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일본의 종교사상 - 타계관을 통해서 본
김후련 지음 / 제이앤씨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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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요즘 기분전환으로 이런 책을 읽고 있어, 라고 말하면서 보여줬더니

변태

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는 분께 추천을 받아서 읽게 된 건데 말이죠. 이것을 추천해주신 분은 과연 무슨 칭호가 어울릴까요? 우훗?

뭐, 재미있다고 좋아하면서 본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먼 산)

어딘가에서 스사노오가 한반도에서 건너온 외래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거기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 없을까요 하고 여쭈었더니 대뜸 추천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스사노오라는 신격에 대해 설명하는 비중은 아주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것은 정확히는 [고사기]와 [일본서기]나 [이즈모풍토기] 등의 신화 세계에서 그려지는 타계... 다른 세계에 대한 인식과 변화입니다.

대강 이무렵이죠. 일본이 수나라에 '해 뜨는 곳의 천자가 해 지는 곳의 천자에게 보냅니다' 같은 국서를 보냈다가 사신으로 갔던 오노노이모코가 답서를 먹튀한다든가. 발해왕을 천손이라 표현한 국서를 받고 발해 사신과 대거리질을 한다든가. 신공황후가 신라를 정벌했다능! 하는 내용이 [일본서기]에 당당히 쓰여진다든가.

제삼자가 보기엔 참 부끄럽다 싶은 이벤트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럭저럭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어느 정도 이해를....

뭐, 이해는 가지만 납득은 하고 싶지 않네요(....)

옛 고대 일본에서는 야마토 정권 이외에 수많은 나라가 있어, 그들을 복속시키는 게 야마토 정권의 선결과제였지요.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그려진 기기신화는 그러한 필요성에서 태어난 정치신화라는 것은 별로 새삼스러운 사실도 아닙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바다 건너의 세계- 도코요노쿠니, 가라쿠니(韓國) 등은 상서롭고 풍요로운 땅으로 그려지다가, [일본서기]에 이르면 풍요로우면서도 적대하는 양면을 지니게 됩니다. 더 풍요롭고 더 뛰어난 체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하나의 나라를 넘어서 천황 자체의 위상을 키워나가던 야마토 정권에게는 깎아먹기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영 제로] 시리즈라든가... 일본의 민속과 관련된 작품에서는 종종 볼 수 있지요. 이방인에 대한 묘한 감정 말입니다. 이방인을 '마레비토'라고 부르며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혹은 재앙을 가져오는 역신으로 여겨 학대하는 경향.

그것이 8세기 기기신화의 완성과 더불어 태어났을지도 모르는 관념이며, 어쩌면 지금까지도 일본의 정신세계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딘지 착잡한 기분이 듭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덕분에 알게 된 사실 하나만은 분명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 역사가 찬란할수록, 영광스러울수록, 그 그늘에는 짓밟힌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역사가 시작된 이래 5000년이나 되었으면, 이제 그 빛과 그늘을 모두 끌어안는 시도를 해도 좋지 않을까요.

[일본서기]에서는 니니기가 다스리기 전의 세계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반딧불처럼 빛나는 신이나 파리처럼 소란스러운 사악한 신이 넘쳐나고, 초목조차도 말을 했다.

그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저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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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게쓰 이야기 대산세계문학총서 70
우에다 아키나리 지음, 이한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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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이 공부할 곳을 찾아 국립 중앙 도서관에 가보았습니다. 꽤 좋더군요.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고.

...공부와는 상관없지만... 문학관도 기웃거려 보았더니, 이게 왠일.

문학 서가의 거의 반절을 라이트 노벨이 먹고 있었습니다....ㅇ<-<

예전에는 저도 곧잘 읽었지만 요즘 나오는 라이트노벨은 당췌 읽을 생각이 안 들었는데 이게 한편으로는 다행일지도요.

그 대신 겐지 모노가타리에 관해 모아놓은 서가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덤태기로 꽂혀 있었습니다. [우게쓰 이야기](우게쓰 모노가타리).

