시대 시리즈답게 당시의 소소한 소품이 등장하는 것도 언제나 즐겁습니다. 겐카 매듭이라니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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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당하게 살겠다
김건우 엮음 / 문자향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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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비범한 여인들의 일화를 채록한 책입니다. 어디서 굴러먹었던 것인지도 모르는 스캔들 중심의 야사가 아니라, 제대로 원전도 있고 원문도 있습니다.

조선시대라고 하면 여성 권리가 땅을 치던 시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럭저럭 두께가 있는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그야말로 후덜덜..... 아니 정말 굉장합니다. '예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우선 가장 처음에 나오는 일화에는 '검녀'라고 해서 이름난 양반가의 딸과 여종이 집안이 파멸하게 되자 초절한 검술을 연마하여 원수를 죽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건 뭐 무협지도 아니고

그밖에도 여성의 몸으로 성리학을 논의한 여성, 남편을 매질한 여성, 거짓으로 뒤집어쓰게 된 수치를 씻기 위해 칼부림을 한 여성 등, 엄청난 처자들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것.

16세 꽃다운 나이에 내시에게 시집가게 된 여자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문제를 깨닫게 된 그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내시 집의 패물을 훔쳐다가 새로운 인생을 찾으러 떠납니다(....) 그러나 한 번 머리채까지 올린 몸으로서 정상적인 혼인은 맺을 수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그녀는, 자신처럼 떳떳치 못한 데가 있는 남자를 찾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던 중에 여자는 주막에서 잘생긴 스님을 만났습니다. 여자는 이거다 싶어(...) 스님과 억지로 동행하였다가 길가 숲에서 덮칩니다(.............).

파계를 하게 되어 혼비백산한 스님을 여자는 잘 설득하여 혼인을 강행하기로 하고(....), 스님의 어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스님의 어머니는 지금까지 절에 기대어 살던 터라 눈을 까뒤집고 반대합니다만, 여자가 꺼내놓은 패물을 보고 반색합니다. 여자는 새 신랑에게 스님의 가사를 팔아치우고 평범한 옷을 입혔더니 그야말로 미소년이라 대만족. 그러던 중에 스승이었던 산의 거사가 찾아와 난리를 피우지만, 여자는 양싸대기를 먹여 쫓아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내시의 패물을 팔아 밭도 사고 재산도 불려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

......대단합니다. 강합니다. /무릎입니다.

요즘 여자들이 강세라고는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이런 여자 없어요... 진짜 없다구....=ㅁ=/

이런 사례가 백에 하나, 천에 하나... 아니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딱 한 사람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건 인정하지만, 아무튼 조선시대 여성에 대한 통념이 아찔하게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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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 내 다니는 사랑길
구정호 지음 / 제이앤씨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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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모노가타리]와 [마쿠라노소시]등의 일본 헤이안 시대 문학 안에서 자주 언급되는 작품, [이세 모노가타리]입니다. 작품 중의 와카에서 따온 부제가 참 멋스럽습니다만 이 부제때문에 이 책이 [이세 모노가타리]인 줄 몰랐다는 비극이...=ㅅ= 현린님의 제보로 간신히 이 책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ㅁ=/

[이세 모노가타리]는 표면상 당대의 아름다운 와카를 그것이 쓰여진 배경과 더불어 채록되어 있는 형식입니다만, 한 청년의 관례 장면에서 시작해서 동일 인물이 묘하게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이 인물은 당대 이름난 시인 중 하나인 아리와라노 나리하라. 바로 [이세 모노가타리]의 주인공 격으로, [마쿠라노소시]에서는 저자 세이쇼나곤이 이 아리와라노 나리하라를 편드는 구절이 나오지요.

그래서 이 당대 이름난 시인이자 풍류객이었던 아리와라노 나리하라라는 인물의 인상은-

....나쁜 넘입니다.

워낙 연애가 성행하던 시절인 만큼 연애담이 줄줄줄- 나오는데 소꼽친구에서부터 고귀한 신분의 여성, 먼 타향에서 잠시잠깐 만난 처자까지... 대체 몇을 후리고 다닌 거야?!

물론 그런 시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버려진 여자의 원한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렇게 원한을 사면서까지 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아리와라씨 댁 말이오. 하긴 욕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말도 있었지....

뭐 와카는 아름답습니다.... 특히 번역 하신 분의 역량이 빛나는 부분으로, 우리나라의 시조처럼 느껴질 만큼 유려합니다.

하지만 전 아리와라 그 자식의(이젠막말) 좋은 평 받았던 시보다, 그가 객지에서 잠시 만났던 여성이 읊었던 것이 훨씬 강렬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저 놈의 닭 머리를 물에 처넣으리 날 밝기 전에 울어 내 님 떠나보내네

.....처자 굿잡.....

근성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이왕 비틀 거 아리와라라는 녀석의 목을 비틀었다면 후대의 여자들이 얼마나 눈물을 그쳤을는지.

또 인상 깊었던 시 중 하나는


당신 덕택에 체험하게 되었네 세상 사람들 이런 기분을 두고 사랑이라 말하리

....이 시는 말이죠...

주인공인 남자(아리와라노 나리하라)가 친구인 기노 아리쓰네의 처소에 갔다가 외출하고 없어서 오래 기다리면서 지은 시입니다.

....차라리 호모로 내달렸으면 당대 실연으로 우는 여성이 획기적으로 줄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여간... 헤이안 시대 정서는 지금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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