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 내 다니는 사랑길
구정호 지음 / 제이앤씨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겐지 모노가타리]와 [마쿠라노소시]등의 일본 헤이안 시대 문학 안에서 자주 언급되는 작품, [이세 모노가타리]입니다. 작품 중의 와카에서 따온 부제가 참 멋스럽습니다만 이 부제때문에 이 책이 [이세 모노가타리]인 줄 몰랐다는 비극이...=ㅅ= 현린님의 제보로 간신히 이 책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ㅁ=/

[이세 모노가타리]는 표면상 당대의 아름다운 와카를 그것이 쓰여진 배경과 더불어 채록되어 있는 형식입니다만, 한 청년의 관례 장면에서 시작해서 동일 인물이 묘하게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이 인물은 당대 이름난 시인 중 하나인 아리와라노 나리하라. 바로 [이세 모노가타리]의 주인공 격으로, [마쿠라노소시]에서는 저자 세이쇼나곤이 이 아리와라노 나리하라를 편드는 구절이 나오지요.

그래서 이 당대 이름난 시인이자 풍류객이었던 아리와라노 나리하라라는 인물의 인상은-

....나쁜 넘입니다.

워낙 연애가 성행하던 시절인 만큼 연애담이 줄줄줄- 나오는데 소꼽친구에서부터 고귀한 신분의 여성, 먼 타향에서 잠시잠깐 만난 처자까지... 대체 몇을 후리고 다닌 거야?!

물론 그런 시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버려진 여자의 원한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렇게 원한을 사면서까지 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아리와라씨 댁 말이오. 하긴 욕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말도 있었지....

뭐 와카는 아름답습니다.... 특히 번역 하신 분의 역량이 빛나는 부분으로, 우리나라의 시조처럼 느껴질 만큼 유려합니다.

하지만 전 아리와라 그 자식의(이젠막말) 좋은 평 받았던 시보다, 그가 객지에서 잠시 만났던 여성이 읊었던 것이 훨씬 강렬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저 놈의 닭 머리를 물에 처넣으리 날 밝기 전에 울어 내 님 떠나보내네

.....처자 굿잡.....

근성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이왕 비틀 거 아리와라라는 녀석의 목을 비틀었다면 후대의 여자들이 얼마나 눈물을 그쳤을는지.

또 인상 깊었던 시 중 하나는


당신 덕택에 체험하게 되었네 세상 사람들 이런 기분을 두고 사랑이라 말하리

....이 시는 말이죠...

주인공인 남자(아리와라노 나리하라)가 친구인 기노 아리쓰네의 처소에 갔다가 외출하고 없어서 오래 기다리면서 지은 시입니다.

....차라리 호모로 내달렸으면 당대 실연으로 우는 여성이 획기적으로 줄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여간... 헤이안 시대 정서는 지금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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