이 작품은 흔히 말하는 설화문학입니다. 우리나라의 [금오신화], 중국의 [전등신화]와 비슷한 종류의 작품이지요. 내용도 비슷비슷하지만, 이 작품의 특출난 점은 동북아 삼국 어디든지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를 일본적으로 해석, 묘사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느 점이 일본다운 건지 비전공자인 제가 알 리 없지만(...) 해설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참고할 수 있으니 문제 없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것은 첫머리를 장식한 시라미네 편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이쿄 법사가 여행을 하다가 스토쿠 천황의 무덤에 들려 추도를 하다 스토쿠 상황의 원령을 만나는 내용입니다.

스토쿠 상황은 양위한 천황인 상황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원정 시대의 인물로, 고시라카와 천황과 대립하여 호겐의 난을 일으켰다가 벽지로 유배되었습니다. 유배지에서 원한과 슬픔을 추스리고 경을 베껴서 천황에게 보냈더니 천황은 조정의 반역자가 보낸 것이니 저주의 문구가 쓰여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여 되돌려보냈다지요. 이에 원한이 극에 달한 스토쿠 상황은 귀신 같은 모습이 되어 자신의 피로 경에 저주를 쓰고 분사. 이후 일본을 떠들썩하게 하는 원령의 필두가 되었다고 하는데....

사이쿄 법사는 스토쿠 상황을 달래기 위해 그의 생전 행동을 조목조목 따지고, 원한을 풀 것을 청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 논리가 웃깁니다.

1. 상황은 정치를 바르게 한다는 유학의 가르침에 따라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셨는데, 우리 일본은 예로부터 유학의 가르침을 받들어왔다.(뻥까지마;)

2. 그런데 혁명의 정당성을 설파한 [맹자]의 책만은 싣고 오는 배가 족족 침몰해서 전해오는 바가 없다.(진짜냐?;)

3.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로 미루어보아 혁명 사상은 천황이 다스리는 우리 일본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어이 얌마...)

...수백 년 후에 읽는 사람도 한 마디 해주고 싶은 설득에 스토쿠 상황이 마음이 흔들릴 리는 없고, 스토쿠 상황은 자신의 요괴를 부려 천하를 더욱 혼란시키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던 법사는 슬퍼하면서 그 마음을 담은 시가를 읊는데, 그 시가를 읊고 비로소 스토쿠 상황은 귀신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들 유학 오해하고 있어요. 뭐, 법사의 경우 자기 본진이 아니니까 조금 오해해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 맹자 까지마라 맹자 까면 사살!

그밖에 쇼킹 아시아스러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파란 두건'이라는 제목으로, 어느 덕 높은 법사가 일본을 여행하는데(덕 높은 법사의 기본 소양인 것 같군요) 왠 마을에 들렀더니 마을 사람이 법사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더랍니다. 달래 놓고 이유를 물어봤더니 마을 부근의 절에 있는 주지스님인 줄 알았다나요. 왜 주지스님 보고 까무러치나요- 문제의 주지스님은 과거 다른 곳을 여행하다가 열 몇살짜리 미소년을 데려왔답니다. 주지스님은 그 소년을 매우 아꼈지요(...그러니까, 여러분이 짐작하는 그런 방식의 아낌입니다...). 그런데 그 소년이 가엾게도 병에 걸려 요절했습니다. 주지스님은 미칠 듯이 슬퍼하다가 소년의 시체가 썩어가는 것마저 아쉬워에 살을 핥고 뼈를 빨아 마침내 모조리 먹어치워버렸다고....

...........네네네네네네크로필리아입니까!? 시대를 앞서갔어!!! 너무 앞서갔다고!!!

