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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민담 전집 13 - 아랍 편 ㅣ 황금가지 세계민담전집 13
김능우 엮음 / 황금가지 / 2008년 4월
평점 :
요즘은 도무지 민속학 서가에 들릴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짬을 내서 가보았더니 [세계 민담 전집] 시리즈가 잔뜩 새끼를 쳤지 뭡니까(....) 그래서 팔이 아프고 대략 정신이 멍해질 때만이라도 읽으려고 아랍편을 집어들었습니다.
이 전집의 매력은 권마다 다른 민담을, 그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번역자가 엮는다는 점입니다.
아랍편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아라비아라고 하면 이슬람 문화의 발상지로, 이슬람 문화권의 지방이라면 다 거기가 거기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유목 시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민담을 중점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두인 말이죠.
그런 이유에선지 알라의 이름을 자주 거론하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주인공의 재치인 것과, 여성이 퍽 주체적인 점이 색달랐습니다. 하기야 제가 아는 이슬람 문화권 이야기라고 해봐야 [아라비안 나이트] 정도였지만요. 그건 재미는 둘째치고 정말로 막장이었지요...=ㅁ=
진과 이프리트, 굴(구울)도 등장하지만 현대 한국에 알려진 것과는 이미지가 사뭇 다릅니다. 하긴 제가 아는 진과 이프리트와 굴이란 게임 몬스터 정도입니다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나름대로 분별도 있고 감정도 있으며 사람들 돕기도 하고 곯려주기도 하고 잡아먹기도 하는 것이 종잡을 수 없습니다. 목을 칼로 한 번 내리치면 죽지만 두 번 내리치면 되살아나는 점도 신기합니다. 이들은 주인공에게 목이 잘리면 목을 두 번 내리쳐야 죽는다느니 목을 두 번 내리치면 네 수명이 늘어날 거라느니 떠벌이지만, 이미 조언자에게 단단히 다짐을 받은 주인공이 칼을 두 번 내리쳐서 놈들을 살려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같은 게르만-카톨릭 문화권이라고 해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아주 딴판이지요. 이슬람이라고 해도 북아프리카에서부터 아라비아 반도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까지 전파한 상태니 제각각 개성적인 문화를 가진 것이 당연할 겁니다.
물론 현대 아라비아 반도는 지금까지도 현대사의 질곡을 겪고 있으며 분위기가 불온하기 짝이 없지요. 이런 옛날 민담을 읽고 현재의 아라비아 문화를 짐작하는 것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이 민담은 아라비아의 역사를 키워낸 흙과 같은걸요. 그래도 조금은... 가치가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