...아무튼 주지스님은 그 뒤로 시체 먹는 것에 맛들려서 식인귀같은 꼴로 마을 주변을 싸돌아다니며 무덤을 파헤친다는 겁니다. 법사는 그 주지스님을 만나러 가서 그의 행각을 꾸짖고 시가로 만든 선문을 내려주고 돌아오지요. 수 년 후 법사가 그 절에 다시 가봤더니, 이미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를 몰골이 된 주지스님이 반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선문을 계속 계속 읊고 있었다나요. 법사는 꾸짖는 말을 외치며 그 어깨를 내리치고, 주지스님은 그 자리에서 형체도 없이 무너져버렸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야 선문답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집착을 경계해서 내려준 말에 또 집착하고 있었던 주지스님의 모습이 기막혔던 것이겠지.. 하고 짐작해봅니다.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소재가... 소재가아아아ㅏ아ㅏ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또 다른 모노가타리가 있었는데 다음에 가서 읽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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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서사시 게세르 칸
유원수 옮김 / 사계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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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칸]은 몽골의 서사시입니다. 처음에는 티벳에서 전래하였다가 광활한 몽골땅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면서 몽골의 향취를 듬뿍 머금게 되었다던가요. 몽골 국립중앙도서관에서 17세기 목판으로 소장하고 있는 이런 마이너한 물건을 번역 출간해주신 옮긴이와 출판사에게 건배(.....)

처음에는 티벳 사람들, 이어 몽골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이 작품에는 두 나라의 독특한 정서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우선 그 뿌리를 라마교에 두고 있지요. 서사시의 시작은 석가모니 부처가 코르모스타 텡그리(제석천)에게 텡그리의 아들 중 하나를 사바에 내려보내 칸의 자리에 올라 중생을 구제하도록 부탁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코르모스타 텡그리의 세 아들 중 첫째와 둘째는 '명색이 텡그리의 아들인데 내려갔다 아차해서 칸이 못 되면 개쪽 ㄴㄴ'하고 빼고, 셋째 아들이 그 대임을 맡아 사바에 내려와 게세르 칸이 됩니다.

신화란 것은 예로부터 당시 사람들이 가졌던 세계관, 그들이 나름대로 생각했던 자연의 순리 등을 표현합니다. 제가 신화를 잔뜩 읽으면서 또 한 가지 즐기는 것은, 신화나 전설, 민담은 그것이 만들어진 시기에 사람들이 아름답고 좋다고 느꼈던 것(소위 말하는.. 모에?!), 더럽고 나쁘다고 느꼈던 것들을 비추어준다는 것입니다. 셋째 아들이 하강하면서 코르모스타 텡그리에게 요구했던 보배들은 이 서사시가 쓰여질 무렵 몽골인들이 무엇을 귀중하게 여겼는지 가르쳐줍니다. 터키석 오늬가 붙은 화살, 각궁, 순수한 무쇠칼, 황금 올가미와.... 무엇보다도 영험한 말.

만약 요즘 한국에서 서사시가 쓰여진다면 I7CPU컴퓨터와 23인치 LCD모니터나 샤넬 향수, 구찌 지갑, 디오르 핸드백 같은 것이 등장하겠죠? ...그런 서사시 안 써.

게세르 칸의 캐릭터도 재미있습니다. 우선 처음에 파파인 코르모스타 텡그리가 가라고 할 때 제꺽 가기는커녕 이런저런 소리를 늘어놓다가 온갖 보물과 잘난 형과 여신인 세 누이 등의 빽을 달라고 조릅니다. 그리고 '이거 잘하고 돌아오면 아버지 후계자는 나 ㅋㅋ' ...어이, 어이!

지상에 태어난 게세르 칸은 처음에는 무서운 용모와 바보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어 사바의 부모에게서 구박을 받습니다. 그러나 되로 주면 말로 받아치는 우리의 게세르(...) 신통력을 가지고 부모를 놀려대거나 이복형제와 그 어머니를 관광태우는 일은 예사도 아닙니다(......) 다행이랄지 숙부 초통이 게세르와 그 부모가 꼴보기 싫어 온갖 구박을 일삼자, 게세르의 화살도 그에게로 돌아갑니다만.

코흘리개 조로라는 이름으로 성장한 게세르 칸은 최고의 미녀로 자신과 결혼할 남자에게 무수한 시험을 내리는 로그모 고와에게 눈독을 들입니다. 로그모 고와와 초통은 신통력을 써서 척척 시험을 통과하는 조로를 이런저런 구실로 떨궈내려고 하지만, 떨궈진다고 떨어질 게세르가 아닙지요(....) 게세르가 거룩한 본모습을 드러내자 로그모 고와도 납득하고 결혼하지만, 게세르가 사방세계를 평정하러 다니는 동안 나쁜 마음을 먹습니다. 초통과 더불어 거의 최종보스 레벨. 하지만 게세르를 배신때리고 뒤치기한 두 사람에게 게세르가 내린 형벌은..

로그모에게는 '한 팔 한 다리를 부러뜨려 팔순의 양치기 노인에게 아내로 줌'

숙부 초통에게는 '영험한 조류말이 아홉 번 삼켰다 아홉 번 싸게(...) 함'

이밖에도 시방 세계의 열 가지 해악을 근절시킨 자비롭고 거룩하며 어지신 게세르 카간께서는 열 가지 해악을 근절시킨 만큼이나 저지른 일도 많습니다.

.....사바의 중생들을 구제하러 오신 분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전 도저히 제임스 롤프 씨의 표현을 빌지 않을 수 없군요.


마귀같은 새끼....

...이런 게세르를 어지간해서 말릴 인물은 없지만, 다행히 영험한 조류말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보석은 여자의 꾸미개이고 좋은 말은 남자의 꾸미개'라고 부를 정도로 말을 사랑하는 몽골의 서사시답게 활약이 굉장하지요. 게세르가 빌빌거릴 때 게세르를 격려하고, 바보짓을 하면 따끔하게 일침을 넣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기 숙부를 아홉 번 먹으라고 하는데 싫다고 말은 해보지 그랬어....(말이 말을 어떻게 하냐고 말씀하시겠지만, 영험한 조류말은 말을 합니다! 영험하니까요!)

어쨌든 이야기로서도 충분히 재미있고, 몽골문학의 풍부한 표현을 잘 살려주신 옮긴이 덕분에 저의 마이너한 몽골 덕심이 풍요로워진 작품이었습니다. 자 여러분도 마이너의 길로!(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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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대부가의 살림살이 조선의 사대부 12
이민주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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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 잡지에서 추천하는 책이기에 읽어볼까 했더니 출판사마저 공교롭게도 한국학중앙연구원입니다. 성남에 소재한 근사한 연구기관으로 여기에서 연수를 신청한 적도 있죠. 요즘은 안 하려나요....

이 책 또한 '조선의 사대부' 총서로 출간되었으나.... 다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 없어요!:Q(연체나 어떻게 해라)

살림살이... 라고는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핵심은 '의관을 정제하다'라는 개념. 현대에도 '잘 차려입는다'(이른바 TPO라나요. Time, Place, Occusion이라나!) 라는 개념은 있지만 몸가짐을 중시한 조선 사대부들에게 옷차림은 또 다른 의미일 테지요.

.....일단 타이틀 사기라는 말을 듣기는 싫었는지 사대부의 살림살이에 관해 언급하긴 합니다.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과 다루는 분야가 사뭇 달라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네요.


이어 다루어지는 의생활. 학문하는 자가 갖추어야 할 아홉 가지 모습(구용). 네 가지 경건한 태도(지경), 네 가지 하지 말아야 할 일(사물)을 드는데 이 중 '지경'에 의관을 바르게 함이 언급되어 있다지요.

그런 사대부의 의관 정제 순서란?

첫째로 상투 틀기. 망건을 피가 날 정도로 조였다니.... 젊어보인다나요. 또한 계속 상투를 틀면 앞머리가 빠지는데 출세하는 징조라 해 기꺼워했다고 합니다. 머머리 친화적인 조선 왕조!

이어서 갓, 호박 등 멋진 패염은 여성의 장신구 못지 않게 사치라는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지요. 사치 금지법은 고대로부터 연연히 이어져왔고(크루세이더 킹즈3에서도 메뉴 중 들어가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건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옷차림. 대부나 학사는 난삼을 입었습니다. 관복 중 최상위는 제사에 입는 예복으로 제향관은 제복, 4품 이상 배향관은 조복, 4품 이하 배향관은 상복을 입었다지요.

융복이나 도포 등 조선 시대의 의복에 대한 설명이며 조선 초기 관복과 조복은 국가에서 지급했으나 중기 이후부터는 관리 본인이 직접 구해야 했다는 사실도 재미있었습니다.

3,4장은 사대부가 여성의 복식과 복식 관리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3대 미성이 글 읽는 소리, 아기 우는 소리, 다듬이질 소리라 하거니와(특히 다듬이질 소리는 혼자 하는 법은 좀처럼 없다는 점에서 고부나 동서간의 화목을 일컫기도 했다지요) 복식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행위 자체가 가족의 화합과 발전을 상징하는... 그러한 조선 시대 사대부가였던 겁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어떤 복식은 이렇게 입으면 예쁘다~ 흉하다~ 등으로 서술하지만 독자 대부분이 한복에 문외한일텐데요. 저 또한 당췌 떠올릴 수 없어요....!!!

사진이나 도해를 더 풍부하게 넣었다면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한복의 아름다움으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많아지길 바랄 따름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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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담 전집 13 - 아랍 편 황금가지 세계민담전집 13
김능우 엮음 / 황금가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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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도무지 민속학 서가에 들릴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짬을 내서 가보았더니 [세계 민담 전집] 시리즈가 잔뜩 새끼를 쳤지 뭡니까(....) 그래서 팔이 아프고 대략 정신이 멍해질 때만이라도 읽으려고 아랍편을 집어들었습니다.

이 전집의 매력은 권마다 다른 민담을, 그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번역자가 엮는다는 점입니다.

아랍편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아라비아라고 하면 이슬람 문화의 발상지로, 이슬람 문화권의 지방이라면 다 거기가 거기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유목 시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민담을 중점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두인 말이죠.

그런 이유에선지 알라의 이름을 자주 거론하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주인공의 재치인 것과, 여성이 퍽 주체적인 점이 색달랐습니다. 하기야 제가 아는 이슬람 문화권 이야기라고 해봐야 [아라비안 나이트] 정도였지만요. 그건 재미는 둘째치고 정말로 막장이었지요...=ㅁ=

진과 이프리트, 굴(구울)도 등장하지만 현대 한국에 알려진 것과는 이미지가 사뭇 다릅니다. 하긴 제가 아는 진과 이프리트와 굴이란 게임 몬스터 정도입니다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나름대로 분별도 있고 감정도 있으며 사람들 돕기도 하고 곯려주기도 하고 잡아먹기도 하는 것이 종잡을 수 없습니다. 목을 칼로 한 번 내리치면 죽지만 두 번 내리치면 되살아나는 점도 신기합니다. 이들은 주인공에게 목이 잘리면 목을 두 번 내리쳐야 죽는다느니 목을 두 번 내리치면 네 수명이 늘어날 거라느니 떠벌이지만, 이미 조언자에게 단단히 다짐을 받은 주인공이 칼을 두 번 내리쳐서 놈들을 살려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같은 게르만-카톨릭 문화권이라고 해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아주 딴판이지요. 이슬람이라고 해도 북아프리카에서부터 아라비아 반도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까지 전파한 상태니 제각각 개성적인 문화를 가진 것이 당연할 겁니다.

물론 현대 아라비아 반도는 지금까지도 현대사의 질곡을 겪고 있으며 분위기가 불온하기 짝이 없지요. 이런 옛날 민담을 읽고 현재의 아라비아 문화를 짐작하는 것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이 민담은 아라비아의 역사를 키워낸 흙과 같은걸요. 그래도 조금은... 가치가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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